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관한 의식의 흐름


 오늘 아침 샤워하고 거울을 보는데, 으아으아 뱃살이 더 붙어버렸어!!! 라며 젖은 머리에서 흐르는 물을 눈물로 대신하며 속으로 울었다. 아, 그러니까 이건 솔직히 누굴 탓할 일이 아니고 순전히 잘먹고 회사 책상머리에 맨날 붙어 앉아 꼼짝않고 일하고 혹여라도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운동할 생각은 안하고 남자친구랑 뒹구르르 영화를 보는 순전히 내 탓이다. 그러나 세상에 '내 탓이오' 하기가 쉽더냐. 그러니까 사람들이 차에다 '내 탓이오' 스티커까지 붙이고 다니지. 암튼 나도 그런 못된 심보를 가진 인간인지라 왠지 이렇게 살이 포동포동 잘 붙는 체질 탓도 하고싶고, 움직일 틈도 안주고 아침부터 늦은 밤 새벽까지 붙잡아 일시키는 회사 탓도 하고 싶고, 저녁 안먹겠다는데 그럼 자기도 안먹는다며 궁시렁거리는 남자친구님 탓도 하고 싶더란 말이다. 아우아우. 특히 말이지 회사랑 남자친구. 어쩔꺼야. 회사에서 저녁 안먹는다면 다들 먹고 일해야 머리가 돌아간다며 강제로 끌고가서 먹이고는 12시가 넘으면 야식시켜서 먹여요. 안먹으면 그만이라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의지박약. 아하하하. 그래서 한번 PT할때마다 1kg씩은 늘고 있다. 근데 요즘 우리회사 한주걸러 하나씩 PT란 말이지. 그리고 남자친구님. 이 불규칙 식사의 대명사이신 이분은 맨날 밤새고 느즈막히 일어나 3시쯤 점심먹고(이도 안먹는 경우 비일비재)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기까지 밥 안먹고 기다리다가 꼭 밤 9시가 넘으면 배고프다며 밥먹자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밥 생각 없어, 살쪄, 당신은 뭐 먹어 라고 하면 '살쪄도 괜찮다' 며 살살 달래다가 결국은 섭섭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혼잣말로 '굶어 죽을끼다' 라고 궁시렁궁시렁 거린다. 그러면 또 마음이 약해져서, 안그래도 인도 갔다온 뒤로 살이 쭉 빠졌는데..생각하며 무언가를 같이 먹게 되더란 말이지. 아아- 뭐, 이리 주절주절 해봤자 다 내 탓이에요. 살이 나한테 붙지 딴데가서 붙나. 흐엉엉
 안그래도 요즘 엄마는 전화통화 할때마다 살찌는건 먹지 말고, 저녁은 조금만 먹고 - 그래도 엄마인지라 먹지 말란 얘기는 절대 안하신다 - 채식 위주로 먹고, 운동도 좀 하라고 잔소리시다. 맨날 '응,응' 하면서 넘겨버렸는데 역시 뭐든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한지라 9월 중순에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나서 불어버린 뱃살을 보니 엄마의 잔소리가 새록새록 다시금 떠오르면서 앞으로 남은 한달 반동안 3kg쯤은 줄여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란 얘기.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로 들어가 족자에서 보로부드르를 보고 코모도섬에서 코모도 드래곤이랑 우랑오탄이랑 놀다가 발리랑 롬복에 콕 쳐박혀 소설책을 쌓아놓고 피나콜라다를 마시며 딩가딩가 진득하니 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투명한 해변가에서 늘어지게 놀더라도 좀 예쁘게 놀려면 어쨌든 이 뱃살을 어찌되든 해결을 봐야쓰것다. 솔직히 키크고 마르고 다리 긴 생물체와 나는 애초에 종자부터가 다르다고 생각하니 그쪽으로는 아예 꿈도 안꾸고 있지만 그래도 3kg 정도는 건강한 목표 아니겠어?
 아우 근데 또 여기서 생각이 모락모락 딴데로 샌다. 흥- 요즘 애들 어쩜 그렇게 길쭉하고 마른거야 도대체. 엑스필인가 에스필인가 하는 맥주 광고보면 안그래도 마른 것들이 더 마른 것들 질투하는 장면 나오는데 내가 보기엔 다들 이쁘고 쭉쭉이던데 거기서 더 뭘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 나같은 애도 있구만. 칫- 복에 겨웠어요 아주. Damon님 말대로 통통한 미녀들이 득세하던 60년대가 그립지 뭐야.
 아, 암튼 횡설수설한 가운데 결론은 오늘부터 아침엔 우유 챙겨마시고, 점심식사는 2/3로 줄이고, 저녁은 안먹는다. 그리고 선릉역에서 회사까지 조금 빨리빨리 걷자...라는 것. 운동도 매일한다고 하고 싶지만 다음주부터 길고 긴 PT가 예정되어 있어서 이건 절대 불가능하니. 원래 이런 건 만천하에 공표해야 한담서요?

by 니야 | 2007/08/02 10:24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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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oo at 2007/08/02 10:34
저녁 굶으시는거보다 간단하게 우유 한 컵이라도 드시는 게 좋구요~ 딴 거 무엇보다도 7시 이후로 안 먹는다.. 등등 저녁 몇 시 이후로 금식! 하고 속 비우고 자는게 제일 좋더라구요. 빕스도 가고 갈 데 다 가믄서 저녁 7시 이후 금식! 요것만 갖고 3키로 좀 넘게 빠졌어요 한 달 동안-
Commented by yuhi at 2007/08/02 10:59
아침점심저녁 제 때에 제대로 챙겨먹고 7시 이후로 절대 안먹겠다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되요.
더불어 밥을 그렇게 잘 먹어두면 군것질도 안하게 되구요.
저는 거기다 운동도 했는데, 요즘은 다 무너져서 다시 찌고 있는 중...

무엇이든 동기부여와 꾸준함이 중요합니다.ㅠ
Commented by  깨  at 2007/08/02 11:58
저도 살이 쪄 옷이 맞지 않아 고민...;;
그래도 니야누님은 동글동글해서 귀엽잖아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8/02 12:40
저녁을 아예 굶으시건 안좋을듯... '조금만' 드시는 걸로 하세요.
Commented by thirdtype at 2007/08/02 12:54
다들... 심각한 댓글을... 인생 뭐 있어~ ㅋㅋㅋ
Commented by sesism at 2007/08/02 13:13
저 수영시작하고 싶은데 신새벽에 일어나 수영갈 자신이 없어요. 이놈의 의지박약ㅠ 게다가 요즘은 거의 극장에 가니까 이건 뭐 어디 탓할 데도 없네요. 엉엉
Commented by 조제 at 2007/08/02 16:59
맞아요! 굶으면 병 나고 탈 나요.
저도 전에 급 살쪄서 다이어트 흉내 같은 다이어트 했었는데요. 먹기는 삼시 세 끼 다 먹었답니다.
다만 늦은 밤에 먹는 걸 끊고, 나름대로 운동 한답시고 좀 움직였죠.[사실 운동은 그다지...;;;]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7/08/02 17:36
ㅜ_ㅜ
저도 10월 중순쯤에 발리 갈꺼 같은데-_-
교수님 모시고 가는거라서 비키니 입고 돌아다닐 일은 없겠지만-_ㅜ
가서 염장당할꺼 생각하면 이놈의 뱃살 좀 빼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엉엉-

전-_-
옆에서 먹으라고 옆구리 찌르는 남자친구도 없는데도-_-
느무 잘 먹고 있어서 큰일이에요. ㅜㅜ
(지금도 연구실에서 피자 시키는중. 하악-)
Commented by 시리우스 at 2007/08/02 17:36
저 그 맥주 광고 싫어요 ㅠ 키크고 마르고 다리긴 생물체들이 똑같은 자기 종족을 보며 짓는 그 새초롬한 표정들.... =ㅁ=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7/08/02 19:03
계속계속 무게가 늘어나고 있음-_-
Commented by zZinY at 2007/08/02 22:16
만천하에 공개했다가-_- 더 먹으라고 권유를 당할수도 있죠.. 아니면 먹을때마다 스트레스 주거나..
하지만 정말 다이어트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어느정도 있어야 성공할수 있는듯!! ㅠ_- ..

난 정말 먹기 싫어서 싫다고 하는건데.. 대부분 그걸 예의상 싫다고 하는걸로 생각한다는거..; 그리고.. 정말 안먹으면 되게 섭섭해 하고..(-_-; 자기가 안먹은것도 아닌데 섭섭해함;;)

아무튼, 그래도 다 이겨내시고, 3kg 꼭 빼시길 바랍니닷, >_< // 화이팅! ㅋ
Commented by 쿨짹 at 2007/08/03 00:33
저도 항상 좀 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난 어차피 종자가 다르니 이렇게 살꺼다... 그렇게 하다가도 또 호리호리한 이쁜 언니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죠. 여튼 토실토실해도 이쁘니 잘 먹어야한다는 애인과 회사탓이 가장 큽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의지박약한 자신에 위로를...). 암요~
Commented by 니야 at 2007/08/03 11:30
Shoo / 무엇보다 저는 술을 끊어야 ;ㅁ;
yuhi / 원래 군것질은 잘 안하는데도 살이 무럭무럭 쪄요 ;ㅁ;
깨 / 나도 좀 길쭉해져보고 싶구나 하아
행인1 / 그 '조금만' 이 힘들어요 후후
thirdtype / 하긴 나도 그 생각해-
sesism / 아아- 수영장 가고싶으다. 동네 수영장이 없어요
조제 / 역시 운동만이 해답인가요
비류연 / 앗- 아깝다. 나는 10월 초까지 있을건데
시리우스 / 도대체가 그 세명언니랑 나중 나오는 언니랑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달바람 / 음- 스트레스냐?
zZinY / 네네- 우리모두 화잇힝입니다
쿨짹 / 애인과 회사탓. 절대적!
Commented by saraswati at 2007/08/03 17:12
저녁은 안 먹는거야?;; 그럼 맥주는.. 맥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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