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20일
한밤의 전화
"어떻게 자다가도 그렇게 금방 전화를 받아?"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놓고서 이런 질문을 하다니, 너도 참 난감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잠을 깨운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저렿게 표현했을 것이라 그냥 미루어 짐작한다. 그런 건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러니 너와 연애를 했겠지.
상당히 오랫만이다. 이렇게 늦은 시각의 잠을 깨우는 전화. 나는 유난히 잠귀가 밝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한지 꽤나 오래 되었다. 자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채 10초가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는다. 알람이라면 5초만에 일어난다. 덕분에 시험기간에 친구들의 잠을 깨워주는 역할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깊은 잠을 자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너무 부러워진다.
채 눈을 뜨지 못한 채 전화기만 귓가에 대고 띄엄띄엄 이야기하는 네 목소리를 듣는다. 오랫만이다 정말. 예전엔 거의 매일같이 이렇게 잠을 깨우는 전화를 했었고, 나는 늘 꿈과 현실이 뒤섞인 가운데서도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침에 벌개진 눈을 비비고 하품하며 출근하는 일이 잦았어도 어쩐지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듯한 위태로움이 너에게는 있어서 나는 단잠을 날카롭게 갈라놓는 그 한밤의 전화벨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위태로움'은 너의 것이 아니라 나의 불안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런 저런 일이 있어 힘들고, 이런 압박감에 짓눌린다고 너는 얘기한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도 침대에서 일어나서 온 마음을 쏟아 정성스런 위로와 다독거림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저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몇마디 흔한 충고의 말을 건네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다. 지금의 나는 너를 잘 알지 못한다. 그 시절의 너는 알고 있지만, 혹은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설마 그 시절의 네가 지금의 너와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더욱이 종교 혹은 정신병과 같았던 그때의 에너지는 이제 다 식어버려 가라앉은지 오래고, 다만 온기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뭘 더 해줄 수 있으련가. 다만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 마음의 온도는 행동과 언어에 나타난다. 한밤의 전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네가 진정하고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하느라 새벽에 동이 터오는 걸 보는 때도 있었는데.
그 시절의 열기는 증발해버리고 나는 버석한 껍데기만 한겹 더 입었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그 위대함을 이불처럼 덮고 나는 곧장 잠의 세계로 빠져 들었고 새로운 사랑의 열망에 관련된 추상적인 꿈을 꾸었다.
# by | 2006/09/20 14:27 | 낯선 꿈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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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잘 때는 전화나 알람이나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지 못한답니다. ㅜㅜ
그래서 약속시간에 늦거나... 지각하거나.... 그런 일이 자주 있었지요. 그렇다보니 자다가 잘 일어나는 니야님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시간은 쓰는게 남는 거고, 정열을 불태울수록 타오른다"는 건 불멸의 진리.
정말 모르시는거에요?!!!
여행 잘 다녀와~^^
작은인장 / 푹 자는건 복이라니까요
리얼 / 그러게 말이에요
고공강하 / 소설이라고 하긴 좀- 실제의 재구성
스카이워커 / 시간이 약이라잖아요
PETER / 하하하. ^^;
졍 / 후후후- 응 잘 다녀올께.
서영엄마 / 첫사랑 소식은 늘 아련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