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 Long

하롱베이에 다녀왔다.
하루는 배 위에서, 하루는 캇바 섬에서 밤을 보냈다.
풍경은 넋을 놓게 했고, 바다는 따뜻했으며, 다이빙은 재밌었다. 그러나 카약킹과 트레킹으로 온 몸의 근육이 소리소리 지른다. 옷들은 땀과 진흙과 소금물로 흠뻑 젖어 현재 입을 옷이 없다. 하하하. 덕분에 좀처럼 입지 않던 열대풍 드레스를 입고 다니고 있다. 노출이 심해서 잘 손이 안가던 것인데 뭐 어때. 여긴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그것이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자유로움. 배가 나오면 좀 어때. 살이 좀 통통하면 어때. 그저 나로 있을 수 있다.

내리쬐는 햇살에 수백의 섬들이 초록으로 빛나고 배가 그 사이를 항해한다. 관광 유람선들과 바다 위의 집들과 대나무로 엮은 고기잡이 배와 세상에 없을 낯선 풍경이 뒤섞인다. 그리고 해가 지고 구름이 몰려든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번쩍이는 번개를 보았다. 낮에는 그렇게 아플 정도로 햇볕이 쏟아지더니만. 하지만 물은 잔잔했고 부는 바람을 따라 불을 밝힌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멀리 멀리 사라지는 풍선이 참으로 아름다웠지.
흔들리는 배 안에서는 작은 미니 보드카 값을 누가 낼 것인가를 걸고 한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국적의 나홀로 여행자들이 원카드 게임을 벌였다. 나는 숨겨진 겜블러의 피를 끌어올려 제일 먼저 카드를 털었고, 결국은 캐나다에서 온 귀여운 줄리안이 6달러를 냈다.  그 보드카에 우리는 다들 얼큰하게 취해 얼굴이 붉어졌지. 그리고 그 야밤에, 다들 뱃머리에서 밤바다로 뛰어내렸다. Drunken swimming은 위험하다고 내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지만 소용 없었다. 양쪽에서 내 손을 잡고 뛰어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 밤바다는 생각보다 따뜻했고 한편 시원했다. 물은 미지근했고 바람은 젖은 머리칼을 파고들어 더 없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캇바섬의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다. 쉽고 재미없는 길과 어렵고 재밌는 길 중 어딜 선택하겠냐는 말에 우리는 하나같이 'More tough way!' 를 외쳤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흙투성이가 되었다. 길은 어젯밤의 비로 진흙 범벅에 미끄럽고 험해서 나도 두번이나 미끄러지고 말았다. 엉덩이에 훈장처럼 보라색 멍이 생겼다. 게다가 산모기에 뜯겨서 다리는 울긋불긋. 아주 볼만하다. 다들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멋져서 기꺼워했다.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 셔츠에 하얗게 소금이 눌러붙었더라.
잠시 쉬다가 다시 배를 타고 간 곳은 멍키 아일랜드. 원숭이 섬의 원숭이들은 하이네켄을 좋아한다. 잽싸게 낚아채서 쭉쭉 들이키는데.. 고것 참 맹랑하구랴.
원숭이 섬의 뾰족뾰족한 암석들을 타고 올라가 또 한번 풍경을 내려다보고 바다에 뛰어든다. 어느 새 짠내가 온몸에 잔뜩 배인다.

다시 밤이 찾아오자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인도에 깔린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에 주저 앉아 이상한 맛이 나는 - 누구 말에 의하면 말  오줌같다는데 - 비어 호이를 마신다. 나는 모두에게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강의했다. 땅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보이면서.

Ha Long. Cheers.

by 니야 | 2008/06/29 10:21 | 세계여행일지 | 트랙백 | 덧글(3)

SAPA

사파에 다녀왔다. 높은 고산지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그 곳.
밤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그 위. 하루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져서 목이 벌겋게 익었고 또 하루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트레킹을 했다.
전통 복장을 한 아이들이 트레킹 내내 따라 붙어 'buy from me'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지만
이것이 또한 삶의 방식이라면 나는 그것을 손사레치며 거부할 자신이 없다.
나 역시 이 곳에서 태어났더라면 별 반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생활 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이 가련하면서도 함부로 동정심을 내보일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이 내미는 기념품들을 적당한 가격에 사주는 것이 내가 보일 수 있는 친절의 전부.

논이 있고 산이 있고 물이 있고 버팔로가 있고 사람들이 있다.
풍경이 참으로 자연스러워서 내가 낯선 그 곳. 사파.


<사진들>
- 그러니까 산
- 마을, 아이들
- 물레방아
- 폭포
- 할머니와 강아지
- 자세히 보면 두 소녀가 있다
- 사파, 다운타운
- 시장
- 옥수수가 맛있었다
- 결국 내가 산 가방
- 사랑해 마지 않는 베트남 커피
- 아침 안개
- 비오는 트레킹
- 들판
- 버팔로
- 또 마을
- 엄마와 딸
- 논의 풍경

by 니야 | 2008/06/25 23:36 | 세계여행일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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