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의 흔적 - 방비엥, 그 느리고 느린 무릉도원

방비엥에서 모든 편의 시설은 5분거리에 몰려있다. (마을이 10분 산책로라니까 뭐-) 우선 절대 은행처럼 안생긴 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추천받은 낭봇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마을이 너무 작아서 찾느라 헤맬 일도 전혀 없구나.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비수기라서인지 레스토랑은 한산 그 자체.
다진 고기 볶음과 야채와 밥을 시켰다. 아우아우 무엇보다 민트 바나나 쉐이크 만세! 맛있어 맛있어!
추천 레스토랑답게 맛있었으니 - 물론 라오스의 맛은 좀 소박하긴 하다 - 만족스럽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동네 한바퀴를 산책해볼까.


한산한 낭봇 레스토랑


야채에 고기를 올리고 싸먹습니다. 쌈요리 좋아요 =ㅂ=


마을의 끝-이라봤자 5분도 안걸리지만-에 있는 시장을 구경하다가 꿈에 그리던 망고스틴을 샀다. 아우아우 태국의 망고스틴보다는 좀 작았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맛있는 망고스티인!
망고스틴 비닐봉투를 덜렁덜렁들고 이번 여행에서 꼭 쓰기로 결심한 엽서도 샀다.
작은 문구점에 사진엽서가 먼지가 켜켜히 쌓인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늘 그렇지만 왜 여행지의 엽서들은 딱히 맘에 드는게 없을까? 여러 엽서중에 좀 나아보이는 것들로 다섯장을 구매. 있다가 저녁에 써서 보내야지.


엽서를 고르고 있습니다만


엽서도 샀고 동네 산책도 했고 그러고 나니 할일도 별로 없어 탐짱 동굴에 가보기로 한다.
가다가 강가에도 내려가봤으나 대나무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우기때는 다리가 사라진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대신 강을 건너주는 뱃사공 아저씨가 여유롭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뱃사공이 있는 풍경, 좋네요


저기 멀리 보이는 산 어디쯤에 동굴이


뱃사공이 있는 풍경


자전거를 타고가면 좋다고 되어있었지만 탐짱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걷기 좋은 길이었다.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초지 사이로 부드럽게 나있는 흙길, 그리고 앞에 보이는 우뚝한 산과 잔잔한 강. 노래가 절로 나오고 발길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그런 길이었다. 별로 멀지도 않아서 걸어서 15분정도 거리? 그 길을 계속 망고스틴을 까먹으며 걸었다.

다만....음- 다만....좀 단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송아지 응아랄까. 너무 옴팡지게 길에다 잔뜩잔뜩 싸놔서 길을 절대로 똑바로 걸을 수가 없다.
얼마나 신진대사가 원활한지 약간의 변비증세를 보이는 내가 다 부러울 정도. 역시 섬유소가 중요한게야. (어쩌다 이런 이야기로;;)


멋진 산책길. 사진에 응아는 안보인다


탐짱으로 가려면 사설 리조트인 왕위안 리조트를 가로질러야한다. 왕위안은 방비엥의 현지발음.
이 리조트를 가로지르는데 입장료를 받는다. 그런데 또한 이 매표소 청년이 보기드문 미소년이 아닌가. 라오스는 티켓 박스 소년은 미소년으로 한다는 암묵의 정책이라도 수립해 놓은 것일까. 오오- 돈이 아깝지 않다!

왕위안 리조트는 정말정말 넓은 부지위에 방갈로가 띄엄띄엄 있고 그 넓은 잔디밭에 새도 살고 소도 풀을 뜯고 하는 정말 그야말로 자연속의 리조트였다.
돈이 많다면 이런 곳에서 푸욱 쉬면서 무릉도원 도사 놀이라도 하고싶구나.
산과 가까운 곳일수록 맑고 투명하고 촉촉한 공기가 느껴진다.
아아 이런 곳에서 한달만! 아니 일주일이라도!
리조트를 가로질러 강이 흐르다니 멋지지 않은가.
강위에 놓인 다리도 멋졌다. 다리를 건너고 다시 잔디밭을 지나 탐짱의 입구로 향했다.


낡은 붉은색이 멋졌던 다리


산과 강과 방갈로. 무릉도원이 아니더냐!


낙엽으로 덮힌 연못도 있었어


탐짱으로 들어가는 표를 끊고 입구에 섰는데 아우 높아 높아 높아요. 산중턱에 있는 동굴 입구까지 돌계단을 마련해놓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높았다.
아이고 중간도 못갔는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치만 정말 좋았던 것은 한계단 한계단 올라갈수록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멋진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
정말 왜 이곳이 작은 계림이라 불리는지 알 것만 같다.


높아요 높아. 탐짱으로 가는 계단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쉬고있다


힘들게 올라간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풍경


동굴의 입구. 날근한 페인트와 담쟁이가 정겹다


탐짱 자체는 그냥 석회동굴이었다. 중간중간 초록색 빨간색으로 마련해 놓은 조명도 좀 우습고. 동굴로만 치자면 우리나라의 동굴들이 훨씬 멋졌다.
그러나 탐짱의 백미는 동굴에서 바깥으로 연결된 정자.
동굴의 반대편으로 나가면 산 한가운데 구멍이 뚤린 형태로 바깥이 보인다. 그리고 마련해놓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히 백만불짜리.
좋다 라는 말 이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동굴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와서 입구에서 남은 망고스틴을 다 까먹었다.
아우아우 맛있구마! (그립다 망고스틴)


동굴은 동굴


망고스틴을 향한 저 열의를 보라!


동굴을 내려와 주변도 좀 산책한다. 신기한 연못이 있었는데 - 연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색이 정말 신기했다. 파란색 물감을 푼 바로 그 색깔. 물고기도 많이 살고 깨끗해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오는지 신기신기.


자연의 색이다. 파란물감 연못


다시 리조트를 가로질러 송아지 응아의 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르고 방갈로 야외 바의 풍경이 너무 좋아 일찌감치 한잔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강변의 테이블에 앉아 고대해 마지 않았던 라오비어를 시킨다. 역시나 소문대로 기대를 충족시키는 맛있는 맥주였다.

해가 저물 무렵의 강가, 튜브 래프팅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강물에 둥둥 떠다닌다. 편안해 보인다.
멀리 안개낀 것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산들과 맑은 강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 앞에 있는 것은 또한 너무 좋은 친구.
이런 기분을 뭐라 해야할까.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나는 진심으로 만끽하였다.
맥주를 나눠마시며 담배를 한대 물고 잔잔한 강바람을 맞으며 지금의 이 기분을 나누고 싶어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에 있는 dorida와 또한 사랑해마지 않는 친구들에게.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하겠지만 라오스의 소인이 찍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자랑하는 엽서를 쓰고 싶었다.

'이곳은 천국같아. 내 생애 가장 여유로운 순간이야. 라오스는 그런 곳이야. 당신도 함께이면 좋을텐데'


비바! 라오비어!


내 눈앞의 풍경이 마음을 파고든다


아직은 가로등을 켜지 않았다


해질녘의 강가는 저렇게 떠다니는 사람들로 풍요롭다


맥주를 마시며 마음을 써보낸다


강과 맥주와 엽서, 그 자체로 천국


맥주 한병에 코코네 언니가 취기가 살짝 오르는지 침대에서 잠시 쉬고싶단다.
나도 좀 피곤하기도 해서 저녁을 먹을 시간까지 침대에서 뒹굴하기로 했다.
깨끗한 침대에 누우니 또 잠이 솔솔 온다.
이런 순간이 너무 좋다. 자고싶을 때 준비된 침대와 스르륵 뿌려지는 달콤한 잠.

한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캄캄한 저녁. 도시의 저녁과는 달리 무척이나 어둡다. 시간은 7시 반밖에 안되었는데.
슬슬 일어나 저녁먹을 레스토랑을 물색하다가 스파이더맨 2를 상영해주고 있는 - 방비엥은 워낙 밤에 할 일이 없는 곳이라,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영화를 상영해주고 여행객들은 좋아하는 영화를 따라 레스토랑에 모인다 - 씨싸왕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먹었다.
미트볼처럼 생긴 고기와 찰밥을 먹었는데 뭐 딱히 입맛에 맞지는 않더라.
대신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진하디 진한 커피와 달콤한 연유의 완벽한 조화.
베트남 커피만큼 라오스 커피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저녁식사중. 찰밥 좋아요


커피까지 모두 마시고 레스토랑에 거의 눕다시피-이곳의 대부분 레스토랑은 평상 시스템이다. - 스파이더맨을 보다가 또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모든 것이 천천히, 천천히..시간까지 천천히 가는 듯 싶다.
끈적해진 몸을 씻고 침대속에 몸을 던진다.
신선이 되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to be continued...

by niya | 2004/11/10 00:09 | 지구정복자료수집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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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romto at 2004/11/10 09:17
이런 아름다운 추억들이 지구정복자료로 쓰이다니..슬픔이군요.=.= 내년 여름즈음에 인도,티벳,베트남 요런 곳들 가볼까 하는데..기대기대!
Commented by saraswati at 2004/11/10 09:21
아아 천국!
Commented by niya at 2004/11/10 09:21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해야죠 =ㅂ= 인도,티벳,베트남이라니 멋지군뇨!
Commented by niya at 2004/11/10 09:21
천국은 가까이에 있었어-
Commented by 쏘이 at 2004/11/10 11:49
물이 파란 이유는 동굴에서 나온 석회질이 지하수와 음음 해서 저렇지 않을까요..피죤을 타 놓은듯한 물색..ㅋㅋㅋ그나저나 요즘에 오르한 파묵을 읽나봐요..언니..저도 조만간 읽을 계획인데..(텍스트야요~) 룸펜 세미나에~~~!!!(는 척 팔라닉으로 해요..ㅋㅋ)
Commented by niya at 2004/11/10 12:29
석회질과 지하수의 응응작용이라. 그럴듯하네. 파묵 재밌게 읽고있다우. 안그래도 세미나 다음달 척 팔라닉의 '질식'으로 하자고 그럴려고 그랬다우
Commented by 보라매 at 2004/11/10 17:23
니야씨의 여행기 참 달고 맛나요.
니야씨의 여행기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니야씨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분인가하는 생각을
마구마구 들게 해준답니다.(니야씨, 최고!)
또 다른 한편으로 품게되는 생각은
구경만으로는 뭔가 너무 아쉽고나...
나도 슬쩍 저 해질녁의 강가와 맥주와 엽서가 있는 풍경에
담겨보고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고...
그러니까 니야씨와 여행을 하면 참 좋겠다...
뭐 이렇게 간단히도 말할 수 있는 욕망이
생긴다고나 할까요.(흐흐흣)
Commented by niya at 2004/11/11 09:09
아하하 매씨, 몸둘바를 모르겠사와요- 여행여행 정말 좋죠
Commented by supasonic at 2004/11/11 16:39
와 엽서 정말 꼼꼼하게 쓰셨네요. 보고 싶어질 만큼 ^^
전 좀 느긋한 편이라 빡센 일정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적당히 둘러보고 적당히 쉬는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특히나 휴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데 왜, 타지에서 쉬는 기분이라는 게 정말 특별하잖아요... 근데다 반팔 차림이라니 정말 침 넘어가는(;;) 여행기입니다 ^^
Commented by niya at 2004/11/11 17:42
느긋한 여행도, 빡센 여행도 다 좋아합니다. 라오스는 느긋한 것이 훨씬 훨씬 어울려요 (빡셀래야 별로 그럴 것도 없지만;)
Commented by 망고스틴 at 2005/09/12 10:59
망고스틴 맛있죠 정말 국내에서 드시고 싶으실땐 저를 찾아주세요. 홍보 많이 해주시구요
http://blog.empas.com/kjs6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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