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3월 05일
아이쿠, 봄이구나
겨우내 꽁꽁 닫아놓았던 창문을 오랫만에 열었다. 늘상 드리워져있던 물방울 무늬 커튼도 활짝 젖혀놓았다. 너저분한 잡동사니들이 산을 이루었던 책상을 정리하고 방안 청소를 한다. 구석구석 깃털처럼 내려앉은 고양이의 털들을 잡아내는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내 이 녀석들의 털을 얼마나 먹었을지 상상도 안된다. 가끔 녀석들에게 헤어볼 사료를 내줄때면 나도 같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쿨럭쿨럭 털 뭉치를 토해내는 일이 있어도 전혀 놀랍지 않을테지.
휴일의 일상, 청소를 하고 가볍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가든가 아니면 소설을 읽는다. 오늘은 영화다. 브로크백 마운틴. 미리 손수건을 챙긴다. 영화를 볼때면 유독 눈물이 많아지는 나는, 어느 새 영화관에 갈 때 손수건을 챙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닦아줄 사람이 없으니 소매깃에 얼룩을 남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창문 앞에 서서 바깥 공기를 가늠한다. 서늘한 기운 대신 따스한 기운이 코끝에 닿는 것을 보면 오늘은 겨울 코트를 벗어도 좋을 것 같다. 얼마전에 산 아방가르드풍의 화려하고 풍성한 치마위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가벼운 조끼를 걸친다.그리고 짧은 진 자켓으로 마무리한다. 아아 가볍구나.
혹시나 목덜미가 스산하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유리문을 여는 순간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뻐한다. 자켓까지 벗어버려도 좋을 날씨였다. 맨발이 어울리는 날씨다.
새삼.
아이쿠, 봄이구나. 아이쿠.
나의 첫키스는 봄이었다.
학교가 다 내려다보이는 뒷산의 산책로. 가끔 야구부 선수들이 훈련 코스로 뛰어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호젓한 그런 산책로였다. 우연히 발견한 이 산책로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나는 두시간쯤의 공강이 생기면 자주 이곳에 올랐다. 나무들 사이로 봄볕이 내리는 것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더랬다. 봄 냄새가 나는 그런 곳.
첫 연애의 설렘이 아직 가지시 않았을 그 무렵, 좁은 흙길을 나란히 걸었다. 학교와 신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뼘의 사이를 두고 앉아서 깊은 숨을 쉬고, 기분좋게 다리를 뻗었다. 막 따가워지기 시작한 봄볕을 이마에 붙이고 입술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몇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봄볕이 입술로 내려올 무렵 우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첫키스를 나누었다. 봄처럼 수줍었고 기분 좋았었어.
첫 키스의 봄을 건너고 건너 눈을 뜨고 바라본 오늘의 봄볕은 그때처럼 수줍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분 좋다. 오늘의 봄볕을 콧잔등에 붙이고 살짝 찡그려본다. 아하하하 실없이 웃어도 본다.
벌써 십년인데, 그래도 여전히 봄이오면 새삼.
아이쿠, 봄이구나. 아이쿠.
휴일의 일상, 청소를 하고 가볍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가든가 아니면 소설을 읽는다. 오늘은 영화다. 브로크백 마운틴. 미리 손수건을 챙긴다. 영화를 볼때면 유독 눈물이 많아지는 나는, 어느 새 영화관에 갈 때 손수건을 챙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닦아줄 사람이 없으니 소매깃에 얼룩을 남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창문 앞에 서서 바깥 공기를 가늠한다. 서늘한 기운 대신 따스한 기운이 코끝에 닿는 것을 보면 오늘은 겨울 코트를 벗어도 좋을 것 같다. 얼마전에 산 아방가르드풍의 화려하고 풍성한 치마위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가벼운 조끼를 걸친다.그리고 짧은 진 자켓으로 마무리한다. 아아 가볍구나.
혹시나 목덜미가 스산하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유리문을 여는 순간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뻐한다. 자켓까지 벗어버려도 좋을 날씨였다. 맨발이 어울리는 날씨다.
새삼.
아이쿠, 봄이구나. 아이쿠.
나의 첫키스는 봄이었다.
학교가 다 내려다보이는 뒷산의 산책로. 가끔 야구부 선수들이 훈련 코스로 뛰어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호젓한 그런 산책로였다. 우연히 발견한 이 산책로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나는 두시간쯤의 공강이 생기면 자주 이곳에 올랐다. 나무들 사이로 봄볕이 내리는 것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더랬다. 봄 냄새가 나는 그런 곳.
첫 연애의 설렘이 아직 가지시 않았을 그 무렵, 좁은 흙길을 나란히 걸었다. 학교와 신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뼘의 사이를 두고 앉아서 깊은 숨을 쉬고, 기분좋게 다리를 뻗었다. 막 따가워지기 시작한 봄볕을 이마에 붙이고 입술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몇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봄볕이 입술로 내려올 무렵 우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첫키스를 나누었다. 봄처럼 수줍었고 기분 좋았었어.
첫 키스의 봄을 건너고 건너 눈을 뜨고 바라본 오늘의 봄볕은 그때처럼 수줍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분 좋다. 오늘의 봄볕을 콧잔등에 붙이고 살짝 찡그려본다. 아하하하 실없이 웃어도 본다.
벌써 십년인데, 그래도 여전히 봄이오면 새삼.
아이쿠, 봄이구나. 아이쿠.
# by | 2006/03/05 21:38 | 낯선 꿈 | 트랙백(3)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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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안팍으로 청소 좀 해야겠어요.
시험치고 나오는 길은 무지 춥더군요. ㅠㅠ
하라 히데노리의 [겨울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햄버거에 이어서
전 오늘고백했다가 차였어요 ㅠㅠ
달바람 / 청소는 매일 하는데 왜 이리 지저분한지
글곰 / 좋은 결과 있어서, 정말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piaruru / 예쁜 옷이 입고싶어져요
가부키쵸 / 애인이 있는 것이 어딥니까;;
marlowe / 솔로에게도 봄은 오겠죠 뭐
Forthy / 저두요! 있었으면 좋겠어요
toqur / 네, 봄안개도 끼고 말이죠
milktea / 네, 반갑습니다. 종종 놀러오셔요
마르스 / 가을도 낭만적인걸요
고양이밥 / 밤하늘도 멋졌겠네요
시리우스 / 따뜻한 기억만 골라 기억하는거죠
powdersnow / 토닥토닥. 그래도 봄입니다
이한철 공연을 놓친 건 두고두고 후회하겠지만, 대신 친구 한 명의 고민을 조금은 덜어주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나저나 봄이군요. 정말. 어이쿠
아직 날이 차거든요.
수수한벗 / 네, 봄입니다
리얼 / 아이쿠
괴도G / 에엣? 그렇게 날씨차이가 많이 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