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22일
니야, 터키 방랑기 3 - 우여곡절의 이스탄불,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 밝았다. 커텐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비쳐들고 작은 손목시계의 알람과 함께 반짝 눈을 떴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하긴 했는지 이곳저곳 살짝 쑤신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젖은 머리로 아침식사를 하러 옥상의 테라스로 올라가니 꽤나 많은 한국인들이 보이더라. 알고보니 한국 패키지팀이 투숙한 모양.
숙소의 꼭대기 테라스는 꽤나 전망이 좋았다. 옆으로는 술탄아흐멧자미의 지붕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그치만 아직 비가 조금씩 내리는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걱정스럽다.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터키쉬 식단. 토마토, 오이, 치즈, 에크맥 빵과 삶은 달걀, 각종 잼과 버터, 그리고 진한 커피. 천천히 아침식사를 먹고, 진한 커피로 머리를 깨웠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구식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한국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다. 혼자왔다고 하니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 정말 혼자왔냐고 세번이나 묻네. 훗훗.
하루만에 다시 배낭을 챙기고 낑낑거리며 로비로 내려갔다. 체크아웃을 하고 가방을 맡기고는 심호흡 한번 하고 오늘의 이스탄불을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많이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충분히 젖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술탄 아흐멧 거리로 나서니 아직 문을 연 가게들이 별로 없다. 여행사가 문을 열었으면 버스표를 예약하려 했는데 모든 여행사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말이지. 몇몇 여행자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술탄아흐멧 자미 쪽으로 걸었다.
너무 젖어버린 머리를 짜내려 잠시 카펫가게의 차양 아래 몸을 숨겼는데 마침 카펫가게 청년이 나와 말을 건다. 일요일이라 여행사가 문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겁준다. 내가 에엣? 어떻게 하나..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으려니 오후가 되면 몇몇 가게는 또 문을 열지도 모른다며 위로한다. 그러면서 가게에 들어가 비가 그칠 때까지 애플티를 마시지 않겠냐는 전형적인 수작을. 네, 아침부터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웃으며 고맙다고 그치만 괜찮다며 다시 빗속으로 뛰어나갔다. 버스표는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우선 볼 것부터 보자는 마음이다.
술탄아흐멧 자미 입구에 우산을 팔고 있길래 바가지인 것을 알면서도 검은 우산을 하나 사들었다. 정말 허술한 접이 우산이 5유로나 하다니! 뿡뿡!
술탄아흐멧 자미는 일명 블루 모스크로 불리운다. 커다란 돔 지붕을 총 7개의 작은 돔이 받치고 있고, 모스크의 상징인 커다란 첨탑이 여섯개나 있다. 밤에는 푸른 조명으로 더 아름답지.

- 비오는 술탄아흐멧 자미 -

- 줌으로 잡을수록 아름답다고 되뇌었다 -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비오는 정원을 가로질러 술탄아흐멧 자미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 여기는 정말 블루로구나 실감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비쳐드는 푸른 햇빛. 모스크 내부를 밝히는 전구들과 어울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꽤나 엄숙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한 10분을 바닥에 앉아 천장을 처다보며 무늬들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세밀하고 정확하며 아름답다.
어두워 사진찍기 힘들었지만 솔직히 사진이 중요하진 않았어.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거든.

- 푸르고 둥근 천정과 빛나는 전등 -

- 고개가 아플때까지 바라보았어 -

- 굵은 기둥이 시원스러운 -

- 블루, 블루 모스크 -
한시간여를 사원안에서 뒹굴거린 후, 밖으로 나오니 날이 서시히 개이고 있었다.
아닛! 비싼 돈을 주고 산 우산은 어쩌라고! 돈이 좀 아까웠지만 솔직히 비가 계속 내리는 것보단 좋았다. 역시 여행에는 좋은 날씨가 반가운 법이니까.
술탄아흐멧 자미와 아야소피아는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야소피아를 방문하기 전에 문을 연 여행사가 있나 다시 한번 살펴보러 다시 메인 스트릿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원 한구석에서 비에 젖은 아기 고양이도 만났다. 두려운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지만 도망가지는 않는 것이 너무 귀엽다. 모스크를 위한 몸을 씻는 수도를 지나고 공원을 빠져나오니 몇몇 여행사가 문을 열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괴레메행 야간버스를 예약했다. 8시 30분 출발하는 버스가 무려 25유로. 7시에 여행사 앞으로 서비스 버스가 픽업을 나올 거란다. 어쨌든 오늘의 이동수단을 손에 쥐었다는 안도감에 얼굴이 쫙 펴진다. 훗훗

- 거짓말처럼 개이는 날씨, 그 아래의 블루모스크 -

- 토끼눈의 삼색 고양이 -

- 아름다운 문양과 황금 수도꼭지 -

- 술탄아흐멧 트램의 입구, 젖어있다 -

- 안도감에 활짝 핀 얼굴 -
그러나 이 안도감도 잠시였던 것을 이때는 몰랐지.
주스파는 할아버지가 기꺼이 모델을 자처해줘 사진한장 찍고 향했던 아야소피아의 티켓 박스는 무척이나 붐볐다. 터키리라만 받는다기에 지갑에서 한꺼번에 접혀있는 터키돈을 꺼내어 15리라를 세는 순간, 뭔가 번쩍하고 내 손을 채갔다.
소매치기였다.
손에 들고있던 돈을 휙하고 채가 달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멍해있는 동안 한명의 경찰과 두명의 청년이 그를 쫓아 달리는 것도 보였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래. 꽤나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소매치기는 처음이다. 한참을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헉헉거리며 그 나쁜새퀴를 쫓아갔던 경찰이 돌아왔다.
놓쳐서 미안하다는 표정이 얼굴에 떠오른다. 내가 고개를 떨구니 'Sorry' 라며 자신도 고개를 돌린다. 근데 뭐 여행에 지장이 있을만큼 큰 돈도 아니고 - 한 이틀치 밥값과 방값이랄까 - 그렇다고 우울해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기껏 쫓아가줬던 이들에게 미안해 'That's OK' 하고 웃어보였다. 그러자 주변에 모여들었던 구경꾼들과 경찰들이 다들 안도하며 토닥여준다. 아아 착한 사람들.
그래 까짓것. 남은 돈은 충분하니 괜찮아. 좋은 경험했다고 치자. 이런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거야. 릴렉스 릴렉스.
경찰 아저씨가 콜라도 한캔 사줬다. 아이 여기 경찰 너무 착한거 아니야.
리라가 한푼도 없으니 다시 환전하러 술탄아흐멧 거리로. 몇번을 왔다갔다하는거냐 싶지만 뭐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니 상관없지. 다시 100유로를 환전하여 아야 소피아 티켓박스에 재도전이다.
날도 개고 다들 활동할 시간이 되었는지 아야 소피아까지 가는 동안 무려 7명의 남자들이 따라붙는다. 어이, 나 지금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요?

- 주스파는 할아버지, 주스는 안사드렸습니다 -

- 붉은빛이 번지는 아야소피아 -
우여곡절끝에 들어간 아야 소피아, 그러니까 성 소피아 성당이었다가 모스크였다가 지금은 아야소피아 박물관이 되어버린 그 곳. 이스탄불의 역사만큼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 모습을 바꾸어왔던 그 곳이다. 그치만 여전히 붉게 아름답고 사람을 압도하며 감탄사를 토해내게 만든다.
아야소피아의 내부 한쪽은 한창 대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볼수 있는 것은 반쪽뿐.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높다란 천정과 금색으로 반짝이는 성모 마리아의 벽화, 그리고 성당의 흔적과 모스크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
벽 모서리마다 걸려있는 커다란 둥근 아랍의 글씨는 모스크였다는 증거. 아름다운 금색 글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공간과 어울려 마음을 잡아당겼다.
많은 관광객들 틈을 헤치고 본당의 1층을 한참 헤매고 다닌다. 몇몇 외국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했지만 다들 어찌 그리 사진을 못찍는지...목만 남겨놓고 자르거나 여지없이 흔들리거나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작게 잡거나. 아아- 외국에도 싸이월드를 보급해서 사진문화를 퍼트리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것이냐. 적당히 셀프로 만족해야 했다.
뭐, 그래도 괜찮아. 사진보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훨씬 훠얼씬 멋졌으니까.

- 입구를 지키는 한때 기둥이었던 슬픈 얼굴 -

- 저 벽은 어찌나 튼튼하고 아름다운지 -

- 긴 회랑과 어울리는 돔 -

- 회랑에 쏟아져 내리는 빛 -

- 의미는 모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글씨 -

- 빛나는 제단 -

- 아름다운 자태의 마리아님 -

- 저 계단을 오르고 싶었다 -

- 복잡하고 아름답고 장중한 -

- 높고 긴 회랑을 매운 구경꾼들 -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니 빛이 쏟아진다. 2층의 밝은 공간에는 모자이크 벽화의 전시회와 타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야소피아의 전경.
2층을 몇바퀴 룰루랄라 돌아다니며 관광객의 기분을 만끽했다. 멋진 곳은 여유로운 마음을 만들어준다. 돌아다니는 사이, 아까의 소매치기는 까맣게 지워버렸다. 홍홍.

- 2층으로 올라가는 길 -

- 크고 아름답고 오래된 -

- 조금 우울해 보이십니다만? -

- 노출오버라도 셀프가 낫다 -

- 세심하게 아름답다 -

- 받아주시지요 -

- 저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다시 1층으로 내려가 한바퀴 휘 둘러보고 아야소피아의 뒷마당으로 나갔다. 이제는 완전히 드러난 파란 하늘과 그에 걸맞게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안녕 아야 소피아. 언젠가 다시 올께.

- 한이 많이 쌓였을거야 -

- 아야 소피아의 뒷모습 -
시간은 거의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배가 덜 고프고, 무엇보다 톱카피 궁전 안에 있다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심했기에 그대로 오늘의 일정을 진행하기로 한다.
바로 몇걸음 안가 나오는 지하 수로의 입구. 맞은편에는 투어리스트 폴리스의 노란 건물이 귀엽다. 여행객이 많은 탓으로 관광 경찰이 따로 있다. 어찌나 친절하신지, 훗훗.

- 노랗고 귀여운 관광 경찰서 -
지하 물저장고는 한참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이스탄불의 주민들이 바닥에 구멍을 뚫어 낚시대를 드리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니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얼굴에 먼저 와 닿는다. 어둡고 습하고 중간중간 길을 밝히는 전등의 분위기가 약간은 으스스하다.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지하 물저장고의 맨 끝에는 유명한 메두사의 머리가 있다. 하나는 옆으로 하나는 거꾸로 세워져 기둥을 받치고 있는데 로마의 어느 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문득 메두사의 전설이 떠올라 등이 시원해졌다. 나 역시 돌로 만드실건가요?

- 지하 물저장고, 조명의 분위기가 으시시 -

- 메두사의 머리 -
지하에서 빠져나오니 더운 기운이 확 덮쳐왔다. 아침에 들고나온 물은 이미 미지근해져버려 단숨에 꿀꺽 들이키고 새로 시원한 물 한병을 샀다. 볼에 대고 붉게 닳아오른 뺨을 식힌다.
자자, 이제는 톱카피 궁전으로 가자.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젖은 머리로 아침식사를 하러 옥상의 테라스로 올라가니 꽤나 많은 한국인들이 보이더라. 알고보니 한국 패키지팀이 투숙한 모양.
숙소의 꼭대기 테라스는 꽤나 전망이 좋았다. 옆으로는 술탄아흐멧자미의 지붕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그치만 아직 비가 조금씩 내리는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걱정스럽다.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터키쉬 식단. 토마토, 오이, 치즈, 에크맥 빵과 삶은 달걀, 각종 잼과 버터, 그리고 진한 커피. 천천히 아침식사를 먹고, 진한 커피로 머리를 깨웠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구식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한국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다. 혼자왔다고 하니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 정말 혼자왔냐고 세번이나 묻네. 훗훗.
하루만에 다시 배낭을 챙기고 낑낑거리며 로비로 내려갔다. 체크아웃을 하고 가방을 맡기고는 심호흡 한번 하고 오늘의 이스탄불을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많이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충분히 젖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술탄 아흐멧 거리로 나서니 아직 문을 연 가게들이 별로 없다. 여행사가 문을 열었으면 버스표를 예약하려 했는데 모든 여행사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말이지. 몇몇 여행자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술탄아흐멧 자미 쪽으로 걸었다.
너무 젖어버린 머리를 짜내려 잠시 카펫가게의 차양 아래 몸을 숨겼는데 마침 카펫가게 청년이 나와 말을 건다. 일요일이라 여행사가 문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겁준다. 내가 에엣? 어떻게 하나..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으려니 오후가 되면 몇몇 가게는 또 문을 열지도 모른다며 위로한다. 그러면서 가게에 들어가 비가 그칠 때까지 애플티를 마시지 않겠냐는 전형적인 수작을. 네, 아침부터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웃으며 고맙다고 그치만 괜찮다며 다시 빗속으로 뛰어나갔다. 버스표는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우선 볼 것부터 보자는 마음이다.
술탄아흐멧 자미 입구에 우산을 팔고 있길래 바가지인 것을 알면서도 검은 우산을 하나 사들었다. 정말 허술한 접이 우산이 5유로나 하다니! 뿡뿡!
술탄아흐멧 자미는 일명 블루 모스크로 불리운다. 커다란 돔 지붕을 총 7개의 작은 돔이 받치고 있고, 모스크의 상징인 커다란 첨탑이 여섯개나 있다. 밤에는 푸른 조명으로 더 아름답지.

- 비오는 술탄아흐멧 자미 -

- 줌으로 잡을수록 아름답다고 되뇌었다 -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비오는 정원을 가로질러 술탄아흐멧 자미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 여기는 정말 블루로구나 실감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비쳐드는 푸른 햇빛. 모스크 내부를 밝히는 전구들과 어울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꽤나 엄숙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한 10분을 바닥에 앉아 천장을 처다보며 무늬들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세밀하고 정확하며 아름답다.
어두워 사진찍기 힘들었지만 솔직히 사진이 중요하진 않았어.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거든.

- 푸르고 둥근 천정과 빛나는 전등 -

- 고개가 아플때까지 바라보았어 -

- 굵은 기둥이 시원스러운 -

- 블루, 블루 모스크 -
한시간여를 사원안에서 뒹굴거린 후, 밖으로 나오니 날이 서시히 개이고 있었다.
아닛! 비싼 돈을 주고 산 우산은 어쩌라고! 돈이 좀 아까웠지만 솔직히 비가 계속 내리는 것보단 좋았다. 역시 여행에는 좋은 날씨가 반가운 법이니까.
술탄아흐멧 자미와 아야소피아는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야소피아를 방문하기 전에 문을 연 여행사가 있나 다시 한번 살펴보러 다시 메인 스트릿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원 한구석에서 비에 젖은 아기 고양이도 만났다. 두려운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지만 도망가지는 않는 것이 너무 귀엽다. 모스크를 위한 몸을 씻는 수도를 지나고 공원을 빠져나오니 몇몇 여행사가 문을 열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괴레메행 야간버스를 예약했다. 8시 30분 출발하는 버스가 무려 25유로. 7시에 여행사 앞으로 서비스 버스가 픽업을 나올 거란다. 어쨌든 오늘의 이동수단을 손에 쥐었다는 안도감에 얼굴이 쫙 펴진다. 훗훗

- 거짓말처럼 개이는 날씨, 그 아래의 블루모스크 -

- 토끼눈의 삼색 고양이 -

- 아름다운 문양과 황금 수도꼭지 -

- 술탄아흐멧 트램의 입구, 젖어있다 -

- 안도감에 활짝 핀 얼굴 -
그러나 이 안도감도 잠시였던 것을 이때는 몰랐지.
주스파는 할아버지가 기꺼이 모델을 자처해줘 사진한장 찍고 향했던 아야소피아의 티켓 박스는 무척이나 붐볐다. 터키리라만 받는다기에 지갑에서 한꺼번에 접혀있는 터키돈을 꺼내어 15리라를 세는 순간, 뭔가 번쩍하고 내 손을 채갔다.
소매치기였다.
손에 들고있던 돈을 휙하고 채가 달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멍해있는 동안 한명의 경찰과 두명의 청년이 그를 쫓아 달리는 것도 보였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래. 꽤나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소매치기는 처음이다. 한참을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헉헉거리며 그 나쁜새퀴를 쫓아갔던 경찰이 돌아왔다.
놓쳐서 미안하다는 표정이 얼굴에 떠오른다. 내가 고개를 떨구니 'Sorry' 라며 자신도 고개를 돌린다. 근데 뭐 여행에 지장이 있을만큼 큰 돈도 아니고 - 한 이틀치 밥값과 방값이랄까 - 그렇다고 우울해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기껏 쫓아가줬던 이들에게 미안해 'That's OK' 하고 웃어보였다. 그러자 주변에 모여들었던 구경꾼들과 경찰들이 다들 안도하며 토닥여준다. 아아 착한 사람들.
그래 까짓것. 남은 돈은 충분하니 괜찮아. 좋은 경험했다고 치자. 이런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거야. 릴렉스 릴렉스.
경찰 아저씨가 콜라도 한캔 사줬다. 아이 여기 경찰 너무 착한거 아니야.
리라가 한푼도 없으니 다시 환전하러 술탄아흐멧 거리로. 몇번을 왔다갔다하는거냐 싶지만 뭐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니 상관없지. 다시 100유로를 환전하여 아야 소피아 티켓박스에 재도전이다.
날도 개고 다들 활동할 시간이 되었는지 아야 소피아까지 가는 동안 무려 7명의 남자들이 따라붙는다. 어이, 나 지금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요?

- 주스파는 할아버지, 주스는 안사드렸습니다 -

- 붉은빛이 번지는 아야소피아 -
우여곡절끝에 들어간 아야 소피아, 그러니까 성 소피아 성당이었다가 모스크였다가 지금은 아야소피아 박물관이 되어버린 그 곳. 이스탄불의 역사만큼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 모습을 바꾸어왔던 그 곳이다. 그치만 여전히 붉게 아름답고 사람을 압도하며 감탄사를 토해내게 만든다.
아야소피아의 내부 한쪽은 한창 대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볼수 있는 것은 반쪽뿐.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높다란 천정과 금색으로 반짝이는 성모 마리아의 벽화, 그리고 성당의 흔적과 모스크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
벽 모서리마다 걸려있는 커다란 둥근 아랍의 글씨는 모스크였다는 증거. 아름다운 금색 글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공간과 어울려 마음을 잡아당겼다.
많은 관광객들 틈을 헤치고 본당의 1층을 한참 헤매고 다닌다. 몇몇 외국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했지만 다들 어찌 그리 사진을 못찍는지...목만 남겨놓고 자르거나 여지없이 흔들리거나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작게 잡거나. 아아- 외국에도 싸이월드를 보급해서 사진문화를 퍼트리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것이냐. 적당히 셀프로 만족해야 했다.
뭐, 그래도 괜찮아. 사진보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훨씬 훠얼씬 멋졌으니까.

- 입구를 지키는 한때 기둥이었던 슬픈 얼굴 -

- 저 벽은 어찌나 튼튼하고 아름다운지 -

- 긴 회랑과 어울리는 돔 -

- 회랑에 쏟아져 내리는 빛 -

- 의미는 모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글씨 -

- 빛나는 제단 -

- 아름다운 자태의 마리아님 -

- 저 계단을 오르고 싶었다 -

- 복잡하고 아름답고 장중한 -

- 높고 긴 회랑을 매운 구경꾼들 -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니 빛이 쏟아진다. 2층의 밝은 공간에는 모자이크 벽화의 전시회와 타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야소피아의 전경.
2층을 몇바퀴 룰루랄라 돌아다니며 관광객의 기분을 만끽했다. 멋진 곳은 여유로운 마음을 만들어준다. 돌아다니는 사이, 아까의 소매치기는 까맣게 지워버렸다. 홍홍.

- 2층으로 올라가는 길 -

- 크고 아름답고 오래된 -

- 조금 우울해 보이십니다만? -

- 노출오버라도 셀프가 낫다 -

- 세심하게 아름답다 -

- 받아주시지요 -

- 저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다시 1층으로 내려가 한바퀴 휘 둘러보고 아야소피아의 뒷마당으로 나갔다. 이제는 완전히 드러난 파란 하늘과 그에 걸맞게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안녕 아야 소피아. 언젠가 다시 올께.

- 한이 많이 쌓였을거야 -

- 아야 소피아의 뒷모습 -
시간은 거의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배가 덜 고프고, 무엇보다 톱카피 궁전 안에 있다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심했기에 그대로 오늘의 일정을 진행하기로 한다.
바로 몇걸음 안가 나오는 지하 수로의 입구. 맞은편에는 투어리스트 폴리스의 노란 건물이 귀엽다. 여행객이 많은 탓으로 관광 경찰이 따로 있다. 어찌나 친절하신지, 훗훗.

- 노랗고 귀여운 관광 경찰서 -
지하 물저장고는 한참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이스탄불의 주민들이 바닥에 구멍을 뚫어 낚시대를 드리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니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얼굴에 먼저 와 닿는다. 어둡고 습하고 중간중간 길을 밝히는 전등의 분위기가 약간은 으스스하다.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지하 물저장고의 맨 끝에는 유명한 메두사의 머리가 있다. 하나는 옆으로 하나는 거꾸로 세워져 기둥을 받치고 있는데 로마의 어느 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문득 메두사의 전설이 떠올라 등이 시원해졌다. 나 역시 돌로 만드실건가요?

- 지하 물저장고, 조명의 분위기가 으시시 -

- 메두사의 머리 -
지하에서 빠져나오니 더운 기운이 확 덮쳐왔다. 아침에 들고나온 물은 이미 미지근해져버려 단숨에 꿀꺽 들이키고 새로 시원한 물 한병을 샀다. 볼에 대고 붉게 닳아오른 뺨을 식힌다.
자자, 이제는 톱카피 궁전으로 가자.
# by | 2005/08/22 00:02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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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인지 부러운걸요.
소피아성당, 언젠가 가보고싶군요.
지금도 여전하신거 같네요 ^^
이것이야 말로 터키다! 라고 보여주고 계시는 니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