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인의 요리사 - 요리사를 대령하라!


요리사를 대령하라~! '심부인의 요리사'


 내게 요리하면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국요리다. 한식은 그냥 , 끼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일식은왠지 회나 초밥에 집중되어 요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담백하고,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는 맛보다는 분위기가중요시되는 데이트용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른 요리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요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에서 듬직한 요리사가 칼과 불을 자유자재로 놀려 척하니 내놓는다는 이미지에 가장 그럴싸하게 들어맞는 것이 중국요리란 얘기다. 이건역시 어릴 적부터 특별한 날에만 허락되었던 중국집 코스 요리의 향수 덕택이렷다.
 나는 전형적인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니까 옷은 늘 언니오빠의 것을 물려 입고 나이키 대신 나이스 신발을 사주는 근검절약의 태도를 고수하는 엄마한테 입을 삐죽이는 일은 일상다반사였지만, 먹는 것을 서운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었던 중산층 말이다. 뭔가기념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선물은 없을망정 특별한 먹거리로 축하했다. 생일을 맞이하는 날이면 부모님은뭐가 먹고 싶으냐라고 어김없이 물었고, 나는 역시나 어김없이 중국요리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맛있다고 소문난 요리집에 가서 냉채부터 시작하여 새우와 해삼과 샥스핀과돼지고기 소고기들로 만든 중국음식들을 양껏 먹었다. 이건 내가 집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도계속되어, 집에 내려갈 때마다 부모님은 내 손을 잡고 늘 중국음식점으로 가 배를 잔뜩 불려놓은 후에야 나를 다시 서울로 올려 보냈다. 그래서 내게 중국요리는 진짜 특별한 요리.


  여기 중국요리처럼 먹음직스러우면서도 특별한 요리 만화가 있다. ‘심부인의요리사가 그것인데 수십권씩 계속되곤 하는 많은 요리만화 중에 이 책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최근요리만화들이 보여주는 음식 배틀이나 과장된 표현없이 정직한 레시피의 중국 전통 요리를 소재로 심부인과 요리사 이삼 사이의 소소한 일상을 잘 그려내고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초밥 하나를 먹고 천국을 보았다거나 제빵 대회에서 사람이 직접 들어간 빵을 굽는다거나하는 요리 만화들을 보고 있자면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기는 한데 실제 이런 음식이 있을까 싶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이에 비해 심부인의 요리사의 이야기는 매우간단하다. 중국 사대부집 유가의 젊고 아름다운 심부인은 누구도 못말리는 미식가. 심심한 것을 못참고 맛난 것을 탐하며 못된 짓도 서슴지 않지만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는 안주인이다. 이 집에 새로 들어온 요리사 이삼은 정말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때려주고 싶을 만큼 둔하면서 착해빠진 인물지만요리 실력만큼은 최고. 심부인은 곧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는 동시에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매일같이이삼을 놀리고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고, 세상에서 심부인이 가장 착하고 아름답고 자신의 요리를 알아주는유일한 인물이라 여기는 이삼은 속절없이 매일 당하고 속 끓이면서 심부인을 위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맛있는 요리란 생활의 즐거움이자 일상의 활력소이고, 요리를하는 사람에겐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마음의 표현이라는 그 단순한 진리를 심부인의요리사는 잊지 않고 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매일같이요리사 이삼을 괴롭히는 심부인의 캐릭터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솔직하게 맛있는 것을 맛있다 칭찬하고, 마지막까지 그의 정성을 알아주어 결국에는 요리하는 이삼을 기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심부인은 실제로 노래를 잘하는데이삼을 놀려주고 더 맛난 것을 먹기 위해 일부러 음치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매일 이렇게음치로 부끄럽게 사는 것이 싫다며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음식을 대령하라는 말도 안되는 떼를 쓴다. 이에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이삼. 결국은 지금 이대로의 심부인의 노래도 자기에겐 좋다는 의미를 전달하기위해 싱싱한 새우회를 올린다. 그리고 심부인은 그 싱싱한 것을 맛나게 먹으며 원래 자기의 목소리로 정말음치가 고쳐진 것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이에 이삼은 또 감동하여 더 좋은 요리를 만들겠다는다짐을 하는 것. 매회 이런 식으로 심부인과 이삼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더 맛있고 진귀한중국요리가 선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 만화는 미식의 즐거움, 마음을전하는 요리의 기쁨과 더불어 화려한 중국 요리의 식감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괴롭히는심부인과 당하는 이삼의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말에 혼자 냉장고에 묵혀둔 몇 가지 밑반찬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초라한 밥상을 앞에 두고 심부인의 요리사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맛있고 정성스럽고 따끈한 요리가너무나도 그리워졌다. 엄마가 해 준 밥하고 찌개도 먹고 싶다. 사먹는 거 말고, 딱 나만을 위해 누가 만들어준 식탁아우, 심부인이 너무나도 부러워 심통이 난다.  누가 나에게 제이미 올리버와 이삼의 요리솜씨를 가진 우렁총각 하나만 던져주세요. 평생 열심히 일해서 잘 보살필께요!



(ㅍㅁㅇ 사외보 봄호에 실린 글. '요리와 만화' 라는 주제로 써달라고 해서 요리만화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왜 다들 기본 서른권을 넘어가는 것인지. 결국 4권까지 연재된 심부인으로 낙찰. 근데 정말 이 만화 보고 있으면 중국으로 음식여행 가고싶어진다)


by 니야 | 2007/04/10 10:07 | culture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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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에스진의 일상 at 2007/04/10 17:32

제목 : 심부인의 요리사, 읽고 싶은 만화책
심부인의 요리사 - 요리사를 대령하라!...more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7/04/10 10:17
이 만화 정말 재밌어요. 심부인 심술보는 정말이지...부러워 죽겠음 ㅎㅎ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4/10 11:02
심부인의 요리사 재밌죠. 저는 친한 언니한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정신적 SM이 들어 있는
요리 만화라고 했어요. 심부인의 심술도 심술이지만 그걸 받아주는 이삼도 만만치 않아요. 후후.
Commented by Monaca at 2007/04/10 12:32
심부인의 요리사 재미있지요. 미슷헤리는,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달디단 간식까지 먹는 심부인이 어찌 그리 날씬한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냐는 것... 물론 만화니까 그렇겠죠. 후후후후;
Commented at 2007/04/10 13: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7/04/10 17:44
4권에서 끝난 요리만화를 알고 있지만, 민망해서 제목 말할 수 없음(...).
Commented by albatros at 2007/04/10 20:15
이 만화 은근 보는 '맛'이 있는 만화죠. ㅎㅎ
그리고 이태리/프랑스 요리가 '맛보다 분위기가 앞서는 데이트용'이라는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너무 서글퍼져요. 이탤리언을 즐기는 제 입장에서는 속 쓰릴 때가 너무 많아서...;;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랄까.
Commented by 니야 at 2007/04/10 22:39
woodstock / 우렁총각이 필요해요
히카리 / SM의 건전한 관계죠. 크흐
Monaca / 만화잖아요 ;ㅁ;
비공개 / 충고는 땡스. 근데 저렴하다..는 좀 심한 표현같군.
달바람 / 응, 그냥 계셔요;
albatros / 저도 맛있는 음식 정말 좋아해요. 근데 서양 요리들은 가격이 너무 뻥튀기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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