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26일
짝패 - 순수한 날것의 액션
액션영화는 이래야지. 지대로네 아주. 흐뭇한 미소를 띄우고 후련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섰다. 시원한 밤공기에 월드컵 경기장 앞마당을 지나면서 '끼야요!' 소리도 질러주었다. 오랫만에 느끼는 찌릿찌릿함. 아하하.
영화는 그야말로 직선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다. 보통 액션영화를 보고 나오면 액션 동작들만 단편으로 남고 - 그나마도 자고나면 사라지는 - 그치는데 반해, 짝패는 액션과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달려간다. 직선으로 쭈욱 달려나간다. 날것의 살아있는 진정한 싸움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로 이 영화는 무척 순수하다.
류승완 감독이 주연 각본 감독까지 맡은 이 영화는 어느 영화도 닮지 않았다. 첩혈쌍웅류의 80년대 홍콩영화들을 닮았는가 하면 그것들보다 훨씬 피냄새와 생것의 냄새가 진하고, 성룡의 영화와 비슷한가 하면 액션에서 풍기는 성격자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킬빌?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클라이막스의 장면들로 인해 킬빌과 유사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는가본데 영화를 보고나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류승완은 액션키드로 그 모든 것을 섭렵하고, 이제는 자신만의 액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의 액션은 복잡한 합으로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길게 잡아 전체의 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짧게 이어붙여 합을 만든다. 그럼으로써 마치 관객이 그 피 진동하고 정신없고 힘들어 죽겠는 싸움의 한 복판에 와있는 듯 긴장하게 만든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 동안 질질 끄는 액션상황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액션이 좀 짧다 싶지만 그 짧은 액션은 그야말로 농축되어 더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숨막히는 액션이 적절한 유모감각과 결합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알고있다. MI3처럼 후까시만 잔뜩 잡고 한없이 있어보이려는 주인공들의 액션은 번지르르 하지만 허하다. 하지만 짝패의 두 '짝패'는 엄청나게 늘어선 사시미들을 보고 한숨짓고 '아이고 힘들어서 말할 힘도 없시유' 라며 싸움판에 뛰어든다. 이런 잠깐잠깐의 기묘한 여유는 캐릭터와 어우러져 더 생생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액션의 진정성을 부여한다. 근래 보기드문 90분이라는 짧은 런닝타임이지만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두목(;)의 연기는 더없이 액션에 잘 어울리고, 특히 그 싸우는 눈빛이 좋았다. 양아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류감독과 동작 하나가 가히 예술적인 정두목님은 영화의 투톱으로 무척이나 좋은 '짝패'를 이룬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호역의 이범수는 발군이다. 그 동안 여러 영화에서 자기 자리를 못찾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짝패는 이범수의 재발견이라고 할만 하다. 그 의뭉스런 충청도 사투리를 그런 식으로 소화해내다니 무서울 정도다. 말이 나와서 얘기하자면 '짝패'는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 그 독특한 정서를 획득한다. '괜찮아유~' 로 대표되는 허허실실이 충청도 정서라고 생각되고 있지만 그것은 오해다. 충청도식 화법은 두리뭉실 능청스럽고 의뭉스럽다. 저 사람이 화난 것인지 정말 괜찮은 것인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 여간해서 파악하기 힘들다. '괜찮아유~' 라는 말은 굉장히 다양한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 '내가 정말 괜찮아 보이나?' '뭐 괜찮긴 한데 조심해라' '진짜 괜찮다' 외에도 상황과 표정과 어울려 열가지 의미로 더 확장될 수 있다. 필호는 명패로 뒤통수를 수도없이 내리쳐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유~ 왠 말이 이렇게 많아아~' 말꼬리를 길게 빼며 느릿하고 여유롭게 내뱉는다. '친구' 식의 경상도 깡패라면 '이 ㅆㅂㄹㅁ 내가 니 시다바리가!!!' 흥분하며 달려들었겠지만 충청도는 다르다. 화법과 정서 자체에 알 수 없는 반전과 의외성을 품고있다. 유독 충청도 출신 개그맨이 많은 이유는 그러한 정서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고 본다. (오랫만에 고향 사투리를 들으니 너무 반가워서 떠들었다)
뭐 이렇게 길게 주절댈 필요도 없다. 그냥 가서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두목의 액션세계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될 일이다. 분명 류승완 감독은 이 시대 액션광들에게는 축복이다. 물론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영화팬들에게도 그렇다.

덧.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류감독님을 사랑하기로 했다. 어쩜 그리 사랑스러우십니까. 완전 내 이상형. 재능있고 열정적이고 건들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