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의 흔적 - 왓 탓 루앙, 해질녘의 산책길

14번 버스는 다시 딸랏사오 옆의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시계를 보니 4시. 왠만한 사원은 다 문을 닫을 시간인데 배는 아직 안고프고 그렇다고 숙소에 돌아가 침대에서 낮잠을 즐길만큼 피곤한 것도 아니고..
그리하여 계획에 없던 왓 탓 루앙에 가보기로 했다. 황금으로 빛나는 탑이라는데 가이드북에 6시까지 문을 연다고 되어있다.
3km정도 떨어져있다기에 뚝뚝을 잡아탔다.

마침 퇴근시간인가보다. 아침보다 확실히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많다.
하교길의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어디건 애들은 시끄러워야 애들이지.
뚝뚝을 타고 길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도로위의 사람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확실히 라오스에는 아시아 배낭객이 별로 없다. 특히 여자는. 그래서 우리가 환대받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아시아계라 친근하면서도 자기들보다 피부가 하얀편이라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음음- 뭐 고마운 이야기지. 어디 한국에서 예쁘단 얘기 듣기가 쉬운가.


뚝뚝을 타고 비엔티안의 길을 달리는 중

독립기념탑을 지나 언덕을 넘어가자 멀리 황금색 탑이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정말 금으로 떡칠을 했군' 이라는 것이 첫인상.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그 노랗게 빛나는 금탑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기사는 사원 앞 공터에서 차를 세웠다.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2만낍이나 달란다.
확실히 바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1만 2천낍정도면 되었을 텐데...
하지만 겨우 800원가지고 좋은 기분을 망치기는 싫다. 어쨌든 여기는 외국인 이중 요금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좀 비싸다 한마디 해주면서 돈을 쥐어주어 기사를 보내고 왓 탓 루앙의 문을 향해 걸었다.


번쩍번쩍하는 금덩어리, 왓 탓 루앙

음. 근데- 4시까지가 오픈시간이라고 되어있군.
하아- 이 가이드북 고칠 것이 꽤나 많은걸요. 여어여어- 우리는 이걸 믿고 여길 왔다구요.
뭐 근데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금색탑은 멀리서가 제일 잘보이니까.
조금 기운이 빠진 리얼 관광객다운 포즈로 사진 한장 찍어준다.
왓 탓 루앙에 왔습니다요 하는 증거사진이랄까.


증거사진. 왔다구 왔어

아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할터인데 그냥 또 뚝뚝타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허무해서 우리는 비엔티안 구석구석 구경할겸 분수대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아까 딸랏사오에서 3km정도였으니까 분수대까지는 걸어서 한 30~40분정도 걸릴테지.
낮에 얻은 비엔티안 지도를 살펴보니 왓 탓 루앙에서 옆쪽으로 가면 시장이 하나 나온다고 되어있다. 시장을 끼고 돌아 분수대로 돌아가면 되니까 자, 저녁산책하는 기분으로 이제는 앞을 향해 걷자.


작은 동네를 가로질러 산책

산책길로 매우 좋은 동네였다.
동네사람들 하나둘씩 모여서 저녁먹을 준비하는 것도 보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로 조금씩 시끌해지는 동네.
좋다. 딱 한가지, 우리가 길을 잘못들어섰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지도가 정확하고, 우리가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면 길이 넓어지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큰길이 나와야하건만 길은 점점 좁아지고 깊고깊은 골목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아- 여기서 더 헤매면 시장이고 뭐고 지쳐버릴 것 같아 다시 왓 탓 루앙이 있는 큰길로 되돌아간다. 뚝뚝을 타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게 역시 제일 빠르겠지.

왓 탓 루앙에서 독립기념관을 지나 딸랏사오까지 이어지는 직선도로는 꽤나 크고 넓은 길이었다.
양쪽으로 각국의 대사관들이 주욱 늘어서있고, 대학교도 하나 보인다. 금칠한 식당들도 몇개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고급 동네인가보다.
타박타박 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슬슬 배가 고파져온다.


독립기념탑, 주변은 공원조성 공사중


천천히 어둑해지는 산책

20분쯤 걸었을까 익숙한 딸랏사오의 지붕이 보인다.
아아 다왔다 다왔어. 여기서 10분만 더가면 분수대인거지?
딸랏사오를 지나면서부터 코코네 언니와 저녁은 무엇을 먹을것인가 의논. 결론은 맛있다고 칭찬이 이곳저곳 자자한 PVO 베트남 국수집으로 정했다.
아으 베트남 음식 너무 좋아. 월남쌈 먹고싶어!

주린 배가 우리의 걸음을 재촉했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검은 탑, 탓 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밥이 가까워졌다는 소리거든!
분수대 뒤쪽길에 있는 PVO는 의외로 찾기 쉬웠다. 주저없이 들어가 테이블에 앉는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 볶음과 스프링롤이 나오는 쌈요리와 스프링롤이 곁들여진 쌀국수를 시켰다. 그리고 시원하게 망고 쉐이크 한잔.
꺄오! 나는 아무래도 이 맛에 여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친다리를 끌고 들어와 적당히 풀어진듯 앉아 마시는 과일 쉐이크와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절대 부족한 음식들. (게다가 싸다! 기껏 배불리 먹어봐야 2천원!)


반가워, 검은 탑


맛있다! 쵝오다!

부른 배를 탁탁 두드리며 시간을 보니 해는 져서 깜깜한데 아직 7시도 안넘었다.
불나방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던 나로서는 뭔가 아쉬울 수 밖에.
비엔티안은 하루만에 떠나야해서 아쉽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서 먹는게 남는 것이다 라는 옛선인들의 지혜를 따라 또한 맛있다고 소문난 쉐이크집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정말 정말 배가 잔뜩 부르긴 하지만 어차피 디저트는 또 따로 들어가기 마련(퍽!)

맛있는 쉐이크집은 강변을 따라 우리 숙소를 한참 지나서 있었다.
강변에는 어느새 노천 식당들이 줄을 섰다. 파는 메뉴들은 대부분 비슷비슷. 꼬치구이와 맥주가 기본이다.
맛있어 보였지만 저것까지 먹기에는 위가 버텨줄 것 같지 않다.

어두운 강변의 상점들을 따라 한참을 가서야 겨우 맛있는 쉐이크집을 찾아냈다.
역시 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지 메뉴도 무려 4개국어로 써있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 라오스어.
쉐이크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았다. 심지어는 우메보시 주스도 있었다. 으엑 짠 매실주스라니 생각만해도 끔직한 기분이 든다.
한국어로 '끝내주는 라무 쉐이크' 라고 써있는 메뉴가 있길래 믿어보기로 한다.
라무는 작은 감자같이 생겼는데 라오스 과일이란다.
푸짐한 아줌마가 만들어준 라무 쉐이크는 아..정말 맛있긴 한데 아 또한 엄청 달다. (단것을 많이 못먹는 나 ㅜㅜ)


많고 많은 과일 쉐이크. 한잔 500원

쉐이크까지 깨끗하게 마셔버리고 정말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 강변을 따라 걷는다.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해버려서 기분상 자정은 된 것 같은데 시계는 아직 7시에도 못미치고 있다.
메콩강을 따라 걷는 길은 즐거웠다. 찰랑 찰랑 물소리가 듣기 좋다.
다음에 비엔티안에 또 오게되면 꼭 이 강변의 노천식당에서 라오비어를 마셔야지.

오키드 게스트하우스의 데스크 직원이 우리를 반긴다.
숙소에 들어오니 갑자기 노곤해지는 느낌. 따뜻한 샤워와 침대와 모기가 기다리는 방이 정겹다.
라오스에서의 첫날. 꽤나 즐거웠지?

to be continued....

by niya | 2004/11/02 00:12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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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araswati at 2004/11/02 09:18
...출근하자마자 염장질리는 것은 과히 좋지 않다!;(자기 발로 찾아와서 스스로ㅠ_ㅠ) 근데 왓 탓 루앙 진짜 번쩍인다. 망고쉐이크는 넘치기 직전이고! 부럽다.
Commented by niya at 2004/11/04 10:21
염장질 아직도 많이 남았다네-
Commented by 개나리 at 2005/09/23 11:11
라오스....저도 한 3년전에 다녀왔는데, 저 금탑도 못보고, ㅜㅜ 비엔티엔이었던가요. 4일있으면서 대체 뭘했엇는지^^: 라오스 사람들 참 좋죠? (우연히 들렸다가 여행기를 보게 되었는데, 반갑네요. 저랑 여행다닌 코스가 비슷.^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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