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5일
여행 단상 - 비행기
여행을 할 때마다 장거리 비행기는 마치 거대한 하나의 사육장과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앉으세요, 시또베르또를 채우세요(JAL타고 다녀왔다) 라고 하면 그렇게 앉아서 조용히 기장의 말을 듣고, 수건 주면 손닦고, 과자 주면 과자 먹고, 물 주면 물 마시고, 밥 주면 밥 먹고, 불끄면 자다가, 다시 불켜서 밥 주면 밥 먹는다. 몇 백명의 사람들이 이렇게 다리 조차 마음대로 뻗을 수 없는 그런 좁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 거의 같은 행태를 시키는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모가지만 내밀고 모이를 쪼아먹는 수백마리의 닭들이 있는 거대한 케이지식 닭장이 연상되고야 만다. 채찍을 대신해 웃음으로 무장한 스튜어디스에게 사육당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가끔 착륙할 때 -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다시 접어 제자리에 놓고, 좌석벨트를 채우고 꼿꼿이 앉아있어야 하는 그 시간에, 일어서서 기지개를 크게 켜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곤 한다. (나만 그런가.)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건 이 긴긴 사육의 시간을 얼른 끝내고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심정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아 머리 위 짐칸에서 짐을 내리고 사육장을 빠져나가는 그 줄 안에서 나는 '세계는 하나'라는 오래된 구호를 떠올린다. 국민학교 포스터 그리기 대회 이후로 단 한번도 진지하게 떠올려 본 적 없는 그것을 나는 장거리 비행의 끝에서 실감한다. 인간이 참고 견딜 수 있는 딱 한계치의 아슬아슬한 지점에 닿도록 설계된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 열시간을 넘게 참고 견뎌낸 그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에게서 '세계는 하나'를 느낀다. 이미 짐챙기고 나가버린 퍼스트 클래스의 넓은 좌석과 각종 서비스의 잔해들을 지나치면서 흘끗 쳐다보고 흘리는 감정의 그 시선들. 아, 이것이야 말로 동지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우리는 하나라는 인류애가 비행기를 빠져나가는 줄을 타고 흐른다.
드디어 육중한 문을 나서는 안도의 순간, 세계는 하나임을 실감하며 사육사에게 미소로 안녕을 고한다. 공항의 공기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것이 새로운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앉으세요, 시또베르또를 채우세요(JAL타고 다녀왔다) 라고 하면 그렇게 앉아서 조용히 기장의 말을 듣고, 수건 주면 손닦고, 과자 주면 과자 먹고, 물 주면 물 마시고, 밥 주면 밥 먹고, 불끄면 자다가, 다시 불켜서 밥 주면 밥 먹는다. 몇 백명의 사람들이 이렇게 다리 조차 마음대로 뻗을 수 없는 그런 좁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 거의 같은 행태를 시키는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모가지만 내밀고 모이를 쪼아먹는 수백마리의 닭들이 있는 거대한 케이지식 닭장이 연상되고야 만다. 채찍을 대신해 웃음으로 무장한 스튜어디스에게 사육당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가끔 착륙할 때 -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다시 접어 제자리에 놓고, 좌석벨트를 채우고 꼿꼿이 앉아있어야 하는 그 시간에, 일어서서 기지개를 크게 켜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곤 한다. (나만 그런가.)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건 이 긴긴 사육의 시간을 얼른 끝내고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심정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아 머리 위 짐칸에서 짐을 내리고 사육장을 빠져나가는 그 줄 안에서 나는 '세계는 하나'라는 오래된 구호를 떠올린다. 국민학교 포스터 그리기 대회 이후로 단 한번도 진지하게 떠올려 본 적 없는 그것을 나는 장거리 비행의 끝에서 실감한다. 인간이 참고 견딜 수 있는 딱 한계치의 아슬아슬한 지점에 닿도록 설계된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 열시간을 넘게 참고 견뎌낸 그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에게서 '세계는 하나'를 느낀다. 이미 짐챙기고 나가버린 퍼스트 클래스의 넓은 좌석과 각종 서비스의 잔해들을 지나치면서 흘끗 쳐다보고 흘리는 감정의 그 시선들. 아, 이것이야 말로 동지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우리는 하나라는 인류애가 비행기를 빠져나가는 줄을 타고 흐른다.
드디어 육중한 문을 나서는 안도의 순간, 세계는 하나임을 실감하며 사육사에게 미소로 안녕을 고한다. 공항의 공기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것이 새로운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 by | 2007/10/05 14:37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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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이 타다보니까 익숙해 졌어요.
비행기라는게- 돈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세상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산물인것 같아요..
행인1 / 호호
쿨짹 / 저도 풀러요. 쿠핫
kkommy / ^^
D-cat / 이제 부끄러워지기 시작
은혈의륜 / 오랫만이에요. 정말 비행기란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