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0일
시시콜콜
매일 아침 책장에 꽂힌 책 제목들이 잘 보이는가를 확인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멋진 일이다.
블로그에 소홀했다. 오래 모니터를 바라보면 눈이 조금 시려와서 링크된 블로그들을 건성건성 훑어보기만 하고 지나갔더니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더라. 자세히 읽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 올라오는 글들은 시간이 많으니까 핑계대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아야지.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요즘 참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것, 그리고 하루 온종일을 내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하여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달라보인다고 한다. 스스로가 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오늘의 이야기를 해볼까.
어제는 야근을 했다. 명목상은 아직 '휴가중' 인 회사에 나가서 오늘 아침 있을 PT준비를 도와주었다. 콘티를 편집하고 이런 저런 의견을 더해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 자정쯤 퇴근하며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밤공기가 어찌나 따뜻한지 그냥 들어갈 수가 없어 회사 근처를 때맞춰 지나는 지인을 불러 세웠다. 밤 늦은 카페는 같은 씨디가 반복되어 흘러나왔다. 내일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했다. '좋아?' 라고 묻는 친구에게 '응, 아주'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끄덕이고 나니 주먹 하나만큼 더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열시에 눈을 뜬다. 다들 한참 PT중일 시간. 나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 벼르는 친구를 만나러 남대문으로 간다. 직장인 점심 순례의 1탄인 셈이다. 회사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예쁜 그녀의 팔짱을 끼고 우리는 남대문 은호식당에 가서 꼬리곰탕을 싹싹 비웠다.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나는 아주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싸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그녀를 회사 앞까지 배웅한다.
그녀가 건물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남산을 산책했다. 오늘은 볕이 아주 환상적으로 좋아서 걷기 좋았다. 컨버스 운동화는 가벼웠고 노트북이 든 가방이 조금 무거웠지만 이 정도 쯤이야.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누가 가자했나, 남산' 이라는 제목의 글에 붙일 사진. 부적절한 남산의 계단과, 멀리 보이는 서울타워의 꼭대기에 카메라를 들이 댄다. 평일 낮의 남산 공원은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노부부가 나와서 테니스를 치고, 간혹 보이는 관광객들이 있으며, 무리진 아저씨들이 짤짤이를 하고 있었다. 남산 도서관은 조용하니 좋았고 내려오다 마주친 불타버린 숭례문은 슬펐다.
남대문 시장으로 돌아와 나는 여행 배낭을 구경했다. 50리터짜리 배낭을 등에 매어본다. 등이 편한 것들로 몇개를 찍어두고 다음에 사러 올 날을 기약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PT를 땄다는. 나흘전 잠깐 회사에 들렀을 때 슬쩍 흘리듯 내었던 아이디어를 광고주가 집어올렸다고, 수고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번 달 월급값을 공으로 받지 않았다는 뿌듯함에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저녁에 승리를 자축하는 고기 파티에 오라는 전갈. 저녁에 잡혀있던 선약이 위태하게 되어버린 마당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가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으로 넘어간다. 가로수길의 까페에 들러 오늘까지 넘겨야하는 잊고있던 원고를 쓴다. 확실히 강남의 공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홍대의 그 편안한 까페들처럼 영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무선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는다. 겨우 시간에 맞춰 원고를 넘기고 회사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이미 고기는 잘 구워져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자리를 비워놓겠다는 사람들의 말이, 농담인 걸 알면서도 따뜻하다.
고기와 냉면과 맥주까지 풀셋트로 끝내고 지하철에 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제와는 달리 제법 쌀쌀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하루였다. 그렇기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내가 행복했으므로. 나중에 일상이 지겨워질 때 한번씩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블로그에 소홀했다. 오래 모니터를 바라보면 눈이 조금 시려와서 링크된 블로그들을 건성건성 훑어보기만 하고 지나갔더니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더라. 자세히 읽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 올라오는 글들은 시간이 많으니까 핑계대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아야지.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요즘 참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것, 그리고 하루 온종일을 내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하여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달라보인다고 한다. 스스로가 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오늘의 이야기를 해볼까.
어제는 야근을 했다. 명목상은 아직 '휴가중' 인 회사에 나가서 오늘 아침 있을 PT준비를 도와주었다. 콘티를 편집하고 이런 저런 의견을 더해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 자정쯤 퇴근하며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밤공기가 어찌나 따뜻한지 그냥 들어갈 수가 없어 회사 근처를 때맞춰 지나는 지인을 불러 세웠다. 밤 늦은 카페는 같은 씨디가 반복되어 흘러나왔다. 내일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했다. '좋아?' 라고 묻는 친구에게 '응, 아주'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끄덕이고 나니 주먹 하나만큼 더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열시에 눈을 뜬다. 다들 한참 PT중일 시간. 나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 벼르는 친구를 만나러 남대문으로 간다. 직장인 점심 순례의 1탄인 셈이다. 회사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예쁜 그녀의 팔짱을 끼고 우리는 남대문 은호식당에 가서 꼬리곰탕을 싹싹 비웠다.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나는 아주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싸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그녀를 회사 앞까지 배웅한다.
그녀가 건물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남산을 산책했다. 오늘은 볕이 아주 환상적으로 좋아서 걷기 좋았다. 컨버스 운동화는 가벼웠고 노트북이 든 가방이 조금 무거웠지만 이 정도 쯤이야.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누가 가자했나, 남산' 이라는 제목의 글에 붙일 사진. 부적절한 남산의 계단과, 멀리 보이는 서울타워의 꼭대기에 카메라를 들이 댄다. 평일 낮의 남산 공원은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노부부가 나와서 테니스를 치고, 간혹 보이는 관광객들이 있으며, 무리진 아저씨들이 짤짤이를 하고 있었다. 남산 도서관은 조용하니 좋았고 내려오다 마주친 불타버린 숭례문은 슬펐다.
남대문 시장으로 돌아와 나는 여행 배낭을 구경했다. 50리터짜리 배낭을 등에 매어본다. 등이 편한 것들로 몇개를 찍어두고 다음에 사러 올 날을 기약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PT를 땄다는. 나흘전 잠깐 회사에 들렀을 때 슬쩍 흘리듯 내었던 아이디어를 광고주가 집어올렸다고, 수고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번 달 월급값을 공으로 받지 않았다는 뿌듯함에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저녁에 승리를 자축하는 고기 파티에 오라는 전갈. 저녁에 잡혀있던 선약이 위태하게 되어버린 마당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가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으로 넘어간다. 가로수길의 까페에 들러 오늘까지 넘겨야하는 잊고있던 원고를 쓴다. 확실히 강남의 공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홍대의 그 편안한 까페들처럼 영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무선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는다. 겨우 시간에 맞춰 원고를 넘기고 회사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이미 고기는 잘 구워져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자리를 비워놓겠다는 사람들의 말이, 농담인 걸 알면서도 따뜻하다.
고기와 냉면과 맥주까지 풀셋트로 끝내고 지하철에 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제와는 달리 제법 쌀쌀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하루였다. 그렇기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내가 행복했으므로. 나중에 일상이 지겨워질 때 한번씩 꺼내어 볼 수 있도록.
# by | 2008/02/20 23:12 | 외계인 잡설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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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제가 저런 날이 있으리라 부푼 꿈을 갖고서 .. 내일을 위해서 자야 할것 같아요 ;;
예쁜 사진과 아기자기한 글들이 어우러질 멋진 책을 얼른 보고 싶어요!
그 멋진 일상에 일부를 함께 해서 영광이고,
직장인 점심순례 1탄의 주인공이 되어서 더 영광이야.
'환상'적인 날씨여서 다행이었어, 그지?
공감백배..아니 만배입니다. 스스로가 더욱 창의적이 되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비공개1 / 아직 어려요!
깨 / 나도 보고싶다우. 호호호
비공개2 / 얼른 이력서부터 준비하시옹
달바람 / 내가 힘이 좀 좋잖니
사은 / 네, 기록의 힘이란 이런 것이죠
ZENO / 10kg정도 밖에 안되어요;;;
비공개3 / 그래, 주말에 홍대 한번 떠주셈
sang / 계속 좋기를 바랄 뿐.
HanSang_환상 / 첫 순례가 너무 좋아서, 당신에게 고마울 뿐.
비공개4 / 당신은 얼굴을 보이라!
app / 오 예!
dreamer / 그게 참 어렵고도 행복해요. 내가 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걷고 뛰어요.
sesism / 스스로가 정한 휴가니까. 더 좋은 것 같아
비공개5 / 어머 그새 이사를!
비공개6 / 응응. 안그래도 부를까하다가 시간이 애매하였는데. 날을 정합시다
PETER / 아이고. 좀 쉬셔야 할터인데.
뇌씻자 / 백수가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