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10일
'초딩 분리 정책' 을 강력히 제안한다
주말에 '수퍼맨 리턴즈'를 보았다. 감상이 어땠냐구? 강력한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다.
'초/딩/즐' orz;;;;;;
그러니까 극장안 관객들의 반 이상이 초딩들로 채워져있단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는 이미 환불시점을 지나버렸다. 내가 평소 극장에서 영화에 몰입하는 정도의 70% 만이라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아름다운 비행장면이 어쩌고,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사랑이 어쩌고 얘기할 거리들이 쏠쏠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표를 환불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깨달음. 평소의 30% 정도도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다. 도저히.
내가 앉은 좌석의 뒷줄은 모조리 초딩들로 채워져있었는데, 바로 뒷자리 녀석은 1분마다 한번씩 내 의자를 걷어찼고 - 그것도 엄청 세게 - 영화 시작 10분도 되지 않아서 '영화 반도 안지났는데 팝콘을 다먹어버렸어.', '야, 숙제했냐?', '야, 너 조용히 해', 'X 까' 같은 이야기들을 서로서로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쉬지않고 두시간 내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앉은 아이는 네살 정도 되어보이는 유아였는데 부모는 영화에 정신팔려 아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 아이는 정말 아이답지않게 단 한마디도 떠들지 않는 놀라운 면모를 보였으나 그 대신 영화보는 내내 빈 팝콘 봉지를 내쪽으로 던지고 다시 주워가는 놀이를 하느라 내 다리 밑을 서른번은 파고들었다. 게다가 그 꼬마는 걸을때마다 빨간 불빛이 삐로롱 삐로롱 빛나는 걸음마 신발까지 신고있었다지.
앞쪽의 일군의 초등생들은 무슨 화장실을 그리 자주가는지 두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총 세번 화장실을 왔다갔다 했으며, 갈때마다 '야, 나 화장실 갈래' 그러면 다들 '나도!나도' 하며 우루루 일어서서 내 옆의 계단을 와당탕탕 뛰어갔다 와당탕탕 뛰어내려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중요 자막들을 놓쳐버렸다.
나의 분노 게이지는 점점 상승했으며,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난 시점부터는 내 의자를 퉁퉁 쳐대면서 제일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바로 뒷자리의 초딩의 귀를 잡고 극장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깊은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온 것은 수퍼맨의 아름다운 비행장면에서였다. 그 순간만큼은 '와아' 하는 감탄으로 스크린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저 멀리 어디에 앉았는지 알 수 없는 초딩의 큰 목소리.
"야! 수퍼맨 꼬추 열라 커"
아아아아아악- 도대체 이 상황을 내가 왜 참고 있어야 하며, 그들의 부모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것이며, 수퍼맨 리턴즈는 왜 그 흔한 섹스신 하나 안넣어서 '전체 관람가' 이냔 말이다! 로이스와의 회상신에 섹스신 정도는 끼워넣을 수 있었잖아! 흑흑.
영화가 끝나자 불이 켜지기도 전에 우르르르 와글와글 빠져나가는 징글징글한 초딩들의 무리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들을 몰고 나가는 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온몸의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모두 나가고서야 나는 뒤늦게 스크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통째로 엔딩 크레딧을 외울 기세로 스크린을 노려봤다. 흑흑, 나의 아름다운 수퍼맨을 돌려다오. 정말 절규하고 싶었다.
'수퍼맨 리턴~~~~~~~~~~즈!!!!'
집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안에서 생각했다. 초딩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공공예절 교육의 비극인가?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초딩은 편안한 영화관람의 주적이다' 라는 것이 극명한 만큼 극장은 수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최고의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어린이의 권익도 권익이지만 더 많은 돈을 내고 극장을 찾은 성인들의 권리도 보호해야 할 것이 아닌가.
전국의 극장들은 각성하라. 당장 '초딩 분리 관람 정책' 을 수립하라! 초딩 단체관람 시간은 미리 고지하여 알리고, 초딩들이 관람 가능한 시간은 따로 명기하여 초딩의 역습을 미리 피하고자 하는 어른들을 보호하여야 한다.
당장 전국의 극장들은 이 제도를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 16:9의 완벽한 화면비나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은 이제 내게 있어 극장 선택의 두번째 기준으로 밀려버렸다. 초딩 분리 정책을 실현하는 극장을 최고의 극장으로 주저없이 꼽을 결심이 서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