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의 아뜰리에

중학교 3학년때, 담임에게 반항하다 갇혀버린
교무실 구석의 창고
그곳은 교감선생님의 아뜰리에이기도 했는데
아직 미완성인 여인의 누드가 한켠에 세워져있었다
가슴은 좀 작다 싶었지만
풍만한 허벅지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나는 그 미완성의 그림을 보면서
반성의 글을 가득 채우라고 받은 칙칙한 갱지에
'반성할 일이 없다' 라고 단 한줄을 정성들여 썼드랬다
여백이 매우 곱게 나왔었지

그 후로 여백만큼이나 긴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루에 한번씩 드나들었던 그 창고 아뜰리에
점점 완성되어가는 누드
창문으로 비춰드는 먼지 낀 햇살이
빈 갱지와 기계적으로 펜을 돌리고 있는 내 손에 닿을 때마다
나는 긴 숨을 내쉬며 한가로히 여유로운 시간에 마음이 흡족해졌다

그림에 서명이 쓰여지던 그 날
나는 더 이상 빈 갱지를 마주하지 않았고
한가롭고 평화롭던 그 아뜰리에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었다

반성문은 끝내 미완성이었고
위험한 아이, 라는 주홍글씨로 대신하였다

교무실의 아뜰리에
그곳은 내 조그만 의식의 인큐베이터

가끔씩 그립다. 그 풍만한 허벅지의 여인이

by niya | 2004/08/11 12:28 | 낯선 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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