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10일
심부인의 요리사 - 요리사를 대령하라!
요리사를 대령하라~! '심부인의 요리사'
내게 ‘요리’ 하면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국요리다. 한식은 그냥 ‘밥, 끼니’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일식은왠지 회나 초밥에 집중되어 요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담백하고,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는 맛보다는 분위기가중요시되는 데이트용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른 요리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요리’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에서 듬직한 요리사가 칼과 불을 자유자재로 놀려 척하니 내놓는다’ 는 이미지에 가장 그럴싸하게 들어맞는 것이 중국요리란 얘기다. 이건역시 어릴 적부터 특별한 날에만 허락되었던 중국집 코스 요리의 향수 덕택이렷다.
나는 전형적인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니까 옷은 늘 언니오빠의 것을 물려 입고 나이키 대신 나이스 신발을 사주는 근검절약의 태도를 고수하는 엄마한테 입을 삐죽이는 일은 일상다반사였지만, 먹는 것을 서운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었던 중산층 말이다. 뭔가기념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선물은 없을망정 특별한 먹거리로 축하했다. 생일을 맞이하는 날이면 부모님은‘뭐가 먹고 싶으냐’ 라고 어김없이 물었고, 나는 역시나 어김없이 ‘중국요리’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맛있다고 소문난 요리집에 가서 냉채부터 시작하여 새우와 해삼과 샥스핀과돼지고기 소고기들로 만든 중국음식들을 양껏 먹었다. 이건 내가 집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도계속되어, 집에 내려갈 때마다 부모님은 내 손을 잡고 늘 중국음식점으로 가 배를 잔뜩 불려놓은 후에야 나를 다시 서울로 올려 보냈다. 그래서 내게 중국요리는 진짜 특별한 ‘요리’ 다.
맛있는 요리란 생활의 즐거움이자 일상의 활력소이고, 요리를하는 사람에겐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마음의 표현이라는 그 단순한 진리를 ‘심부인의요리사’는 잊지 않고 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매일같이요리사 이삼을 괴롭히는 심부인의 캐릭터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솔직하게 맛있는 것을 맛있다 칭찬하고, 마지막까지 그의 정성을 알아주어 결국에는 요리하는 이삼을 기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심부인은 실제로 노래를 잘하는데이삼을 놀려주고 더 맛난 것을 먹기 위해 일부러 음치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매일 이렇게음치로 부끄럽게 사는 것이 싫다며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음식을 대령하라는 말도 안되는 떼를 쓴다. 이에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이삼. 결국은 지금 이대로의 심부인의 노래도 자기에겐 좋다는 의미를 전달하기위해 싱싱한 새우회를 올린다. 그리고 심부인은 그 싱싱한 것을 맛나게 먹으며 원래 자기의 목소리로 정말음치가 고쳐진 것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이에 이삼은 또 감동하여 더 좋은 요리를 만들겠다는다짐을 하는 것. 매회 이런 식으로 심부인과 이삼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더 맛있고 진귀한중국요리가 선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 만화는 미식의 즐거움, 마음을전하는 요리의 기쁨과 더불어 화려한 중국 요리의 식감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괴롭히는심부인과 당하는 이삼의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ㅍㅁㅇ 사외보 봄호에 실린 글. '요리와 만화' 라는 주제로 써달라고 해서 요리만화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왜 다들 기본 서른권을 넘어가는 것인지. 결국 4권까지 연재된 심부인으로 낙찰. 근데 정말 이 만화 보고 있으면 중국으로 음식여행 가고싶어진다)
# by | 2007/04/10 10:07 | culture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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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심부인의 요리사, 읽고 싶은 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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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만화라고 했어요. 심부인의 심술도 심술이지만 그걸 받아주는 이삼도 만만치 않아요. 후후.
그리고 이태리/프랑스 요리가 '맛보다 분위기가 앞서는 데이트용'이라는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너무 서글퍼져요. 이탤리언을 즐기는 제 입장에서는 속 쓰릴 때가 너무 많아서...;;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랄까.
히카리 / SM의 건전한 관계죠. 크흐
Monaca / 만화잖아요 ;ㅁ;
비공개 / 충고는 땡스. 근데 저렴하다..는 좀 심한 표현같군.
달바람 / 응, 그냥 계셔요;
albatros / 저도 맛있는 음식 정말 좋아해요. 근데 서양 요리들은 가격이 너무 뻥튀기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