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거대한 혼돈의 믹서기, 델리

  델리 공항에 도착하니 한국에서 먼저 날아온 든든한 노마오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땅에서 친했던 이를 이렇게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일은 색다른 기쁨을 준다. 그리고 여기는 인도가 아닌가. 더욱 든든할 수 밖에. 10개월만에 만나는 소라닌은 인도에 대해서 진저리를 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내가 아끼는 미청년.

 뉴델리 역 앞의 커다란 시장에 자리잡은 빠하르간지. 숙소에 짐을 풀고 먹을 것들을 찾아 다니고 오토릭샤와 흥정하고,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인도 사람들에게 'No Money'라는 매직 워드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며, (No Money는 진정한 매직 워드. 이상한 곳에 새워줄라는 오토릭샤에게 노머니! 하면 다들 제대로 된 곳에 내려준다) 관광객 모드로 붉은 성과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연못에서 수영하는 소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하고, 찬드니 촉에서 몇시간이고 악세사리를 구경하고 흥정한다. 덥고 귀찮게 달라붙는 사람들에 짜증내지만 금방 잊고 또 모든 것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델리는 뭐랄까, 찌린내와 먼지와 쓰레기와 소와 끈적한 더위와 일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 사기꾼과 거지가 한데 뭉뚱그려져 굴러가는 거대한 믹서기와도 같았다. 문명의 발상지이자 스피릿의 고향이라지만 그것보다는 사람 사는 모습의 적나라한 전시장 같은 인상. 상식이 통하지 않아 더위와 함께 짜증을 돋구지만 더러운 컵에 나오는 짜이를 마시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식따위 애초에 만들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의 자유로움과 질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늘상 곁에서 일어나고 그것에 익숙해진다.
세상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들이란 결국은 허상. 그것이 델리가 주는 교훈.


정신없다. 델리

<사진들>
- 제일 먼저 반기는 트래픽 잼
- 좋다고 웃고 있다
- 인디아 게이트, 삼남매
- 코넛 플레이스에서 무슨 공연을 진지하게 기다리는 아이들
- 또 좋다고 웃고 있다
- 찬드니 촉의 길거리. 일요일이라 한산
- 사원
- 아저씨
- 옥상에 사람이 있다
- 손님을 기다려
- 혼자 외롭겠다
- 소년들
- 인디아 게이트
- 북을 치며 공연을 하고 돈을 달라던 소년
- 헤나를 했다
- 오토릭샤




by 니야 | 2008/08/22 21:35 | 세계여행일지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fruitsmilk.egloos.com/tb/387473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BlueCT at 2008/08/22 23:10
믹서기같은 동네이기에 스피릿이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원류는 사람이니까...:)
Commented by 환상/HanSang at 2008/08/23 13:04
나는 항상 궁금해, 내가 인도를 좋아할까 그렇지 않을까.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