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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ng]독립 혹은 자립 - 자긍심


나는 지금 현재 독립하여 살고있다. 서류상으로도 명백하여 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보면 단 하나의 이름만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독립' 하였냐 라고 물으면 그게 상황에 의해 부모곁을 떠나 하숙생활을 시작했던 열아홉부터인지, 직장을 얻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었던 스물세살부터인지 좀 헷갈린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의 질문에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인 열아홉부터고, 독립한 것은 경제력을 가지게 된 스물세살부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내가 가진 '독립 혹은 자립' 의 기준은 스스로의 생활을 책임지게 된 순간부터다. 그런 의미로 친한 친구 하나는 나에게 '생활인'이라는 호칭을 쓴다. 생활인. 스스로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 쉽고도 뿌듯한 단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홀로 살고 싶어 하는 꿈많은 소녀들을 냉정하게 다그친다. '정말 좋겠어요. 부모님 간섭 안받고 혼자 살잖아요. 저도 혼자 살고 싶어요.' 라고 눈망울을 반짝이면 이야기하는 그들의 반수 이상은 아마 '혼자사는 독신 여성' 의 화려한 이미지를 머리속에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실제 나도 독립전에 그랬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깔끔하고 넓은 오피스텔, 아침은 은은한 향의 커피와 토스트일 것이고, 노트북과 책들이 놓여있는 책상과 음질 좋은 오디오와 아기자기한 소품들. 드라마에서 늘 '독신여성'의 생활공간으로 나오는 광고차원의 뽀샤시 이미지들이 날아다니고 있지는 않을까. 근데, 그렇게 사는데 드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건데?

그래, 솔직히 대답하자. 응 독립해서 혼자 사니까 좋아요. 근데 늘 월세내는 날이 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한숨만 푹푹 쉬죠. 역시 부동산이 돈을 번다 생각하면서. 그 낡고 코딱지만한 방이 왜 이리 비싼지. 전기세 가스비 내는 것 깜빡해서 '공급중지예고장' 이 붙어있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가슴 떨려해요. 청소가 취미가 아닌 이상 늘 어질러진 책상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죠. 커피와 토스트? 성욕감퇴 콘프레이크 먹기에도 시간 없는걸요. 냉장고에 물이나 채워넣으면 다행이지. 중국집도 짜장면 하나 시켜면 싫어해요. 게다가 배달맨이 무섭기도 하고. 빨래는 또 왜 이리 많이 쌓이는 거야. 화장실 휴지 사다놓는 것 깜빡해서 난감한 경우는 정말 죽고싶다구요. 치약하고 샴푸는 왜 이리 자주 떨어지는건데. 맘먹고 대형마트에라도 가는 날이면 생필품이라고 이름붙은 것들이 왜 이리 비싸? 형광등 나가고, 변기 막히고, 냉장고 웅웅거리고 그거 다 뚝딱거리며 혼자 고쳐요. 너무너무 아픈데 아무도 없어요. 혼자 담요를 뒤집어쓰고 죽만드는 기분 생각해봤어요? 통장 잔고 '0' 의 숫자를 보면 정말 죽고싶죠. 월급날은 일주일 남았는데 뭐먹고 사나 싶어 하늘이 노래요. 의도치않은 다이어트를 해야하죠. 장마철의 반지하방은 정말이지 지옥이에요. 벽마다 곰팡이 꽃이 전염병처럼 퍼진다구요. 간혹은 방에 물이 차기도 하고.
이거 다 내 얘기에요. 아름다운 독립.

부모님에게 손벌려 생활비 타가면서 독립한다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독립 생활이 마냥 자유롭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꿈꾸는 사람들을 나는 가끔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독립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그건 확인과 확신이다. 구질구질하든 풍족하지 못하든 혼자 살아갈 능력과 그 '홀로있음'을 버틸 수 있는 정신의 소유자라는 확인과 그에 따라오는 자긍심.
위의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구르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 스스로도 제대로 살 수 있음, 그리하여 나는 온전한 개체이며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고 누구의 간섭과 강요를 받지 않으며 그 스스로 가치를 갖는다. 그것이 내가 귀가하고 싶은 시각에 귀가할 수 있는 자유,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자유,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 즐거움, 눈치 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기쁨, 벗고 돌아다닐 수 있는 해방감에 우선한다고 믿는다.


by 니야 | 2006/02/16 14:04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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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스킴 at 2006/02/16 15:08
오우,나도 오늘 '혼자사는 것에대한.. 공포?'에 대해서 실감하는중이었는데.ㅎㅎ 한달 전 내 등짝에서 홀로 자라난 종기가, 어느새 알 수 없는 상처가 되어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죠. 손이 닿지 않는, 그리 은밀하지도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연고바르고 드레싱 해줘야한다는 의사님의 선고(?)를 듣고,..그렇다고 '나혼자 살아요.." 할 순없잔아..ㅠㅠ 결혼을 하거나,동거를 해야 할 손꼽을 만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하기엔, 너무 어이없이 절박하더라는.. 집에와서 드레싱을 혼자 할 방법 생각하다가 미친듯이 혼자 웃었다는..ㅎㅎㅎㅎㅎ
Commented by _권_ at 2006/02/16 15:12
광고는 재미있습니다. 종종 TV를 볼 때 본 프로그램 보다 광고가 더 재미있을 때가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광고 속의 거짓말들에는 진저리가 납니다.

언제나 독립을 꿈꾸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한 달 생활비가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도 취직하면 얼마만큼의 돈을 얼마동안 모아서 독립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독립이고 뭐고 자꾸 취직 대신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라와서 문제입니다.
Commented by Dummy at 2006/02/16 15:18
:) 그래도 잘 살아 가고 있자나요? 헤헤
Commented by 레이 at 2006/02/16 15:47
으아 진정 공감 가는 글입니다.저도 독립한지 3년이 넘어 가는데 (물론 경제적으로 부모님과 완전히 독립) 가끔 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들에게 "나도 시집 가기 전에 혼자 살아보고 싶다" 라는 부러운 눈초리를 받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전 웃으면서 말 해줍니다."나오는 순간 돈구뎅이다" -_-;
이미 혼자 사는게 너무 편해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매달 꼬박꼬박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방값내는 날과 카드값 내는 날 그리고 약속이나 한듯 같이 바닥나 주시는 생필품들을 보면 진정 손이 부들부들 떨리죠.
"아아 내 피같은 돈들아!" T_T;
Commented by 이채 at 2006/02/16 16:04
공감공감공감 +_+
Commented by ☆*깨*☆ at 2006/02/16 17:02
혼자 잠시 살아본 적이 있는데 정말 최악은 먹는거더라구요. 특히 나중엔 과일이나 채소등 좀 파릇파릇한 것들엔 환장하게 됐다는-_-; 귀찮고 시간 없고 그래서 밥챙겨먹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싱싱한것들도 많이 드시고 잘 사세요!
Commented by 첫비행 at 2006/02/16 17:51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ㅡㅡ; 특히나 아플 때는 정말 서럽죠.
Commented by 닐스 at 2006/02/16 18:52
저는 아직 경제적 독립도 하기 전인데 혼자 사는게 버거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집이 경기돈데 학교다니기 멀다고 하숙하는 후배들을 보면 '복에 겨워 저런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단련해서 진정한 의미의 '생활인'이 되어야 할텐데요.(과연;)
Commented by 제드 at 2006/02/16 21:34
역시 혼자 사는건 힘들어요.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02/16 22:49
밥과 빨래. 이것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_-;
Commented by 퍼플 at 2006/02/17 08:50
독립은 경제적 자립이 전제되지 않으면 허울일 뿐이죠.
20대 후반이 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사실이예요.
Commented by 니야 at 2006/02/17 11:30
미스킴 /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_권_ / 네, 한달 생활비 다 계산하면 어마어마하죠
Dummy / 그러니 싱글들은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레이 / 저는 이제 7년째인가요. 아우 돈잡아먹는 귀신이죠
이채 / 후후후훗!
깨 / 과일이 필요해 엉엉
첫비행 / 네, 너무너무 서럽죠
닐스 / 오히려 돈 걱정 없는 혼자살기는 자유로움이 부각되어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제드 / 네, 역시나.
달바람 / 저는 청소까지 추가
퍼플 / 네, 정말 겪어봐야 안다니까요
Commented by neogig at 2006/02/17 17:14
동감 백만!! ㅠ.ㅜ
Commented by 시리우스 at 2006/02/17 19:23
혼자 산 적도, '독립' 이라는 것은 더더욱 해본적 없는 저이지만 나름대로 고3때 두달동안 부모님없이 혼자 집안일하고 학교다니고 그랬던 적이 있어요. 고3때 학교끝나자마자 레슨갔다가 밤 12시에 집에와서 혼자 빨래하고 청소하고 빨래다되면 널고 설겆이 하고 다음날 동생이랑 먹을 아침해놓고 씻고 나름대로 고3이니까 공부란걸 하다 자고 다음날 되면 아침밥하고 빨래개고 학교가고 그랬었거든요. 고3이란 압박감속에 정말 힘들어서 죽고싶었었는데....;; 그때 광고, 영화,드라마에서 보았던 혼자산다는 것에 대한 환상뿐인 로망을 깼습니다 -_-;; 니야님의 냉정하면서도(나쁜 의미 아니에요~) 솔직한 글이 정말 무언가 배운 느낌이에요.
Commented by 라엘 at 2006/02/20 09:20
완전 공감!!!!!!!!!!!! 게다가 혼자 사는 여자라는게 알려지면, 이상한 일도 종종 생기구요. 일부러 가족과 함께 사는 척 페이크를 써야 할 때도 있구요. 매달 내는 월세 땜에 돈이 안모이죠... 사람들은 이때까지 월급 받아 뭐했어? 라고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흥! 가족없이 혼자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 단칸방 시절이었던 10년 전 생각하면, 정말 까마득하죠... 저는 후배들이 독립한다 그러면, 무조건 가족과 함께 등비비고 살라고 합니다. 그게 의식주 비용 아껴 잘사는 지름길이며 정서적으로도 도움되고, 밥도 더 먹게 되는 길이니까요. 켁. 너무 열변을 토했네 =ㅁ=
Commented by 니야 at 2006/02/20 10:03
neogig / 단결하라!
시리우스 / 그치만 언젠가는 또 독립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라엘 / 돈벌려면 집에서 사는게 최고죠
Commented by 하지메 at 2006/02/21 01:29
정말 공감이예요! 집 떠나 2년 살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편하던지.
그런데 그 편함이 울 어무이 노동력 빼서 생긴 편함이라는 건 영 마음에 걸려요. 휴우.
Commented by 니야 at 2006/02/21 09:58
하지메 / 네, 엄마는 위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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