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의 흔적 - 인천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드디어 여행가는 날 아침이 밝았다. 날씨도 좋아.
이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지난달까지 매일같이 밤새고 추레한 몰골로 살았던 것, 충분히 보상받고 돌아와 주마. 진짜 온몸을 열어놓고 다녀올테니까.

장장 8일동안이나 얼굴을 보지 못할 무냐와 빠냐에게 잘있어야해, 잘 먹고 응아도 잘하고 잘 놀아야해 얘기하며 꼬옥꼬옥 안아주었다. 보고싶을거야 아가들아.
거대한 배낭-무려 45리터-을 매고 길을 나선다.
몇년동안 배낭여행하면서도 다른 사람 배낭 빌려매고 다녔는데 몸에 딱 붙는 내 배낭이 생기니 무척 든든하다.
여행의 동반자 코코네 언니와는 공항에서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살짝 늦을 것 같다. 무냐 빠냐와 인사가 너무 길었나보다.
횡단보도를 막 건너는데 저쪽에서 공항버스가 오는게 보인다. 아이고 무거운 배낭 매고 뛰려니까 힘드네 헉헉.
어쨌든 무사히 탑승하고 40분쯤 달리니까 공항이 보이고 다시한번 두근두근.
코코네 언니 만나서 체크인하고 인터넷으로 환전한거 찾고 입국심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신발까지 벗는 인천공항, 귀찮아 귀찮아.
이제는 여행의 필수 면세점 쇼핑...이랄 것까진 없지만 코코네 언니가 어머니에게 부탁받은 것도 있고 하고 시간도 좀 남아 이리저리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별로 살 생각 없었지만 결국은 고디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고디바 비스켓을 하나 샀다. 오오- 맛있겠구나. 여행의 기운이 되어주렴.
그리고 시계파는 곳에서 예쁜 G-Shock도 구입! 스포츠 시계가 없었는데 그 핑크색에 부들부들 넘어가서 그만. 아하하하 싸게 사서 다행이다!
쇼핑하고 구경하고 수다떨다보니 어느새 탑승시간. 자자 출발입니다.


코코네 언니, 8일간 잘 부탁합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고디바의 유혹

타이항공 직항편의 대기가 안풀리는 바람에 비행기는 홍콩 경유편.
기내식먹고 잠깐 자다보니 벌써 1시 반쯤 되어 홍콩 공항에 내렸다. 앞자리의 귀여운 꼬마는 홍콩에서 바이바이.
트랜짓 보딩패스를 받고 화장실갔다가 슬슬 걸어다니고 있으려니 벌써 보딩시간. 똑같은 비행기 똑같은 좌석에 그대로 올랐다. 트랜짓 비행기의 장점은 기내식이 또 한번 제공된다는 것이라는 걸 처음알았다. 또 기내식준다.
아하하하! 이제 진짜 방콕으로 가는거지?

태국시간으로 3시 30분에 돈무앙 공항에 도착한다. 벌써 세번째 내리는 돈무앙 공항.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제복도 똑같고 말이지. 11월에 새 공항이 오픈한다는데 내년에는 신공항에 내릴 수 있을까.
속성으로 입국수속을 마치고 가방을 찾아 으이쌰 둘러매고 입국장쪽으로 발을 옮겼다. 인터넷으로 예약해놨던 비행기표 리컨펌때문에 방콕 에어라인 사무실을 찾아 헤맨다.
루앙프라방-방콕간 편도편 발권까지 마치고나니 한시간이 훌쩍이다. 방콕 에어라인 비행기는 보통 50~70인승 비행기인데 비행기가 너무너무 귀엽다. 운행노선에 따라 예쁜 그림이 그려져있다. 섬과 야자수, 팬더 등등. 사람맘을 편하게 해주는 비행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북부터미널로 가야할 시간. 좀 일찍가서 표를 끊어야한다고 얘기들어서 바로 입국장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콘쏭 머칫 마이라고 어눌한 태국어로 이야기하니 곧바로 출발.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1년만에 다시오는 방콕은 여전히 낯설다.
100밧을 조금 넘긴 택시비를 지불하고 북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이고 크다고 하더니 정말 크다. 크고 번잡하고 시끄럽고...어디나 터미널은 다 똑같은가보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자고있는 개들. 집없는 동물들에게 매우 관대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누구 하나 내쫓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청결을 이유로 다 거둬들여 안락사시키지 않았을까.

태국은 각 버스회사마다 티켓창구가 다르기때문에 정말 북부터미널에만 몇백개의 티켓박스가 있다. 그 번잡한 터미널의 1층을 아무리 헤집고 다녀도 농카이 방면이 안보인다. 치앙마이는 수두룩하구만..아이고 어디있는거냐 도대체!
결국 인포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에게 농카이행 버스티켓을 어디서 사냐고 물었지만 영어가 안통하는 듯.
불쌍한 표정으로 농카이! 농카이! 외쳤더니 쓰리 쓰리! 대답한다.
혹시 3층? 이라고 생각하고 3층으로 가본 결과, 아 그곳에도 티켓박스가 널려있었다. 1층은 북부방면, 3층은 동북부 방면의 티켓을 팔고있었던 것. 아 허무하다.
자자, 그렇담 이번에는 999 VIP버스를 사야지. 또 헤매지 말고 물어보자.
여기서도 인포를 찾아가 '농카이 까오까오까오 VIP버스' 얘기하니 95번창구로 가보라고. 아 녜 감사합니다.
배낭여행의 제 1수칙. 모르면 물어보자.

우여곡절끝에 농카이행 999 버스표 획득! 아아 감격스럽다.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자리는 아주아주 널널했다. 표를 사고나니 괜히 일찍왔나 하는 여유만만의 생각도 든다.
티켓박스를 헤매느라 어느새 더위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려 얼른 에어컨 팡팡 나오는 버스에 오르고 싶었지만 출발시간까지는 아직도 3시간이 남아있다.
주변 시내로 좀 나가볼까 했더니 시내버스라고는 한대도 안보이고 결국 터미널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워야할 상황.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이, 정확히 6시가 되니 국가인지 왕실찬가인지가 흘러나오고 모든 사람이 일제히 행동을 멈추고 차렷자세로 일어난다.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우리나라도 그랬었지. 그리고 노래가 끝나니 다들 또 왁자지껄 떠들고 움직인다. 태국에 왔구나 다시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저녁을 먹어야 할 터인데 터미널 식당이 별로 신통치 않아보인다. 한눈에 봐도 맛없어 보여. (어디나 터미널은 역시 똑같다) 그리하여 편의점 투어 시작. 제비집 농축액같은 것도 팔고있었다. 이것저것 과자와 음료수(M-150이라는 자양강장제도 포함해서)를 까먹고, 호빵도 사먹었다. 오오 호빵에서도 태국의 맛이 나는구나!


힘들게 획득한 버스티켓


버스표 샀다는 기쁨의 한컷;


태국의 맛이 나는 호빵

앉아서 드라마도 보고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힘겹게 시간을 때우고 나니 어느새 버스 출발시간. 아아 기쁘다. 야간버스가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사람들이 터미널로 밀려든다. 근데 왜 다들 의자에 안앉고 바닥에 앉아서 놀고있는 걸까?

플랫폼으로 나가니 사람으로 미어 터진다. 지나가기도 힘들다.
힘겹게 사람들을 헤치고 8시 30분 농카이라고 써있는 999버스에 올라타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와서 표를 확인한다.
No! This Bus No! 엥? 이 버스가 아니야? 그러더니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우리가 타야할 버스는 플랫폼에서 한참 떨어진 저 뒤에 서있었다. 8시 30분 출발 농카이행 999버스회사 버스가 우리 버스말고도 세대는 더 있었다. 아아- 그런거야?
아마도 플랫폼 부족으로 우리 버스는 뒤에서 대기중인가보다. 아줌마 고마워요.

이제는 완전히 안심한 기분으로 진짜 버스에 올라타고 곧 목배게를 꺼내어 불면서 밤새 달릴 준비를 한다. 자리에 놓여진 이불도 덮고, 나눠주는 물과 빵도 받아챙긴다.
정시에서 10분쯤 지나 버스가 움직인다.
TV도 틀어주는데 왠 오락프로그램에서 '100명의 한국 소녀들과 친구되기' 라는 꼭지를 방영하고 있었다. 내용인 즉슨 미션을 받은 태국남자가 서울에서 간단한 한국어를 배우고 100명의 한국 여자들과 사진찍고 친구를 만든다는 것;;;
안녕하세요 예뻐요 사랑해요 등등의 단어를 습득한 후, 카페 집중공략으로 한국언니들과 악수하고 사진찍는다. 아하하하- 여기도 한류인거냐!

한참 태국 TV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지직거리는 TV와 버스 복도의 불이 꺼지면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까오까오까오 VIP 버스. 에어컨 짱. 화장실은 좀 좁다


자, 이제 가는거야


목베개도 준비완료.

추워서 한 세번정도를 깨다가 5시가 되니 버스가 멈춘다. 응? 다 온건가 의아해하는데 경찰인지 군인인지가 올라선다.
국경이 가까워져 검문을 하는 듯. 신분증 검사를 하길래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다시 버스가 출발하고 날이 서서히 밝아오는게 보인다. 30분을 더 달려 어스름 밝을 무렵 농카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5시 30분.
배낭을 매고 전형적 배낭객의 모습을 하고 내리니 뚝뚝 기사들이 달려든다. 여행자는 우리뿐인가 싶었는데 일본인 배낭객이 하나 더있다. 같이 뚝뚝을 타려했으나 어쩌다보니 따로따로.
뚝뚝이 출발하고 새벽기운에 옷깃을 더 여미게 된다. 바람이 시원하다.
기사가 비자가 있냐고 묻는다. 비자는 없는데 국경에서 받을거다 그랬더니 여행사 앞에 세운다. 필요없다고 바로 가달라고 몇번을 얘기해서야 그제서야 다시 움직이는 뚝뚝. 보통은 우정의 다리 넘는 셔틀앞에서 세워준다는데 우리는 바로 출국장앞에 세워주었다.


태국 출국 직전. (뒤에 지나가는 인물이 일본 배낭객 다나카 상)

이른시간이라 매우 한산한 출국장. 바로 출국 스탬프를 받고 통과하니 셔틀버스 매표소가 있다. 1인당 20밧. 자리를 잡으니 셔틀버스가 움직인다. 그리고 바로 태국-라오스의 국경인 우정의 다리.
호주에서 태국과 라오스, 사이좋게 지내라고 지어줬다고 한다. 다리의 끝에 '우측통행' 표지판이 나타난다. 버스가 바로 차선을 바꾼다.
이제 라오스인 것!


우정의 다리를 지나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라오스.

라오스 입국장에 버스가 서고 사람들이 일제히 내린다.
태국 사람들은 그대로 입국 스탬프를 받고 통과. 그러나 우리와 다나카 상은 비자가 없다.
국경비자 업무는 6시부터라더니 6시 10분이 좀 넘은 시각인데 문은 굳게 닫혀있다. 흠- 기다릴 수 밖에. 몇시에 여냐고 라오스측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웃기만 할 뿐이다. 헤에-
기다리는 동안 코코네 언니와 다나카 상의 대화가 이뤄진다. 음 일본어를 못하는 나는 그냥 뒹굴뒹굴. 그는 방비엥에 안들리고 바로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간단다. 그리고 훼이싸이에서 다시 태국으로 국경을 넘는다고. 아- 우리고 몇일만 더 여유가 있으면 그렇게 할텐데. 좀 부럽다.


라오스 입국장


굳게 닫혀있는 비자 발급소;


구름사이로 해가 떠오릅니다


피곤해서 얼굴이 부었어요

7시가 되어서야 겨우 비자 발급소가 문을 연다. 8시 이전이라 1달러를 더 얹어 31달러를 내고 비자 발급.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건네주니 5분만에 비자가 나온다.
1시간을 기다렸는데!! 라고 잠깐 흥분할까 했으나 뭐, 받았으니 된거잖아? 에헤헤헤
여행수칙 제 2조. 여행은 낙천적으로

입국심사는 정말 간단했다. 도장찍어주고 바로 통과.
서울에서 만 하루가 걸려 라오스 땅을 밟았다. 어느새 배가 고파온다.
저쪽에서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에 잔뜩 볼이 부풀었다.

to be continued....

by niya | 2004/10/24 22:11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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