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

어제 병원을 빠져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완전 인간개조 프로젝트같구나.

 10년간의 렌즈생활과 작별하기 위해 눈검사를 받으러 안과에 갔다. 이런저런 많은 검사들을 하고 마지막으로 동공확장제를 눈에 넣었다. 그리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눈상태가 깨끗한지 살펴본다. 의사는 수술 후에도 평균치 각막두께가 고스란히 남아있을 만큼 각막도 두꺼워 좋고, 근시도 수술하면 결과가 최상으로 나올 정도의 수치인데다가  렌즈 생활도 오래한 경험이 있으니 '이것 참, 의사가 탐낼만한 눈' 이라 하였다.  아무 문제 없이 아주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해서 2월 11일, 라섹 수술을 받기로 했다. 좀 아프다고는 하지만 단 며칠만 참으면 아름다운 새 세상이 열린다니까 뭐.

 동공이 크게 열려있는 상태여서 빛이 많이 번져보인다. 자동차 불빛과 가로등 불빛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려서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빛들이 번지는 것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이것 참. 사람이 바뀌는 건 정말 한순간. 나는 지금 '개조중' 이구나.
 나름 촉망받는 전문직에서 백수로 탈바꿈하더니, 눈을 바꿔치고, 어찌되었든 책이 나오고, 13kg 배낭을 매고 하염없이 유랑하는 사람이 된다. 기왕 라섹하면 어차피 이틀간은 세수도 못한다던데, 점도 같이 빼버릴까. 왼쪽 뺨에만 유독 몰려있는 점들 신경쓰이는데. 자전거도 배울거고, 운전도 배우면 어쨌든 '탈 것 운전 공포증' 에서는 좀 빠져나올 수 있겠지. 다니다보면 살도 좀 빠질테고, 위험한 순간들이 찾아올테니 악다구니도 더 생길테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할테니 좀 부드러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냥, 기대만 할 뿐이야.

 올해가 지나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될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서, 솔직히 흥분된다.
 나는 지금 거대한 실험중이다.

by 니야 | 2008/01/31 10:15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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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1/31 10: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블루 at 2008/01/31 10:19
병원에서 주는 진통제를 먹으면 아픈 거 모르고 지나가요~ ^^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8/01/31 10:25
라섹하시는군요. 저는 4일에 라식수술하는데 잘 되길 빌어요. 저는 약간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31 10:27
저도 하고싶은 데, 무서워서 참고 있어요.
더 좋은 게 나올 거라는 기대도 있고요.
(이래서 저는 전자제품을 못 삽니다. OTL)
Commented by  깨  at 2008/01/31 10:29
거대한 실험이 꼭 성공하길!!
저도 눈 좀 어떻게 해서 안경 벗고 다니고 싶은데..ㅠ_ㅠ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8/01/31 10:36
전 점점 시력이 떨어져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ㅠㅠ 저도 개조실험을...
Commented by 또르키 at 2008/01/31 10:51
나 끼럭찌 길어지고 팔다리 길고 이쁘게 개조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hyangii at 2008/01/31 11:05
헉.. 내일!! 좀 걸릴줄 알았는데, 금세 날짜가 잡혔네요@_@ 부럽습니다 후후후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1/31 11:27
헤에 저는 이상하게 안경 쓰는걸 좋아하세 부모님이 하라는 수술도 안했는데... 경과가 좋으시길!
Commented by 띵까 at 2008/01/31 11:38
라식..라섹... 생각보다 부작용이 많습니다.
비싼돈들여 하고나서 잘못됐단 소리 하기들 싫어서 말을 많이들 하지 않을 뿐.
의사놈들이야 비싼돈들여 기계 들여놨으니 무조건 하라고 하는거고,
확장된 동공이 라섹의 수술범위 內 인지 명확히 하셔야 해요. 아니면 어두운 곳에서 제대로 안보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동공이 확장되서 라섹 수술범위를 넘어서버리면 빛이 일종의 난반사 상태가 된다고나 할까요? 수술한 부분과 안한 부분과 굴절이 틀려서 상이 겹쳐보이거나 경계선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볼 때나 밤야경 볼 때 불편해진다는 소리지요. PT할 때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라식/라섹은 명백히 시력이 전보다(그것도 낮에) 떨어졌을 때만 부작용으로 인정해서 사후 조치가 가능해지지 그런게 아니라면, 가령 밤에 잘 안 보인다거나 이상한 잔상이 남는다거나 하는건 보상도 못 받습니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대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1/31 12:01
즐거운 여행준비 하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달군 at 2008/01/31 12:24
거의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왠지 덧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라식, 백수, 유랑 - 나의 로망이기도 한것들, 아 덕분에 콧바람 들어가요. 여행 잘 다녀오세요. 저도 언젠가를 꿈꾸며~
Commented by 쿨짹 at 2008/01/31 13:02
나도 기대된다. 니야는 지금도 멋지지만 더 멋져질 거 같아. 흐흐 질투나면 어쩌지??? ㅋ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8/01/31 13:08
저도 10여년간의 렌즈, 안경 생활 탈피하고, 막 자다 일어난 희미한 눈으로 제발 시계 좀 제대로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ㅋ 그럼 10여 초간 안경을 찾아 더듬거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텐데.ㅋㅋ 수술 건강하게 잘 되길 바랄게요,ㅋ
Commented by ZENO at 2008/01/31 16:39
굴러다니다 구경하고서는 글남깁니다. 다른데서 익숙한 아이디들이 몇 보이는군요.;;
라식.
저도 얼른 하고 싶은데,
아직 두려워요. ㅋㅋ
Commented by catail at 2008/01/31 19:26
나도 좀 실험에 들어가야할텐데.
계속 보관중이셔.

당신이 거기서 더 자라면, 변하면,
너무너무 궁금하다.
지금도 멋진데-
Commented by 리얼 at 2008/01/31 19:41
수술이라. 안경 벗으면 무슨일이-_-;;벌어질지 몰라서 말이죠.
Commented by 사은 at 2008/01/31 19:48
니야님이 더 갈고 닦이시면 얼마나 더 빛이 나실까 해서 저도 기대와 흥분이 느껴져요. :)
Commented at 2008/01/31 19: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eePark at 2008/01/31 21:58
눈도 좋아지면 우리 봄날에 3월말쯤 꽃놀이나 갑시다!!
살 빠지기 전 모습 몇 장 찍어둬야...
나중에 협박이나 위협(!) 용도로 쓸 수 있지 않겠어..ㅋㅋ
Commented by archzip at 2008/02/01 10:54
인간개조.. 우리가 어렸을때 아버지에게 야단맞던소리.. ㅎㅎ
Commented by sesism at 2008/02/01 12:49
우와 언니 수술도 수술이지만 자전거 배우시는구나 :D
건강한 눈 되찾으시구요오-
Commented by 니야 at 2008/02/01 13:07
비공개 / 연애도하고 착실히 예뻐지고 있던걸요 뭐
블루 / 오- 다행이에요
히카리 / 새 세상 맞을 준비니까, 우리 잘!
marlowe / 실은 저도 여행만 아니면 미루고 안했을지도 몰라요
깨 / 깨군은 안경쓴거 귀여운데!
좀비군 / 개조엔 돈이 들더군요 ;ㅁ;
또르키 / 그 전에 우리 같이 성격개조를. 후후후
hyangii / 내일이 아니라 열흘 뒤입니다
은혈의륜 / 저도 어렸을 땐 안경 쓰고 싶었어요. 뭣도 모르고.
띵까 / 잘 해야죠
intermezzo / :-) 즐겁습니다
달군 / 꿈은 잊지 말아야죠
쿨짹 / 언니가 더 멋지거든? 후후
아이리스 / 아침에 일어날 때 모든게 또렷하게 보인다니 신기할 것 같아요
ZENO / 뭐, 수술은 간단하다더군요
catail / 나도 뭐가 나올지 모르겠어 내 속에서.
리얼 / 후후후- 재밌는 세상이 될지도
사은 / :-) 아잉~
비공개 / 얼굴은 그대로야
seePark / 후후후- 놀러갑시다!
archzip / 저는 엄마에게.
sesism / 자전거 배워야 여행하기에 편하거든. 호호호
Commented by PETER at 2008/02/02 19:55
자유로운 니야님
부러운 니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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