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23일
니야, 터키 방랑기 4 - 톱카피 궁전, 박물관 그리고 또 우여곡절 야간버스
블루모스크 뒤쪽으로 놓여진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를 따라 주욱 걸으니 얼마 안가 톱카피 궁전의 첫번째 문이 나왔다. 궁전의 문 옆길로 하얀 건물이 아담하게 서있는 예쁜 산책길이 보인다.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라서 몇발자국 따라 걸어봤다. 끝이 어딜까 궁금했지만 일정에 쫓겨 발길을 돌릴 수 밖에.... 다음에 여유롭게 찾아서 꼭 걸어줄께.

- 산책하기 좋았던 길 -

- 첫번째 문에 작은 꽃이 자랐다 -

- 매끈하니 멋졌어 -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궁전의 첫번째 문을 지나 만나는 제 1정원. 아름드리 나무와 벤치로 꾸며진 이 정원은 예전부터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있던 공간이라서 정식적으로 궁전이라 치지 않는단다. 매표소도 제 1정원의 끝쪽에 두번째 문의 앞에 자리잡고 있다.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렸다. 줄이 무지하게 긴데도 도무지 줄어들 생각을 안한다. 30분 이상을 기다려 내차례가 되었을 때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 매표소 직원들이 세월아 네월아 하며 돈을 세고 밍기적거리고 있는 것.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자면 답답증에 걸려 숨이 넘어갈 것 같다.
암튼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손에 넣은 티켓이다. 자자, 궁전 구경에 나서볼까.

-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두번째 문 -
두번째 문에 들어서고 만나는 제 2정원은 정말 잘 정돈된 잔디밭에 오랜 시간 햇빛을 받고 자라 쭉 뻗은 나무들로 보기에도 시원했다. 제 2정원의 오른쪽에는 긴 회랑을 따라 왕의 부엌이 있었단다. 뭘 만드는 방, 뭘 하는 방 복잡도 하다. 과자인 로쿰을 만드는 요리사만 100명이 넘게 있었다나 뭐라나. 그렇게 단거 많이 먹으니 배가 볼록 나오는 것이지요 술탄.
회랑을 따라 예전에 걸려있었던 문자판도 보이고, 부엌 안에는 왕의 식탁 그림도 전시되어 있고 솥단지니 은식기니 하는 것들도 주루룩 전시가 되어있다. 문득 대장금이 생각나네. 훗훗 예전 이 부엌에도 술탄의 총애를 건 암투가 있었을까나?

- 오래된 밝은 정원 -

- 나, 이 글씨들이 너무 좋아 -

- 부엌의 길 -

- 햇살이 너무 좋아 좀 무서운 얼굴 -
부엌을 마주보고 있는 정원의 왼쪽에는 그 유명한 '하렘'의 입구가 있었다. 하렘을 구경하려면 표를 따로 사고, 시간 간격을 두고 가이드를 따라 구경해야 하는데, 세상에나 매표소앞에 저 드글드글한 사람들 좀 보게나. 하렘을 보기 위해서만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해주었다. 아쉽지만 어쩌랴. 저 많은 사람들은 모두 그 타락한 하렘의 전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지.
햇살이 너무 좋아 제 2정원을 한바퀴 쭈욱 돌아 세번째 문앞에 오기까지 땀을 몇번이고 훔쳐내야했다. 비가 내렸던 것이 한 옛날의 일같다.
세번째 문 앞에는 그늘에 몸을 숨기고 궁전의 이곳저곳에 대해 공부하는 관광객들을 꽤나 볼 수 있었다. 아, 나도 땀 좀 식힐 겸 공부도 할겸 그곳에 동참한다. 평상에 앉아 책읽는 기분이 드네.
- 번쩍거리는 하렘의 닫혀진 입구 -
- 세번째 문, 여기서부터는 높으신 분들만 출입가능했다나요 -
- 그치만 지금은 여행자의 평상 -
제 3정원에는 그 유명한 보물관이 있다. 술탄의 보물이라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노리는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루비가 숭숭 박힌 단도가 아니던가?
과연, 있었다. 보석이 숭숭 박히다 못해 완전 뒤덥힌 초승달 단도가! 게다가 아기 주먹만한 휘황찬란한 물방울 무늬 다이아몬드도 있었고, 온통 보석으로 치장되어 흔들기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 요람이라던가, 달면 무거워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귀걸이라던가 기타등등 보석이 넘쳐나 어디라도 박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보물들이 가득했다.
흠흠, 나야 별로 보석에 관심을 두지 않아 그저 크네 비싸겠네 정도의 감성으로 훑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애기주먹 다이아몬드가 터키에서 가장 큰 감동이었다는 아주머니도 있더라.
- 보물은 못찍고 대신 타이머 셀카라도;; -
- 균형 -
- 디테일의 감동 -
- 곱슬머리에 대한 환상 -
- 통통한 볼에 대한 애정 -
제 3정원을 빠져나오니 배가 막막 고파져온다. 시간을 보니 벌써 2시 반을 지난 시각. 아침에 빵 쪼금 먹고 비맞고 소매치기 당하고 술탄아흐멧을 헤집고 다녔으니 배가 고파도 한참 고팠다.
밥부터 먹어야지 생각하며 제 4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때마침 다섯개의 돛을 활짝 펼친 유람선이 눈에 잡혀 나도 모르게 바다쪽으로 달렸다. 흠흠 훌륭한 포토타임. 놓칠 수 없으니 이것만 찍고 밥먹어야겠습니다.
- 엽서용 사진 -
- 희미한 성곽이 웅장했을 몇백년전에도 바다는 같은 색이었을까 -
- 그나마 제대로 찍어준 사진, 금발 아줌마 쌩큐 -
요트가 사라져갈 즈음 때맞춰 배에서 밥달라고 아우성. 곧바로 유명한 코냘리 레스토랑으로 GoGo~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제 4정원은 배를 채우고 보지 뭐.
오래된 건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니 테라스의 정원으로 연결된다. 그곳으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테라스의 식당은 정말이지 바다를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안경쓴 맘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자리는 사람이 가득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약간 안쪽자리다. 그래도 바다는 넓어서 다 보이는걸.
샐러드와 고기를 얇게 펴서 만든 도네르 케밥, 그리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궁전 안의 식당인 만큼 비싸기야 좀 비쌌지만, 이만한 배경과 분위기라니, 별로 돈은 아깝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샐러드가 나오고 각종 드레싱도 가져다준다. 갓나온 도네르 케밥은 정말정말 맛있었고(터키에서 먹은 음식 중, 여기가 젤 맛났다) 배고픈 나는 그릇을 싹싹 비웠다.
혼자 참 잘도 먹는다. 암, 잘 먹어야지.
친절한 아저씨가 혼자 여행하냐며 서비스로 차이(티)랑 로쿰도 서비스로 내준다. 아잉~ 아자씨 멋쟁이!
디저트로 준 로쿰은 설탕에 졸인 살구안에 호두를 넣은 것. 죽을만큼 달았다. 맛은 그 곶감안에 호두넣은 그거랑 비슷했구나.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데 여지없이 젊은 웨이터 한명이 따라붙는다. 저녁에 술한잔 하자는군. 여어- 나는 오늘 밤에 카파도키아로 날라버리는걸?
- 레스토랑의 입구, 건물의 아래로 테라스가 있다 -
- 뭘 시키든 빵은 준다 -
- 라뷧! 신선한 야채 샐러드. 드레싱은 마음대로 -
- 진짜 맛있었던 도네르 케밥 -
- 서비스로 받은 진한 차이 -
- 두개 먹었다간 달아 죽었을, 로쿰 -
부른 배로 여유롭게 둘러본 제 4정원은 멋진 전망이 아기자기 좋았다. 작은 연못도 있고 멀리로는 슐레마니에 자미도 보이고, 바다도 보인다. 황금색 지붕을 가진 제단은 술탄이 라마단을 끝내고 첫 식사를 하던 곳이라나 뭐라나. 암튼 이곳이 톱카피 궁전의 베스트 포토존입니다요.
하얀벽의 푸른 타일들도 시원하고 구름이 지나가는 하늘도 예쁘고 배가 부르니 뭐든 멋져보이네 그려.
- 녹색의 작은 연못 -
- 이스탄불이 멋진 이유, 사원의 실루엣 -
- 베스트 포토존인만큼 북적북적 -
- 타일의 문양을 사랑해 -
- 배부르고 기분좋아 찍은 타이머 셀프(지만 기분나빠 보인다) -
- 저 짙푸른 색이야말로 터키 -
- 하늘이 멋졌다구 -
- 실은 저 뒤의 타일에 딱 붙어 찍고 싶었다 -
- 아쉬운 마음에 올려다본 창문 -
여유롭게 정원을 돌며 사진찍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가 가까워져온다. 아이구야, 고고학 박물관은 5시에 문을 닫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궁전을 빠져나온다. 첫번째 정원부터 네번째 정원까지 올라오는 길은 무려 세시간이 걸렸는데 내려가는 길은 5분밖에 안걸리다니.
톱카피 궁전에서 나오는 입구 바로 옆에 박물관으로 가는 돌길이 있다. 길 자체가 너무 예뻐서 매력적인 곳. 나무들로 적당한 그늘이 만들어져 있고 저 멀리 박물관의 입구가 있다.
박물관의 티켓박스 앞에 섰을 때가 딱 4시 10분전. 한시간 밖에 여유시간이 없어 히타이트 전시관은 지나치고 각종 고고학 조각품들과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묘가 있는 본건물로 향했다.
웅장한 것이 맘에든다. 그리고 입구 옆에 나를 반기는 슬픈 목없는 여인상도.
- 박물관 가는 길 -
- 웅장하니 있어보이는 박물관 -
- 목이 없어 슬픈 여인이여 -
고고학 박물관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지만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곳이다. 그 귀중한 그리스 로마 비잔틴 시대의 예술품과 유적들이 보관되어 있으면서도 유리로 가려놓지도 사진을 못찍게 막지도 않는다. 한껏 가까이서 그 살아움직일 것만 같은 조각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나란히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달달 외우고 다녔던 어린시절을 가진 나에게 이 곳은 너무나 멋지고 환상적인 신화세계였다.
아아, 이 멋진 인체비례라니!
- 반인반사(?) -
- 엉덩이가 생김과 달리 귀여워서; -
엄청나게 많은 조각들을 지나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면 그 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미라가 나오고 그 몇개의 석관묘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가장 안쪽에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묘로 알려진 거대한 묘가 유리 안에 조명을 받으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 이 묘가 알렉산더 대왕의 마지막 안식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치 내가 신화속 인물과 악수하는 기분이 든다.
- 마지막 안식처 -
- 알렉산더 대왕, 명성만큼 아름다웠던 -
본관은 꽤나 미로같은 구조라 방을 빠져나오면 또 어딘가로 이어진다. 비잔티움의 방에는 세계사 시간에 자주 봤던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가 크게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여를 헤매고 다녔을까 이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문 닫을 채비를 한다.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뒤에 No Enter 크로스바를 쳐버리네. 아이고,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 탐험자인가보다.
네네, 아자씨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나이다.
- 비잔틴의 모자이크 -
아쉬운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급하게 박물관을 빠져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아, 알고보니 아침에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아저씨구랴. 호텔팩으로 왔는데 아저씨도 마누라 자식 떼어놓고 혼자 왔단다.
시원한거 사준다는 것을 아쉽지만 버스 픽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거절했다. 그 아저씨는 여행 잘 했을까나.
- 고요한 고대에서 빠져나오면 이렇게 시끌한 일상이 기다린다 -
7시에 서비스 버스가 픽업하러 오니까 호텔에 돌아가 맡겨놓은 가방 챙기고 저녁먹기도 시간이 좀 빠듯하다. 서둘러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낭을 찾으러 돌아가는 길, 어제 저녁을 먹었던 노란 레스토랑의 그 느끼 매니저가 아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잠시 와보라고 계속 손짓을.
나는 인사나 하려나보다 싶어 잠시 들렀는데 명함을 쥐어준다. 아아, 또냐. 간단하게 악수나 하고 떼어내야겠다 싶어 내미는 손을 잡았는데 으아으아 이 자식이 손등에 키스를! 너 죽었어! 아니지, 이러다 느끼해서 내가 죽을 것 같구나. 더 있다가는 볼에도 뽀뽀할 기세라서 얼른 바이바이하고 도망치듯 달렸다.
칫, 레스토랑 맛있다고 광고해줄랬더니 뿡이다!
맡겨놓은 가방을 찾고 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좀 닦아내고 의자에 앉아 10분을 쉬다가 이영차 배낭을 매고 호텔문을 다시 나선다. 아까는 내리막이었는데 이번에는 10킬로 배낭을 매고 오르막이다. 아이고야.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술탄아흐멧 거리로 나갔다. 가벼운 차림의 여행객들이 어찌나 부러운지. 배낭매고 멀리 맛집찾아 돌아다니기도 귀찮아 큰길에서 조금 안쪽의 골목길에 있는 깔끔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배낭을 내렸다. 길에 놓여진 테이블이 맘에 들었거든.
터키식 피자인 피데와 콜라를 주문하고 담배를 한대 피워문다. 아아 이제서야 하루가 저무는 느낌이 난다. 우습고도 즐거운 하루였어.
피데를 다 먹는 동안 이 레스토랑의 웨이터 세명이 번갈아가며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데 이제는 조금 지겹다. 차라리 한꺼번에 몰려와 질문해주면 안될까나요?
7시를 10분 앞두고 계산을 마치고 다시 배낭을 매었다. 일주일 후에 당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하루에도 몇번은 내뱉었을 작업 멘트를 뒤로하고 여행사 앞으로. 뭐 그래봐야 몇미터 안떨어져 있지만.
근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 여행사는 트램이 상시로 다니는 좁은 도로변에 있는데 어떻게 버스가 우리를 픽업하지? 아무리 봐도 차를 주차시킬 공간은 없는데?
머리를 갸웃거리며 의심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나보다 더 큰 배낭을 옆에 놓고 길가에 앉아있는 금발머리의 기다란 청년이 보였다. 아무래도 직감에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 싶으다.
청년 옆에 슬쩍 다가가보니 빙고! 나랑 같은 버스표를 쥐고있다. 'Same ticket' 한마디에 청년, 얼굴이 환해진다. 아일랜드에서 온 대학생인 그 역시 나와 똑같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트램이 다니는데 버스가 어찌 주차할까.
둘이 나란히 앉아 뭐 설마 사기야 당하겠냐 불안을 반띵하며 토닥이고 있는데 건너편 여행사 앞에 한무더기의 한국인들이 웅성거린다. 아하, 쟤네들도 똑같은 티켓을 쥐고 고민하고 있군.
고민도 할만한게 7시에 온다던 버스는 7시를 15분 지난 시각까지 전혀 기미도 안보이고 있는 것이다. 슬슬 심히 불안하다. 결국 7시 30분을 넘기면서 같은 티켓을 쥔 나와 아일랜드 청년과 한국인 커플, 한국인 복학생 3인조는 한데 뭉쳤다.
만약에 버스 사기면 고발하겠다고 커플은 디카로 여행사 간판도 찍는다. 복학생 3인조는 지나가던 경찰을 붙잡고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가 안절부절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는지 여행사 옆집 레스토랑 웨이터가 참견을 한다. '너무 걱정하지마. 늘상 있는 일이야'
아니! 근데 버스 시간은 8시 30분이고 지금은 7시 50분인걸요? 여기서 오토갈(터미널)까지는 40분도 더 걸리는걸? 이라고 반문하려던 찰나, 온다 저기 버스회사 아저씨.
아아, 살았군요 살았어. 이대로 사기당하고 다시 하루를 이스탄불에서 보내야하는 줄로만 알았답니다.
정작 버스는 히포드롬 앞쪽에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온갖 여행사를 돌며 불안에 떨며 주저앉아 있는 여행자들을 주워가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담 미리미리 히포드롬 앞으로 오라고 하면 좀 좋아.
버스 예약표를 좌석이 써있는 진짜 티켓으로 바꾸고 버스는 8시 5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아! 목베개는 꺼냈는데 무릎담요를 깜빡하고 꺼내지 않았군. 밤새 춥겠다.
여행자로 버스가 꽉 차서인지 오토갈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달리는 버스. 서비스 버스 안온다고 오토갈로 갔으면 정말 뭐 될뻔했다.
40분을 달리던 버스는 이스탄불 외각의 한 작은 오토갈에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웅성웅성. 이제는 아까의 그 불안에 떨던 7인조가 완전 친해져버렸다. 복학생 3인조와는 카파도키아까지 인연이 이어지게 되지.
중국의 만만디보다는 덜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은 대충 문화인가보다 어쩌구 저쩌구 토론하며 작은 오토갈에서 담소를 나눈다. 10시가 되니 차가 부르릉, 이제 진짜 떠나는가봐.
잘도 달린다. 웅웅 거리는 엔진소리가 달콤하다. 적당히 바람빠진 목베개에 고개를 떨구고 잠을 청한다.
자, 내일은 그렇게 고대하던 카파도키아다. 눈을 뜨면 다른 세상인거야.

- 산책하기 좋았던 길 -

- 첫번째 문에 작은 꽃이 자랐다 -

- 매끈하니 멋졌어 -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궁전의 첫번째 문을 지나 만나는 제 1정원. 아름드리 나무와 벤치로 꾸며진 이 정원은 예전부터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있던 공간이라서 정식적으로 궁전이라 치지 않는단다. 매표소도 제 1정원의 끝쪽에 두번째 문의 앞에 자리잡고 있다.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렸다. 줄이 무지하게 긴데도 도무지 줄어들 생각을 안한다. 30분 이상을 기다려 내차례가 되었을 때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 매표소 직원들이 세월아 네월아 하며 돈을 세고 밍기적거리고 있는 것.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자면 답답증에 걸려 숨이 넘어갈 것 같다.
암튼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손에 넣은 티켓이다. 자자, 궁전 구경에 나서볼까.

-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두번째 문 -
두번째 문에 들어서고 만나는 제 2정원은 정말 잘 정돈된 잔디밭에 오랜 시간 햇빛을 받고 자라 쭉 뻗은 나무들로 보기에도 시원했다. 제 2정원의 오른쪽에는 긴 회랑을 따라 왕의 부엌이 있었단다. 뭘 만드는 방, 뭘 하는 방 복잡도 하다. 과자인 로쿰을 만드는 요리사만 100명이 넘게 있었다나 뭐라나. 그렇게 단거 많이 먹으니 배가 볼록 나오는 것이지요 술탄.
회랑을 따라 예전에 걸려있었던 문자판도 보이고, 부엌 안에는 왕의 식탁 그림도 전시되어 있고 솥단지니 은식기니 하는 것들도 주루룩 전시가 되어있다. 문득 대장금이 생각나네. 훗훗 예전 이 부엌에도 술탄의 총애를 건 암투가 있었을까나?

- 오래된 밝은 정원 -

- 나, 이 글씨들이 너무 좋아 -

- 부엌의 길 -

- 햇살이 너무 좋아 좀 무서운 얼굴 -
부엌을 마주보고 있는 정원의 왼쪽에는 그 유명한 '하렘'의 입구가 있었다. 하렘을 구경하려면 표를 따로 사고, 시간 간격을 두고 가이드를 따라 구경해야 하는데, 세상에나 매표소앞에 저 드글드글한 사람들 좀 보게나. 하렘을 보기 위해서만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해주었다. 아쉽지만 어쩌랴. 저 많은 사람들은 모두 그 타락한 하렘의 전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지.
햇살이 너무 좋아 제 2정원을 한바퀴 쭈욱 돌아 세번째 문앞에 오기까지 땀을 몇번이고 훔쳐내야했다. 비가 내렸던 것이 한 옛날의 일같다.
세번째 문 앞에는 그늘에 몸을 숨기고 궁전의 이곳저곳에 대해 공부하는 관광객들을 꽤나 볼 수 있었다. 아, 나도 땀 좀 식힐 겸 공부도 할겸 그곳에 동참한다. 평상에 앉아 책읽는 기분이 드네.
- 번쩍거리는 하렘의 닫혀진 입구 -
- 세번째 문, 여기서부터는 높으신 분들만 출입가능했다나요 -
- 그치만 지금은 여행자의 평상 -
제 3정원에는 그 유명한 보물관이 있다. 술탄의 보물이라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노리는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루비가 숭숭 박힌 단도가 아니던가?
과연, 있었다. 보석이 숭숭 박히다 못해 완전 뒤덥힌 초승달 단도가! 게다가 아기 주먹만한 휘황찬란한 물방울 무늬 다이아몬드도 있었고, 온통 보석으로 치장되어 흔들기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 요람이라던가, 달면 무거워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귀걸이라던가 기타등등 보석이 넘쳐나 어디라도 박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보물들이 가득했다.
흠흠, 나야 별로 보석에 관심을 두지 않아 그저 크네 비싸겠네 정도의 감성으로 훑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애기주먹 다이아몬드가 터키에서 가장 큰 감동이었다는 아주머니도 있더라.
- 보물은 못찍고 대신 타이머 셀카라도;; -
- 균형 -
- 디테일의 감동 -
- 곱슬머리에 대한 환상 -
- 통통한 볼에 대한 애정 -
제 3정원을 빠져나오니 배가 막막 고파져온다. 시간을 보니 벌써 2시 반을 지난 시각. 아침에 빵 쪼금 먹고 비맞고 소매치기 당하고 술탄아흐멧을 헤집고 다녔으니 배가 고파도 한참 고팠다.
밥부터 먹어야지 생각하며 제 4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때마침 다섯개의 돛을 활짝 펼친 유람선이 눈에 잡혀 나도 모르게 바다쪽으로 달렸다. 흠흠 훌륭한 포토타임. 놓칠 수 없으니 이것만 찍고 밥먹어야겠습니다.
- 엽서용 사진 -
- 희미한 성곽이 웅장했을 몇백년전에도 바다는 같은 색이었을까 -
- 그나마 제대로 찍어준 사진, 금발 아줌마 쌩큐 -
요트가 사라져갈 즈음 때맞춰 배에서 밥달라고 아우성. 곧바로 유명한 코냘리 레스토랑으로 GoGo~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제 4정원은 배를 채우고 보지 뭐.
오래된 건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니 테라스의 정원으로 연결된다. 그곳으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테라스의 식당은 정말이지 바다를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안경쓴 맘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자리는 사람이 가득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약간 안쪽자리다. 그래도 바다는 넓어서 다 보이는걸.
샐러드와 고기를 얇게 펴서 만든 도네르 케밥, 그리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궁전 안의 식당인 만큼 비싸기야 좀 비쌌지만, 이만한 배경과 분위기라니, 별로 돈은 아깝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샐러드가 나오고 각종 드레싱도 가져다준다. 갓나온 도네르 케밥은 정말정말 맛있었고(터키에서 먹은 음식 중, 여기가 젤 맛났다) 배고픈 나는 그릇을 싹싹 비웠다.
혼자 참 잘도 먹는다. 암, 잘 먹어야지.
친절한 아저씨가 혼자 여행하냐며 서비스로 차이(티)랑 로쿰도 서비스로 내준다. 아잉~ 아자씨 멋쟁이!
디저트로 준 로쿰은 설탕에 졸인 살구안에 호두를 넣은 것. 죽을만큼 달았다. 맛은 그 곶감안에 호두넣은 그거랑 비슷했구나.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데 여지없이 젊은 웨이터 한명이 따라붙는다. 저녁에 술한잔 하자는군. 여어- 나는 오늘 밤에 카파도키아로 날라버리는걸?
- 레스토랑의 입구, 건물의 아래로 테라스가 있다 -
- 뭘 시키든 빵은 준다 -
- 라뷧! 신선한 야채 샐러드. 드레싱은 마음대로 -
- 진짜 맛있었던 도네르 케밥 -
- 서비스로 받은 진한 차이 -
- 두개 먹었다간 달아 죽었을, 로쿰 -
부른 배로 여유롭게 둘러본 제 4정원은 멋진 전망이 아기자기 좋았다. 작은 연못도 있고 멀리로는 슐레마니에 자미도 보이고, 바다도 보인다. 황금색 지붕을 가진 제단은 술탄이 라마단을 끝내고 첫 식사를 하던 곳이라나 뭐라나. 암튼 이곳이 톱카피 궁전의 베스트 포토존입니다요.
하얀벽의 푸른 타일들도 시원하고 구름이 지나가는 하늘도 예쁘고 배가 부르니 뭐든 멋져보이네 그려.
- 녹색의 작은 연못 -
- 이스탄불이 멋진 이유, 사원의 실루엣 -
- 베스트 포토존인만큼 북적북적 -
- 타일의 문양을 사랑해 -
- 배부르고 기분좋아 찍은 타이머 셀프(지만 기분나빠 보인다) -
- 저 짙푸른 색이야말로 터키 -
- 하늘이 멋졌다구 -
- 실은 저 뒤의 타일에 딱 붙어 찍고 싶었다 -
- 아쉬운 마음에 올려다본 창문 -
여유롭게 정원을 돌며 사진찍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가 가까워져온다. 아이구야, 고고학 박물관은 5시에 문을 닫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궁전을 빠져나온다. 첫번째 정원부터 네번째 정원까지 올라오는 길은 무려 세시간이 걸렸는데 내려가는 길은 5분밖에 안걸리다니.
톱카피 궁전에서 나오는 입구 바로 옆에 박물관으로 가는 돌길이 있다. 길 자체가 너무 예뻐서 매력적인 곳. 나무들로 적당한 그늘이 만들어져 있고 저 멀리 박물관의 입구가 있다.
박물관의 티켓박스 앞에 섰을 때가 딱 4시 10분전. 한시간 밖에 여유시간이 없어 히타이트 전시관은 지나치고 각종 고고학 조각품들과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묘가 있는 본건물로 향했다.
웅장한 것이 맘에든다. 그리고 입구 옆에 나를 반기는 슬픈 목없는 여인상도.
- 박물관 가는 길 -
- 웅장하니 있어보이는 박물관 -
- 목이 없어 슬픈 여인이여 -
고고학 박물관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지만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곳이다. 그 귀중한 그리스 로마 비잔틴 시대의 예술품과 유적들이 보관되어 있으면서도 유리로 가려놓지도 사진을 못찍게 막지도 않는다. 한껏 가까이서 그 살아움직일 것만 같은 조각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나란히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달달 외우고 다녔던 어린시절을 가진 나에게 이 곳은 너무나 멋지고 환상적인 신화세계였다.
아아, 이 멋진 인체비례라니!
- 반인반사(?) -
- 엉덩이가 생김과 달리 귀여워서; -
엄청나게 많은 조각들을 지나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면 그 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미라가 나오고 그 몇개의 석관묘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가장 안쪽에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묘로 알려진 거대한 묘가 유리 안에 조명을 받으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 이 묘가 알렉산더 대왕의 마지막 안식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치 내가 신화속 인물과 악수하는 기분이 든다.
- 마지막 안식처 -
- 알렉산더 대왕, 명성만큼 아름다웠던 -
본관은 꽤나 미로같은 구조라 방을 빠져나오면 또 어딘가로 이어진다. 비잔티움의 방에는 세계사 시간에 자주 봤던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가 크게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여를 헤매고 다녔을까 이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문 닫을 채비를 한다.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뒤에 No Enter 크로스바를 쳐버리네. 아이고,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 탐험자인가보다.
네네, 아자씨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나이다.
- 비잔틴의 모자이크 -
아쉬운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급하게 박물관을 빠져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아, 알고보니 아침에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아저씨구랴. 호텔팩으로 왔는데 아저씨도 마누라 자식 떼어놓고 혼자 왔단다.
시원한거 사준다는 것을 아쉽지만 버스 픽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거절했다. 그 아저씨는 여행 잘 했을까나.
- 고요한 고대에서 빠져나오면 이렇게 시끌한 일상이 기다린다 -
7시에 서비스 버스가 픽업하러 오니까 호텔에 돌아가 맡겨놓은 가방 챙기고 저녁먹기도 시간이 좀 빠듯하다. 서둘러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낭을 찾으러 돌아가는 길, 어제 저녁을 먹었던 노란 레스토랑의 그 느끼 매니저가 아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잠시 와보라고 계속 손짓을.
나는 인사나 하려나보다 싶어 잠시 들렀는데 명함을 쥐어준다. 아아, 또냐. 간단하게 악수나 하고 떼어내야겠다 싶어 내미는 손을 잡았는데 으아으아 이 자식이 손등에 키스를! 너 죽었어! 아니지, 이러다 느끼해서 내가 죽을 것 같구나. 더 있다가는 볼에도 뽀뽀할 기세라서 얼른 바이바이하고 도망치듯 달렸다.
칫, 레스토랑 맛있다고 광고해줄랬더니 뿡이다!
맡겨놓은 가방을 찾고 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좀 닦아내고 의자에 앉아 10분을 쉬다가 이영차 배낭을 매고 호텔문을 다시 나선다. 아까는 내리막이었는데 이번에는 10킬로 배낭을 매고 오르막이다. 아이고야.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술탄아흐멧 거리로 나갔다. 가벼운 차림의 여행객들이 어찌나 부러운지. 배낭매고 멀리 맛집찾아 돌아다니기도 귀찮아 큰길에서 조금 안쪽의 골목길에 있는 깔끔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배낭을 내렸다. 길에 놓여진 테이블이 맘에 들었거든.
터키식 피자인 피데와 콜라를 주문하고 담배를 한대 피워문다. 아아 이제서야 하루가 저무는 느낌이 난다. 우습고도 즐거운 하루였어.
피데를 다 먹는 동안 이 레스토랑의 웨이터 세명이 번갈아가며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데 이제는 조금 지겹다. 차라리 한꺼번에 몰려와 질문해주면 안될까나요?
7시를 10분 앞두고 계산을 마치고 다시 배낭을 매었다. 일주일 후에 당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하루에도 몇번은 내뱉었을 작업 멘트를 뒤로하고 여행사 앞으로. 뭐 그래봐야 몇미터 안떨어져 있지만.
근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 여행사는 트램이 상시로 다니는 좁은 도로변에 있는데 어떻게 버스가 우리를 픽업하지? 아무리 봐도 차를 주차시킬 공간은 없는데?
머리를 갸웃거리며 의심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나보다 더 큰 배낭을 옆에 놓고 길가에 앉아있는 금발머리의 기다란 청년이 보였다. 아무래도 직감에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 싶으다.
청년 옆에 슬쩍 다가가보니 빙고! 나랑 같은 버스표를 쥐고있다. 'Same ticket' 한마디에 청년, 얼굴이 환해진다. 아일랜드에서 온 대학생인 그 역시 나와 똑같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트램이 다니는데 버스가 어찌 주차할까.
둘이 나란히 앉아 뭐 설마 사기야 당하겠냐 불안을 반띵하며 토닥이고 있는데 건너편 여행사 앞에 한무더기의 한국인들이 웅성거린다. 아하, 쟤네들도 똑같은 티켓을 쥐고 고민하고 있군.
고민도 할만한게 7시에 온다던 버스는 7시를 15분 지난 시각까지 전혀 기미도 안보이고 있는 것이다. 슬슬 심히 불안하다. 결국 7시 30분을 넘기면서 같은 티켓을 쥔 나와 아일랜드 청년과 한국인 커플, 한국인 복학생 3인조는 한데 뭉쳤다.
만약에 버스 사기면 고발하겠다고 커플은 디카로 여행사 간판도 찍는다. 복학생 3인조는 지나가던 경찰을 붙잡고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가 안절부절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는지 여행사 옆집 레스토랑 웨이터가 참견을 한다. '너무 걱정하지마. 늘상 있는 일이야'
아니! 근데 버스 시간은 8시 30분이고 지금은 7시 50분인걸요? 여기서 오토갈(터미널)까지는 40분도 더 걸리는걸? 이라고 반문하려던 찰나, 온다 저기 버스회사 아저씨.
아아, 살았군요 살았어. 이대로 사기당하고 다시 하루를 이스탄불에서 보내야하는 줄로만 알았답니다.
정작 버스는 히포드롬 앞쪽에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온갖 여행사를 돌며 불안에 떨며 주저앉아 있는 여행자들을 주워가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담 미리미리 히포드롬 앞으로 오라고 하면 좀 좋아.
버스 예약표를 좌석이 써있는 진짜 티켓으로 바꾸고 버스는 8시 5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아! 목베개는 꺼냈는데 무릎담요를 깜빡하고 꺼내지 않았군. 밤새 춥겠다.
여행자로 버스가 꽉 차서인지 오토갈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달리는 버스. 서비스 버스 안온다고 오토갈로 갔으면 정말 뭐 될뻔했다.
40분을 달리던 버스는 이스탄불 외각의 한 작은 오토갈에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웅성웅성. 이제는 아까의 그 불안에 떨던 7인조가 완전 친해져버렸다. 복학생 3인조와는 카파도키아까지 인연이 이어지게 되지.
중국의 만만디보다는 덜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은 대충 문화인가보다 어쩌구 저쩌구 토론하며 작은 오토갈에서 담소를 나눈다. 10시가 되니 차가 부르릉, 이제 진짜 떠나는가봐.
잘도 달린다. 웅웅 거리는 엔진소리가 달콤하다. 적당히 바람빠진 목베개에 고개를 떨구고 잠을 청한다.
자, 내일은 그렇게 고대하던 카파도키아다. 눈을 뜨면 다른 세상인거야.
# by | 2005/08/23 00:02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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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여성에 대한 친절과 작업이 일상인가 봅니다. 아니면 니야님이 정말 아름다우셔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요. 어찌 그리 가는 곳마다.... ^^
아~언니는 강철로 된 무지개로 만든 옷이라도 입고 다니시는건가요..
부럽..;;
패키지가 아닌 배낭으로 다녀오셨군요.. 흠..경비가 어느정도 들었는지 궁금해요~+_+
언넝언넝 올려주세요 나머지 여행기~~
아직 두달이 지난 본인 여행기도 안 올린 위인.-_-;;
_권_ / 가는 곳마다..그런 것은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Nariel / 아잉, 쓰러지면 어쩌요
kueilove / 무엇이? 왕궁이?
쏘이 / 돌아와서 한참 힘들었다구.
시리우스 / 네, 정말 멋졌어요
메르키제데크 / 맛있죠 터키 음식. 훗훗훗
첫비행 / 내년에는 꼭! 입니다.
skalsy85 / 야근이 태클중입니다. ^^
부럽습니다다아... ㅠ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라입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쿠르드 족에게 좀 더
관용을 베풀었으면 해요.
marlowe / 쿠르드족과의 관계는 무척 민감한 문제더군요.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