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눈을 찾는 과정 - 라섹 수술 후기

그러니까 이제 좀 살만하다. 지금 선글라스 끼고 블로깅 중.
이거 좀 실제로 보면 우스운 모습인데, 스스로는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3일째 머리도 못감고 세수도 못하고 낡은 추리닝에 선글라스를 끼고 헤죽헤죽 웃으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리얼하게 상상하시지는 마시고.

수술은 잘 되었다고 의사가 그랬으니 믿기로 한다.
라섹 수술은 실제로 매우 간단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수술받은 병원은 특이하게 대기실에 42인치 PDP로 수술장면을 생중계 해준다. 덕분에 나는 내 앞에 두명의 환자가 라식과 라섹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눈알에 칼을 대고 쓰윽쓰윽 각막을 벗겨내는데....할 말을 잃었지 뭡니까. 뭐, 그래도 도망치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나름 흥미롭게 지켜봤다. 나 의사 했어도 잘했을지도 몰라.

 11시까지 오래서 갔는데 지난 번에 받았던 이런저런 검사를 다시 한번 확인차 해주시고, 기다리는 동안 앞사람들 수술하는 거 고스란히 대형 모니터로 지켜본 다음 들어오라 그래서 들어갔더니 따뜻하게 데워놓은 수술복을 입혀주었다. 머리에 그 파란색 수술모자도 씌워놓고 의자에 눕히더니 곰인형을 안겨주며 긴장되면 안고있으라고. 수술하는 동안 내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곰인형아. 팔에 내 땀이 배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폭신폭신한게 귀엽던데.
 몇번이나 눈에 마취약을 넣어주었다. 굳어지는 듯한 눈동자. 그리고 얼굴 전체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알콜 솜으로 얼굴 전체를 쓰윽쓰윽 닦아내더이다. 솜에 더러운게 묻어났으면 쪽팔리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얼굴에 수술용 포를 전체적으로 붙이더군. 그러니까 얼굴용 청테이프같은거 있잖아요. 아, 그게 처음에는 그렇게 끈적한건지 몰랐다니까.
 레이저 기계가 눈앞에 나타나고 눈이 좀 부시더라. 이상한 기구로 눈을 벌리고 수술 시작. 눈앞에 칼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게 다 보인다. 아하하하. 이거 뭐 아프진 않은데 솔직히 좀 식은땀이 나긴 나더이다. 물로 좀 씻어내기도 하고. 암튼 수술하는 동안 눈 앞에 반짝이는 빨간 레이저만 계속 보고 눈동자를 고정하고 있음 되는게 환자의 의무. 레이저 소리는 무지 크더이다. 솔직히 소리에 더 놀랐지 뭡니까. 레이저로 각막을 다 깎아내면 물로 다시 한번 씻어내고 렌즈를 씌우면 끝.
 암튼 양쪽 수술하는데 십분 정도 걸렸나? 라섹은 수술이 무지 간단하더라. 라식은 각막 절편 만드는 과정이 추가된다던데. 아,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서비스로 오른쪽 흰자에 있는 갈색 반점도 제거해주셨다. 땡큐땡큐. 희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태어나겠사와.
 수술 과정에서 제일 아팠던 건 처음에 붙였던 얼굴포를 떼어내는 거였다. 얼굴에 청테이프 붙여놓고 떼어낸다고 생각해봐요. 아우, 그게 젤 아팠다니까.
 그리고 회복실에서 한 삼십분 자다가 이런저런 약을 받고 집으로. 세상에 좀 눈물이 나긴 하지만 세상이 훤히 다 보이지 뭔가. 완전 신비롭구나. 친구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서 아주 편하게 무사히 집으로 왔다. 마취가 빨리 풀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집에 도착하고 밥 다먹으니 그제서야 조금씩 아프기 시작. 친구를 보내고 이제 긴긴 어둠의 나날로 접어들었다.
 
 왼쪽눈이 특히 아프더라. 뭐 얘기로 듣던 것 만큼 아프지는 않은데 왜 참 사람 신경 살살 긁어대게 아픈거 있잖수. 시큰시큰하고 아리고 가끔 눈에 모래들어간 것 처럼 끼야아아악 아프기도 하고. 이상한 건 왼쪽눈만 심히 아팠다는 것. 얘기 들어보니 사람따라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던데. 뭐, 양쪽 다 아픈거보단 낫지 뭐. 진통제 소염제 흔들어 넣는 이상한 약을 시간 맞춰 넣고, 밥먹고 약먹고, 다시 누워서 눈물 질질 흘리면서 눈감고 누워있고. 네, 그렇게 이틀 보냈다우.
 세상에 내가 이렇게 한가롭게 침대랑 48시간 연애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이것도 한번 해보니 할만 하더라.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하루종일 라디오를 내내 들어줬는데 라디오 꽤 즐겁던걸? 정선희는 아주 존경할만한 입담의 DJ이고, 컬투 듣다가 침대에서 뒤굴뒤굴 구르기도 하고,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여전히 좋고.
 오늘 아침부터 아픈 건 가라앉아서, 이제는 이렇게 선글라스 끼고 블로깅도 하고. 상처가 아무느라 첫날보다 잘 안보이긴 하지만 내일 치료용 렌즈 빼고 나면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을 듯. 원래 렌즈빼는 날이 제일 안보인단다. 삼일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정말 말 그대로 실천한 덕분에 살만 더 찐거 아닌지는 모르겠네.

암튼, 여기까지 라섹수술 후기였습니다.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라식은 안아프고 회복도 더 빠르다는데 안해봐서 모르겠고요. 호호호-

아, 머리감고 싶다. 흑흑.

by 니야 | 2008/02/14 12:44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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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rlowe at 2008/02/14 13:06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8/02/14 13:10
축하해요! 아아. 상상된다. 킥킥-
Commented by 또르키 at 2008/02/14 13:38
왜이제왔오;;;;;;;;
얼른 이쁘게 머리감고 나와 ㅋㅋㅋㅋ
Commented by Ant at 2008/02/14 13:39
축하드립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모든 사물이 또렷하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일 거 같아요.
저는 그게 어떠한 것이든 '수술'이란 것이 너무 겁이 나서 시도하지 못하겠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2/14 13:52
와~ 축하드려요~
동생이 라섹을 했는데 아팠냐고 물어봤더니

"....눈알이 시리다는게 뭔지 알아?"

딱 한마디 하더라구요 ^^:; 엄마 말씀에 의하면 이틀내내 집에서 눈물 줄줄 흘리면서 울고 있었다고...그래도 지금은 너무 만족해하고있어요 ^^


Commented by 쿨짹 at 2008/02/14 14:10
머리는 감으면 안되는거야???

흐 난 지금 이거 읽는 것도 소름끼쳤음.. 난 절대로 의사 못했을 거야.. ㅠㅜ
Commented by _app_ at 2008/02/14 16:33
가서 죽이라도 떠먹여주려고 하다가 수술한지 하루도 안되어 미투 하는거 보고 괜찮겠구나 싶었. 라식과 라섹은 차이가 뭘까. 라섹이 좀 더 내스티하게 들리긴 하는데.
Commented by HanSang_환상 at 2008/02/14 16:56
머리 감겨줄까?
흐흐.. 아 맞다, 팔이 문제가 아니라 눈이 문제구나. 왠지 자기 머리 감겨주고 싶어지넹.
Commented by 제드 at 2008/02/14 19:59
수술하기 전에는 깨끗이 씻고 가야겠군요.
Commented by Juno at 2008/02/14 21:39
축하합니다^^ 완전 회복하시고 나면 밝은 세상 되찾으신 기념(?)으로 오프 모임 한 번 하는 건 어떨까요?
Commented at 2008/02/14 21: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Jazz at 2008/02/15 04:07
으악~~~ㅠㅠ 그냥 글 읽기만 해도 무섭삼.

이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적어내려가는 누나가 더 무서워 ㅋㅋ

ㄷㄷㄷ...

그냥 평생 안경끼고 살테야 무서버~~~~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2/15 06:16
그 병원 좀 짱인듯.

저는 뭐랄까.-_ 이상하게도 안경이 좋다니까요_- 저번에도 말했지만. 뭐랄까. 애착이 가서...

그리고 안경을 벗으면 제가 보기에는 안그래도 괴상한 얼굴이 더 이상해져서....
Commented at 2008/02/15 07: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사은 at 2008/02/15 23:24
이제 좀 많이 나으셨어요? 수술이라는 거 다 너무 겁나는데 게다가 눈수술이라믄... (창백)
렌즈도 잘 못 끼는 사람은 눈이 뎅그래집니다.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8/02/17 01:20
전 눈에 칼을 들이대는게 너무 무서워서;ㅁ;
앞으로도 안경쓰고 살아야 할 거 같아요.
Commented by seePark at 2008/02/17 03:36
라식은 마치..이별..같은것이군..
훔..나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어...
Commented by 라엘 at 2008/02/17 19:47
헉... 무서워서, 포스트 못 읽고 중간에 그냥 스크롤다운했네요. 저는 의사는 못 됐을 거에요... >ㅅ< 수술 잘 되신 것 축하드려요 ^ㅅ^
Commented by sesism at 2008/02/18 14:58
눈 딱 감고 있어야 한다면서요. 자꾸 깜빡이면 렌즈가 긁혀서 눈에 자극이 된다나. 아는 언니도 수술했는데 수술후 관리를 잘못해서 눈이 시뻘건거 보니까 영 안쓰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간단한 수술이었대도 어쨌거나 수고하셨어요. 저라면 PDP로 수술과정 지켜보고 눈앞에 칼이 왔다갔다하면 무서워서 못받았을 듯. 으으으.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 중 외과의사도 있거든요ㅠ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02/18 17:48
이글루 아이디가 없어서 그냥 쓸께용 ㅎ
6년전의 라식 경험자이자 성공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_- 조언을 해드리자면
(마이너스 10디옵턴가 그랬는데 지금은 1.2 에서 1.0 왔다갔다해용 ㅋ)
너무 방안에만 있지 마시구요 동네 옆산이나 한강같은 탁 트인데 가서
멀리 시야를 두고 계시면 좋다고 하고, 실제로 한 저도 효과를 본 거 같어요
아무래도 방 안에 있다보면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게되고 눈에 힘을 주게 되잖아용
특히 저는 눈이 약해서 퇴행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런 증상은 없답니당 ㅋ -_-v
재수술이나 퇴행같은 거 없으시길 빌께요 ㅎ
Commented by 니야 at 2008/02/19 22:36
marlowe / 호호호-
마른미역 / 떼끼! 상상은 묻어두시오
또르키 / 히히- 이제 머리도 해야지
Ant / 간단한 수술이니, 생각 해보세요.
intermezzo / 네, 저도 만족스러워요
쿨짹 / 한 4일 머리 못감아요. 흑흑
_app_ / 라식은 칼로 각막 절편을 만드는거고, 라섹은 표피를 살살 긁어내는거야
HanSang_환상 / 어머, 야해라.
제드 / 네, 미리 머리 감아두어야;;
Juno / 안그래도 벼룩시장 오프 하려구요!
비공개1 / 미운말만 골라해요
HJazz / 에일리언 배에서 튀어나오는 장면 밥먹으면서 보는 사람이야. 호호호
은혈의륜 / 안경 잘어울리는 남자 좋죠
비공개2 / 어두워서 셀카는 무리였어
사은 / 사은님은 안경이 잘 어울려요! 안경미소녀!
달바람 / 너, 안경 쓰던가?
seePark / 네, 두렵고 아프다가 벗어나면 속시원한 그런 것이죠
라엘 / 겁많으신 귀여운 라엘님
sesism / 통증이 없으니까 괜찮았나봐요. 호호호
지나가다 / 감사! 이리 친절하신 지나가다님은 처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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