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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강 非 로맨틱

한동안 뜸했었군 (뭐, 한두번도 아니고)
그게 회사일이 좀 미쳐 돌아가서..(왜 아직도!)
5월에만 씨엪을 다섯개를 찍는 그런 스케쥴이라설라무네 매일 새벽 1시가 퇴근시간...(이제 야근 콜택시 기사님이 날 알아봐!)
큼큼.

암튼,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 촬영이 있던 며칠 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쿨쿨 자고 있는 신랑을 뒤로 하고 촬영장에 도착한 것이 아침 일곱시,
대사가 좀 많은 흔치않은 CF라 헤드폰을 끼고 동시녹음을 체킹하며 졸음과 피로와 싸워가며 오후 5시를 향해가던 즈음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 제가 지금 촬영장인데 동시녹음이라 전화를 못.."까지 했는데 건너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럼 듣기만해요. 놀라지 말고. 신랑이 다쳐서 지금 응급실에.."
"뭐라구요?"

철렁.
사정인즉, 유난히 의욕에 넘쳐 깔끔을 떨던 신랑군이 레몬절임을 담을 유리병을 뜨거운 물에 소독하다가 유리병이 터져서 오른손과 팔뚝, 그리고 배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고, 범위가 넓어 2~3일 입원을 해야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이게 뭐여! 왜 유리병을 뜨거운 물에! 니가 바보여?
라는 생각을 1초 정도 하고 곧 눈물이 그렁그렁.
사정을 알게 된 촬영장 스탭이 콜택시를 불러줬고, 경기도 광주 구석탱이 세트장에서 신촌에 있는 병원까지 택시로 내달렸다. 우어, 택시비 6만 5천원이라니 이런 미터기 숫자는 네가 처음이야.
암튼 병원복을 입고 누워있는 신랑군을 보고 있자니 울컥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화도 나서 한숨과 함께 '이 웬수야!' 라는 소리부터 나오더군. 내가 무슨 사고뭉치 사춘기 아들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에휴. 아플까 흉질까 걱정에 걱정. 저녁밥 사다 떠먹이고, 집에서 입원에 필요한 물건들 챙겨다 채워주고...다시 촬영장으로 가서 밤을 샜다는 슬픈 얘기가 내려온다.

병원에서 심심해 심심해 노래를 하던 신랑군은 다행히 경과가 너무 좋아(;;)서 - 드레싱 붕대를 풀러봤더니 아주 깨끗하게 회복중 - 하루 일찍 퇴원하여 어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깔끔쟁이가 병원에서 머리도 못감고 샤워도 못하고 아주 괴로웠는지 오자마자 씻고 싶다 하더군. 그래서 손을 못쓰는 그를 대신해 머리를 감기고 상처부위를 피해 요리조리 씻겨주고 있는데 비누거품을 잔뜩 묻히고 애쓰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그가 말한다.

"이러고 있는 너를 보니 우리 진짜 부부인 것 같아.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야. 나중에 네가 치매에 걸리면 내가 기저귀를 갈아줄께"

아. 그렇구나. 이게 가족이었지.
어쩐지.
내가 아들 키우는 기분이 드는 게 괜한 느낌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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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좋더라니 非 로맨틱

경상도 남자라서, 라고 말하면 경상도 남자들에 대한 편견일 것 같아 그렇게는 말 못하겠네.
어쨌든 그는
감정의 표현도, 낯간지러운 말도, 선물도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의 동거인에게 사랑한단 말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때는
오직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와 내 옆에 쓰러져 자는 나를 기어코 깨울 때이다.
오늘 새벽도 그 때문에 잠이 깨서 토닥토닥 해주다 아침녘에서야 다시 잠이 들었고, 나는 당연한 듯 지각.
멍-한 정신으로 유난히 여름같은 햇살에 부신 눈을 살짝 찌뿌리며
출근시간을 빗겨간 한가로운 버스에서 흔들리고 있자니

문득, 그래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일이면, 벌써 혹은 아직 일년이 된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결혼식 그 날,
사람들은 드럽게 잘 살 거라고 했고
드럽게 잘 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잘 살고는 있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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