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1일
니야 in France #02
#2. 9월 19일
파리 첫날 : 무작정 걷다
일곱시 반쯤 일어나 짐을 챙겨 다시 원래 묵을 예정이었던 MISE 뮤비죵으로 간다. 기다려 봐야겠지만 내일밤은 침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기운이 좀 빠지기는 하지만 이내 '케세라세라' 모드가 되고야 만다. 어떻게든 되게 되어있는 것은 한국에 있으나 프랑스에 있으나 다 똑같다.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그렇다.
<파리, 일주일 우리집 가는 골목. 파란가게 옆 담쟁이있는 건물이 MISE / Lumix LX-2>
침대에 배낭을 내려놓고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나는 오래되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길 위에 발을 내밀었다. 영등포구 크기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도시 파리, 다리를 건넌다. 이렇게 자그마한 세느강. 가을 아침의 파리는 알싸한 기운이 얼굴을 덮고 그 안에서 물냄새가 났다.
<물냄새 나는 파리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아침의 노틀담은 조용했다. 한낮의 진저리 나는 단체 관광객도 없었고, 성당 앞 광장은 한산했으며, 떠오르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때마침 성당에서는 한 가족이 모여 세례식을 치루고 있었다. 경건한 노래와 기도소리가 여기가 관광지가 아니라 성당임을 일깨워준다. 스페인의 대성당들보다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우직한 맛이 있어서 좋았다.
노틀담 광장 앞에 앉아 뮤지컬 노틀담 드 파리의 노래를 떠올린다. 잠시 흥얼흥얼하기도 한다. 비둘기를 쫓기도 한다. 아침을 즐기는 중이다.
<아침, 노틀담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노틀담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십자가의 뒤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아마도 세례? / Lumix LX-2>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성당의 우측으로 돌아가 정원을 산책했다. 출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걷고, 정원사가 물을 주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한 곱슬머리 남자가 말을 건다. 높게 솟은 코끝이 타서 빨갛게 그을린 것이 좀 웃겨보이는 주근깨 청년이었는데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더라. 어디서 왔냐, 혼자왔냐, 나랑 오늘 저녁에 만나 파리를 같이 돌아다니지 않을래. 웃으면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니 금새 가버리더군. 피식. 그냥, 이번 여행은 혼자 그렇게 있을래.
<노틀담, 옆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정원에서 본 노틀담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그래서 혼자 쌩샤펠까지 걸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지다는데, 한쪽에선 열심히 공사중이시네. 빙글빙글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높은 천장에서 벽을 가득 채우고 내려오는 스테인드글라스. 분명 굉장한 스테인드 글라스고, 멋진 장미창이긴 한데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감상을 방해한다. 벽을 따라 놓여있는 의자에 조금 앉아있다가 먼지 속에 숨어있던 유령처럼 일어나 내려왔다.
<쌩샤펠의 스테인드 글라스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장미창 / Lumix LX-2>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가 퐁피두를 향해 걷는다. 그러다 빵 냄새에 이끌려 Paul이라는 베이커리에 들러 따끈한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신다. 에스프레소는 늘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이 커피 한잔을 시작으로 어디에 앉든 늘 앵 꺄훼(Un Cafe)를 입에 달게 되었다. 뜨겁고 쓴 커피 한모금이 눈은 생생하게, 긴장한 어깨는 느긋하게 풀어준다. 입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바닥을 보인 커피잔을 아쉬워했다. 파리의 아침이다.
파리에서 가장 멋진 혹은 흉물스러운 혹은 이상한 건물 중 하나일 퐁피두 센터. 가난한 예술가의 풍모를 온몸으로 내뿜는 화가 아줌마가 그림을 파는 동시에 그리고 있었고, 가난한 이민자로 보이는 할머니가 이상한 악기를 연주한다. 백여마리쯤 되는 비둘기와 어중이 떠중이 여행자들이 뒤섞인 아침의 퐁피두 광장. 한국인 여자애 두명이 내 '기념사진'을 찍어주었고, 나도 그들의 기념사진을 답례로 찍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현대미술관으로 올라갔다. 그 건물 바깥에 놓여진 유명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말이지.
<다시, 세느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퐁피두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그림 파는 화가 / Lumix LX-2>
<기념사진 / Lumix LX-2>
<기념셀카 / Lumix LX-2>
확실히 내 취향은 현대미술쪽인 것 같아. 꼭대기층부터 찬찬히 보고 내려오는데 도무지 지치질 않더라니까. 그치만 무엇보다 만 레이의 사진을 직접 본게 수확이었다. 만 레이 최고. 당신 너무 멋져요.
그리고 하나 더. 퐁피두 현대미술관 유리창에서 바깥으로 보이는 건물 벽에 그려진 통통하고 노란 고양이말이에요, 야옹이의 미소가 따라 웃게 만든다니까. 야옹- 하고 골골골골 소리를 내보았다.
퐁피두를 나와서는 바로 앞에 있는 꽤나 유명한 이가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보부르라는 까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의자가 극장처럼 길을 향해 나란히 한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파리 까페의 야외 테이블은 대부분 그렇더군. 통행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대화 나누기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밀감도 높아지고 말이야.
오믈렛은 맛있었지만 빵이 덜 맛있었고, 그래도 역시나 커피는 엄청 맛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구경하며 나는 접시를 비웠다. 내 시간은 조금 더 천천히 흘렀을 것이다. 낯선 곳에 떨어진 이방인의 첫날은 원래 스물 일곱시간쯤 되는 법이다.
<만 레이 / Lumix LX-2>
<어느 현대작가의 작품 속의 나 / Lumix LX-2>
<파리의 노랗고 통통하고 웃는 고양이 / Lumix LX-2>
<그 까페 / Lumix LX-2>
까페를 나와 좁은 길을 계속 걸었다. 계속 걸으니 파리의 어린이 어른 청년 노인들을 지나쳐 어떤 소설가가 - 에밀 졸라였던가 - 파리의 위장이라 표현한 포럼 데 알이 나오더군. 그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지하 가득한 쇼핑몰, fnac에서 서울에서 미리 예약해 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티켓을 찾는다. 친구가 부탁한 CD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포기. 위장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프랑스어는 리듬이 있어 그냥 음악을 듣는 기분. 이런 소음 속에서 이런 차분한 기분이 될 수 있다니 외국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포럼 데 알의 옆에 있는 정원을 빠져나와 커다란 사람 머리가 놓여진 성당앞에 앉아 다리를 쉬며 논다. 아이를 놀려주기도 하고, 데이트하는 커플도 구경한다. 날이 아침에 비해 그리 맑지는 못했다.
<사람과 손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사람과 손과 성당과 비둘기 / Lumix LX-2>
<보헤미안 언니와 사람들 / Lumix LX-2>
그렇게 에띠엔 막셀 거리까지 갔다가 다시 마레지구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가는 골목에서 처음으로 인베이더를 발견했다. 앗! 하고 고개를 들면 그곳에 귀여운 인베이더가 있다. 그리고 pq라는 사인이 그려진 두루마리 휴지(;) 그래피티도. 프랑스를 돌아다니는 내내 나는 이 인베이더와 두루마리 휴지찾기 놀이에 골몰했다. 거리를 뒤지며 혼자 노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마레지구는 좁은 골목 골목 예쁜 샵과 괜찮은 카페와 괜찮은 게이커플들과 빵모자를 쓴 유대인들로 가득하다. 길이 원체 미로같아 지도따위 필요도 없다. 그냥 헤매고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이 마레를 탐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 같다. 근데 참, 왜 예쁜 것들은 다들 그리 비싼 것일까. 내 취향이 그리 고급스럽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구제샵에서 옷을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들춰보고, 최초의 찻집이라는 마리아르 쁘레쥬에서 마르코 폴로랑 에로스라는 차를 사고, 파리지엔을 구경한다. SNAF 사무실을 발견해서 마르세이유로 가는 기차표도 끊는다. 세상에 일하는게 어찌나 느긋하시던지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허나, 여기는 빨리빨리가 통하는 서울이 아니니까 나도 그들의 시간에 몸을 맞추기로 한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비싼 기차삯에 놀라고 뭐 결국은 웃음을 지으며 나온다.
<내 첫 인베이더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pq와 인베이더 또 하나 / Lumix LX-2>
<파리는 길이 걷기 좋아서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마레에서 만난 옷가게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마레지구, 철학자 카페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아하!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어두운 인베이더와 밝은 벽그림 / Lumix LX-2>
<안녕 어린왕자 / Lumix LX-2>
<테디베어와 나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여기도 하나 / Lumix LX-2>
<이름도 기억이 안나 / Contax T3, 아그파울트라100>
페리에를 마시며 발이 아플 때까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점점 손에 쇼핑백이 늘어난다. 어차피 숙소가 내내 마레지구에 있어 짐을 두러 잠시 숙소에 들렀더니 방 문제가 모두 해결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때마침 전해주네. 그봐, 어떻게든 된다니까.
짐을 두고 허기진 배를 달래러 다시 나간다. Tuille 어쩌고 하는 추천 레스토랑이었는데 사람들이 밀려드는 것으로 보아 맛있는 식당 같긴 했다. 허나 오늘의 메뉴 선택 완전 실패다. 돼지고기가 어찌나 퍼석거리는지 닭가슴살을 입안 가득 넣고 통째로 씹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맥주가 맛있는 것을 위안 삼자.
혼자하는 저녁식사, 얼마만인지. 보름동안 이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어쩌면 퍼석거리는 고기는 혼자하는 디너라는 부담감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먹는 것조차 혼자라는 걸 불편해하다니, 이런 의존적 인간 같으니. 식사를 하는 동안 파리는 밤이 되었다.
강변을 따라 휘휘 걸었다. 밤의 강변은 불빛을 받아 더 흔들리더라. 시청 앞 광장에서 하는 럭비 중계를 사람들 속에 숨어 잠시 즐기다 깨끗한 시트가 눈앞에 아른거려 숙소로 돌아왔다. 같은 방의 다른 세 친구들과 인사한다. 독일 언니가 두명, 미국 언니가 하나네. 다들 금발이다. 어쩜.
샤워를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몸으로 침대에 기어들어가 여행일기를 쓴다. 9월 19일의 마지막 줄엔 이렇게 써있네.
"조금 외로웠지만 조금 더 즐거웠다. 혼자 떨어진 기분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 손으로 내 발을 주무르고 나는 위안을 받는다."
파리 첫날 : 무작정 걷다
일곱시 반쯤 일어나 짐을 챙겨 다시 원래 묵을 예정이었던 MISE 뮤비죵으로 간다. 기다려 봐야겠지만 내일밤은 침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기운이 좀 빠지기는 하지만 이내 '케세라세라' 모드가 되고야 만다. 어떻게든 되게 되어있는 것은 한국에 있으나 프랑스에 있으나 다 똑같다.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그렇다.


노틀담 광장 앞에 앉아 뮤지컬 노틀담 드 파리의 노래를 떠올린다. 잠시 흥얼흥얼하기도 한다. 비둘기를 쫓기도 한다. 아침을 즐기는 중이다.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성당의 우측으로 돌아가 정원을 산책했다. 출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걷고, 정원사가 물을 주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한 곱슬머리 남자가 말을 건다. 높게 솟은 코끝이 타서 빨갛게 그을린 것이 좀 웃겨보이는 주근깨 청년이었는데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더라. 어디서 왔냐, 혼자왔냐, 나랑 오늘 저녁에 만나 파리를 같이 돌아다니지 않을래. 웃으면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니 금새 가버리더군. 피식. 그냥, 이번 여행은 혼자 그렇게 있을래.


그래서 혼자 쌩샤펠까지 걸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지다는데, 한쪽에선 열심히 공사중이시네. 빙글빙글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높은 천장에서 벽을 가득 채우고 내려오는 스테인드글라스. 분명 굉장한 스테인드 글라스고, 멋진 장미창이긴 한데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감상을 방해한다. 벽을 따라 놓여있는 의자에 조금 앉아있다가 먼지 속에 숨어있던 유령처럼 일어나 내려왔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가 퐁피두를 향해 걷는다. 그러다 빵 냄새에 이끌려 Paul이라는 베이커리에 들러 따끈한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신다. 에스프레소는 늘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이 커피 한잔을 시작으로 어디에 앉든 늘 앵 꺄훼(Un Cafe)를 입에 달게 되었다. 뜨겁고 쓴 커피 한모금이 눈은 생생하게, 긴장한 어깨는 느긋하게 풀어준다. 입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바닥을 보인 커피잔을 아쉬워했다. 파리의 아침이다.
파리에서 가장 멋진 혹은 흉물스러운 혹은 이상한 건물 중 하나일 퐁피두 센터. 가난한 예술가의 풍모를 온몸으로 내뿜는 화가 아줌마가 그림을 파는 동시에 그리고 있었고, 가난한 이민자로 보이는 할머니가 이상한 악기를 연주한다. 백여마리쯤 되는 비둘기와 어중이 떠중이 여행자들이 뒤섞인 아침의 퐁피두 광장. 한국인 여자애 두명이 내 '기념사진'을 찍어주었고, 나도 그들의 기념사진을 답례로 찍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현대미술관으로 올라갔다. 그 건물 바깥에 놓여진 유명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말이지.





확실히 내 취향은 현대미술쪽인 것 같아. 꼭대기층부터 찬찬히 보고 내려오는데 도무지 지치질 않더라니까. 그치만 무엇보다 만 레이의 사진을 직접 본게 수확이었다. 만 레이 최고. 당신 너무 멋져요.
그리고 하나 더. 퐁피두 현대미술관 유리창에서 바깥으로 보이는 건물 벽에 그려진 통통하고 노란 고양이말이에요, 야옹이의 미소가 따라 웃게 만든다니까. 야옹- 하고 골골골골 소리를 내보았다.
퐁피두를 나와서는 바로 앞에 있는 꽤나 유명한 이가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보부르라는 까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의자가 극장처럼 길을 향해 나란히 한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파리 까페의 야외 테이블은 대부분 그렇더군. 통행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대화 나누기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밀감도 높아지고 말이야.
오믈렛은 맛있었지만 빵이 덜 맛있었고, 그래도 역시나 커피는 엄청 맛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구경하며 나는 접시를 비웠다. 내 시간은 조금 더 천천히 흘렀을 것이다. 낯선 곳에 떨어진 이방인의 첫날은 원래 스물 일곱시간쯤 되는 법이다.




까페를 나와 좁은 길을 계속 걸었다. 계속 걸으니 파리의 어린이 어른 청년 노인들을 지나쳐 어떤 소설가가 - 에밀 졸라였던가 - 파리의 위장이라 표현한 포럼 데 알이 나오더군. 그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지하 가득한 쇼핑몰, fnac에서 서울에서 미리 예약해 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티켓을 찾는다. 친구가 부탁한 CD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포기. 위장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프랑스어는 리듬이 있어 그냥 음악을 듣는 기분. 이런 소음 속에서 이런 차분한 기분이 될 수 있다니 외국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포럼 데 알의 옆에 있는 정원을 빠져나와 커다란 사람 머리가 놓여진 성당앞에 앉아 다리를 쉬며 논다. 아이를 놀려주기도 하고, 데이트하는 커플도 구경한다. 날이 아침에 비해 그리 맑지는 못했다.



그렇게 에띠엔 막셀 거리까지 갔다가 다시 마레지구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가는 골목에서 처음으로 인베이더를 발견했다. 앗! 하고 고개를 들면 그곳에 귀여운 인베이더가 있다. 그리고 pq라는 사인이 그려진 두루마리 휴지(;) 그래피티도. 프랑스를 돌아다니는 내내 나는 이 인베이더와 두루마리 휴지찾기 놀이에 골몰했다. 거리를 뒤지며 혼자 노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마레지구는 좁은 골목 골목 예쁜 샵과 괜찮은 카페와 괜찮은 게이커플들과 빵모자를 쓴 유대인들로 가득하다. 길이 원체 미로같아 지도따위 필요도 없다. 그냥 헤매고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이 마레를 탐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 같다. 근데 참, 왜 예쁜 것들은 다들 그리 비싼 것일까. 내 취향이 그리 고급스럽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구제샵에서 옷을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들춰보고, 최초의 찻집이라는 마리아르 쁘레쥬에서 마르코 폴로랑 에로스라는 차를 사고, 파리지엔을 구경한다. SNAF 사무실을 발견해서 마르세이유로 가는 기차표도 끊는다. 세상에 일하는게 어찌나 느긋하시던지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허나, 여기는 빨리빨리가 통하는 서울이 아니니까 나도 그들의 시간에 몸을 맞추기로 한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비싼 기차삯에 놀라고 뭐 결국은 웃음을 지으며 나온다.











페리에를 마시며 발이 아플 때까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점점 손에 쇼핑백이 늘어난다. 어차피 숙소가 내내 마레지구에 있어 짐을 두러 잠시 숙소에 들렀더니 방 문제가 모두 해결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때마침 전해주네. 그봐, 어떻게든 된다니까.
짐을 두고 허기진 배를 달래러 다시 나간다. Tuille 어쩌고 하는 추천 레스토랑이었는데 사람들이 밀려드는 것으로 보아 맛있는 식당 같긴 했다. 허나 오늘의 메뉴 선택 완전 실패다. 돼지고기가 어찌나 퍼석거리는지 닭가슴살을 입안 가득 넣고 통째로 씹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맥주가 맛있는 것을 위안 삼자.
혼자하는 저녁식사, 얼마만인지. 보름동안 이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어쩌면 퍼석거리는 고기는 혼자하는 디너라는 부담감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먹는 것조차 혼자라는 걸 불편해하다니, 이런 의존적 인간 같으니. 식사를 하는 동안 파리는 밤이 되었다.
강변을 따라 휘휘 걸었다. 밤의 강변은 불빛을 받아 더 흔들리더라. 시청 앞 광장에서 하는 럭비 중계를 사람들 속에 숨어 잠시 즐기다 깨끗한 시트가 눈앞에 아른거려 숙소로 돌아왔다. 같은 방의 다른 세 친구들과 인사한다. 독일 언니가 두명, 미국 언니가 하나네. 다들 금발이다. 어쩜.
샤워를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몸으로 침대에 기어들어가 여행일기를 쓴다. 9월 19일의 마지막 줄엔 이렇게 써있네.
"조금 외로웠지만 조금 더 즐거웠다. 혼자 떨어진 기분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 손으로 내 발을 주무르고 나는 위안을 받는다."
# by | 2007/12/11 09:55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완전 이쁘다!!!!!!!!!
파리 나도 가고 시퍼.. ㅠㅜ
보헤미안 언니와 사람들이라는 소개의 사진, 정말 맘에 들어요. ^^
(제가 사진책자 제작자라면 <ㅂ의 **놀이> 이런거 말고 <니야 여행기> 같은 책들을 기획할텐데요.)
앞으로의 in france 여행기도 잘 부탁드립니다. ^^*
저도 인베이더들 찾으려고 두리번 거려서 2개밖에 못 찍었는데, 꽤 많이 찍으셨네요. ㅎ
sesism / 좋아해주는 사람 있으니 이 아니 기쁠쏘야-
루나만 / 아잉 :)
비공개 / 흠- 그런가? 셀카는 이쁜척해서 그런가?
미링 / 응 콘탁스 T3, 나의 완소 카메라
쿨짹 / 얼른 올려주세요
시리우스 / 언젠가는 :-)
방주부 / 저도 좀 내고 싶어요. 후후
Beatmania / 인베이더 많이 찾아냈죠. 제가 좀 잘 두리번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