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단상 - 여행용 책

- 여행 다니는 동안 두 권의 책을 읽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와 이토이 시게사토의 '소울메이트'. 가볍고 간간히 읽어도 좋은 책이라 집어 들었는데 특히 이번 여행과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하루 온종일 15km는 족히 걷고 들어와 그 자그마한 숙소의 푹신한 침대 위에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욱씬거리는 발바닥을 주무르며 읽기에는 그만이었다. 킥킥거리는 동안 혼자의 외로움은 옅어지고 포근함만을 남겨줄 수 있는 그런 책. 중간중간 여행일기에 도움이 될만한 글귀들도 있었고, 기발하고 웃겨서 '이런 또라이~' 하며 미소지을 수 있는 글들이었다. 하루키의 이름으로 샀지만 이토이씨의 글들이 의외로 깜짝 놀라게했지.

- 암튼 '소울메이트'를 읽고나서는 이렇게 자기 맘대로 글을 써도 좋은 글쟁이란 얼마나 행복한가...라며 잠시 부러움에 잠겼다.

- 물론 그 전에 서러운 시절들을 다 겪어냈으니 가능한 일이겠지만서도.

- 또 한권의 책은 비포 선라이즈로 유명해진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에서 산 닉 혼비의 'Songbook'. 뉴요커지에 연재했던 음악 에세이인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닉 혼비가 대신 해주고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특히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루퍼스 웨인라이트에 대한 부분은(물론 개인적인 견해. 루퍼스가 게이라서 내가 이 사람 노래를 들어도 임신하지 않는거라니까) 정말 침대에서 꺄악 거리며 굴렀다니까. 벤 폴즈 파이브에 관한 글도 재밌었지. 물론 잉글리 북이라 금새 읽어내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룻밤에 한 두챕터씩 읽는 재미가.

- 무엇보다 Songbook이 좋았던건, Mp3를 들고가지 않은 나의 불찰을 대신해 주었다는 것이다. 머릿 속에 자동 플레이어를 생성해주었어. 땡스 닉 혼비

- 두 권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 여행가서 읽기 좋은 책은 중간중간 끊겨도 괜찮은 에세이집이나 단편소설집. 무엇보다 외로움을 배가시키지 않을 것. 노곤한 침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을 것. 발도 욱씬거리는데 머리까지 욱씬거리지 않게 만들 것. 좋은 꿈을 꾸게 만들어줄 것. 기차의 울림과 잘 어울릴 것. 그 장소의 풍경과 적당히 어울릴 것. 그리고 일기나 엽서나 편지를 쓰고싶게 만들 것.

by 니야 | 2007/10/12 14:30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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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은 at 2007/10/12 18:07
닉 혼비의 음악사랑은 전염성이 강한 것 같아요. 지금 니야님이 로고로 걸어놓으신 하이 피델리티에서도 그렇구, 아이 참. :) 사람의 심리에 따라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후벼파주기도 하고 하는, 책은 마법약같아요.
Commented by hyangii at 2007/10/12 20:50
하루에 15km라니 많이 걸었네요;
글에 나온 책은 스크랩해두겠습니다. 재밌겠는데요, 소울메이트@@
Commented by 첼로♡ at 2007/10/12 21:40
소울 메이트, 읽어보고 싶네요. 저에게 하루키의 글은 외로움이 찾아오면 읽고, 읽고나서 더 외로워지는 글인데.. 자기 맘대로 글을 써도 좋은 글쟁이에대한 부러움에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정말, 부러워요!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7/10/14 10:43
전 항상 공지영씨의 '나는 빗방울처럼 혼자였다'를 가지고 가요. 개인적으로 그런 분위기의 책을 좋아하고 행여나 비라도 오면 정말 가볍게 몰입할수 있거든요. 근데 가끔은 외로움을 주는게 문제.
Commented by 스누피 at 2007/10/15 11:38
소울 메이트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Commented by romangza at 2007/10/19 19:27
참고할께요. 주인공도 같이 여행을 떠나는 소설류라면 어깨동무라도 하고 싶은 심정.
Commented by 마르스 at 2007/11/17 21:17
나같은 경우는 책보느라고, 잠을 늦게 자는 적도 있었지. 스릴러는 그게 안좋아. 뒤가 너무 궁금하잖아. 하긴, 스릴러가 아닌 <Atonement>도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결국은 뒤부터 읽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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