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6일
야간여행
야간 여행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코기토)
그러니까 이 책을 그래,스물넷-아, 좋은 나이다- 에서 주문하게 된 것은 순전히 '말로상 수상작' 과 '독일 최고의 젊은작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카피 문구 때문이었다. 원래 광고쟁이들이 제일 광고에 혹하는 법이다.
우선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 것이 카피가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으이. 그리고 아빠를 만나러 내려갔다 올라오는 KTX 왕복 열차 안에서 다 읽어버렸다. 아, 재밌네 이 작가.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건 추리라기 보다는 범죄심리물이라고 해야 어울릴 듯.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범인이 숨겨져있는게 아니라 범인의 1인칭 시점으로 모든 것이 기술되기 때문. 살인자의 속마음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만 긴장감은 추리소설의 그것보다 낫다. 1인칭 시점으로 독자는 살인범=주인공과 공범 관계가 된다.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죽음을 앞둔 책 속의 착한 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공범 말이다. 그리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찰나 혹시나 들키지 않을까, 실수를 하지 않을까, 증거라도 남기지 않을까, 경찰 앞에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폭력과 광기와 살인의 번뜩임을 함께 따라가는 모험은 흥미진진하다. 매우 통속적인 설정 - 한물간 늙은 배우, 그 배우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 충직한 하인, 수다스런 동네 친구와 자서전을 쓰러 방문한 매력적인 젊은 작가 -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인범과 젊은 부인, 살인범과 배우의 관계는 위태위태 조마조마하다. 그리고 우리는 살인범과 함께 가슴을 졸이고 같이 안심한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뫼르소의 살인행위가 너무 어려워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야간 여행에 동참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명확한 이유도 치밀한 계획도 없는 이 살인범의 마음은 복잡하지만 이해할만 하고, 그의 폭력은 잔혹하고 비겁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충동에 기인한다.
짧지만 임팩트있게 잘 짜여진 살인범의 심리 여행인 '야간여행'은 여름밤에 잘 어울릴 듯 하다. 이 독일의 젊은 작가가 다음번엔 좀 더 다층적인 얘기로 찾아와주면 좋겠다.
# by | 2007/07/06 18:27 | cultur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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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묘하게 - 스킨에 있는 사진과도 어울리네요 :)
시리우스 / 쉽게 쓱쓱 잘 읽혀요
산왕 / 이해할 것은 아니지만..'미친놈' 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D-cat / 꽤나 재밌더라구요
독일어로 읽어보고싶다...
공모의 연대 흥미진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