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제의 술자리는 참으로 절절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실은 내 얘기를 하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서로 위로받았다.
나이가 먹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되 다만 우리는 조금씩 향상되어 가고 있으니 그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그는 '댄스댄스댄스'의 오래된 구절을 하나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나는 불완전하다. 매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그래, 그런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얘기였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마음이란 놈은 참 요상하다.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야속하게 되물어도 실은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 열렬히 끓어오르는 사랑을 했다가도 오늘 아침 어쩐지 푹 식어버린 죽모양을 하고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그럴 경우 상대방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더 상처받기 전에 물러날테고, 또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어쨌든 후회가 없을 때까지 발버둥치는 수 밖에. 상처는 각오해야한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은 또 회복도 빠른 법이니까.
발버둥치다 죽을 것 같은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는 변화의 계기는 참으로 단순하고 다양해서, 나의 경우는 벤츠였다. 좁은 일방통행 골목길을 쌩- 하니 달려오는 벤츠를 보다가 저기 뛰어들면 적어도 삼개월은 푸욱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검은 자동차를 보면서 순간 내가 무서워졌다. 이 젊고 아름다운 육신의 나날을 그딴 식으로 해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나답지 않다고. 꽃같은 날들이 언젠가는 오겠지라며 머리에 꽃을 달고 노래를 부르던 처녀는 어디로 갔는지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더라니까.
그 순간 한귀퉁이가 접혔다. 이건 어쩌면 스스로의 보호본능일지도 모르겠다만 스윽- 조금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나를 유지하고 잘 살아가는 것. 슬프고 아파도 내가 나를 쓰다듬어야지 어찌하겠는가.

술과 눈물과 넋두리와 상처의 나날들 속에도 웃음의 꽃이 핀다.

by 니야 | 2007/11/09 11:12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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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lliott at 2007/11/09 12:08
저도 요즘 술자리들이 절절하네요.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여전히 그래도 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at 2007/11/09 12: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1/09 13: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7/11/09 15:48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나 자신으로서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요.
Commented by 옥탑방 백꼼 at 2007/11/09 16:13
힘내세요. 저또한 힘들지만 하루를 사는 이유를 스스로 자문하고있습니다.
Commented by 라엘 at 2007/11/09 16:35
토닥토닥...
Commented by 오윤 at 2007/11/09 16:45
끝나지 않는 밤은 없겠지요_ 화이팅입니다 :)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7/11/09 23:52
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Commented at 2007/11/10 07: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7/11/10 09:27
전 그냥 이유 없이 목숨 이어갑니다. 정말 사는 이유를 다 망각해 버렷어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억이 나질 않아 그냥 삽니다. 타향이라서.
Commented by 니야 at 2007/11/12 12:57
Elliott / 더 먹어도, 역시나 그렇다더군요
비공개1 / 건강합니다. 다행이에요
비공개2 / 반갑습니다. 첫인사-
좀비군 / 그래도 가치가 있어
옥탑방 백꼼 / 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라엘 / ^^
오윤 / 해가뜨더이다
달바람 / 아, 윤아언니
비공개3 / 술 한잔 해야죠?
은혈의륜 / 아직 어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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